우리에게도 한국판 Xiaomi와 Tesla가 필요하다

단일 기업의 운명에 좌우되지 않고 경쟁에서 버티는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

by 이정원

2025년 11월 중국 NEV 시장에서 BYD의 점유율은 23.2%로 여전히 1위지만, 전년 대비 9.7% p나 빠졌다. 1~11월 누적 기준 27.4%와 비교해도 하락세는 분명하다. 같은 달 Geely는 13.0%, SAIC-GM-Wuling 7.3%, Tesla 5.5%, 심지어 새 차를 선보인 지 채 2년이 되지 않는 Xiaomi도 3.5%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촘촘히 포진했다. 표면적으로는 BYD의 후퇴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단일 강자의 독주가 느슨해지고 다수 경쟁자가 공존하는 다극 체제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음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image.png 2025년 NEV 판매 대수 현황 - 이제 2년 차 회사인 샤오미의 약진이 눈에 띈다. - GASGOO 자료 참조


BYD가 고전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전반적인 배터리, 전기차 기술의 상향 평준화로 제품 우위가 예전만큼 압도적이지 않다. 경쟁사들도 빠르게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효율을 개선하고 소프트웨어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BYD면 무조건 가성비 1등이라는 인식은 이제는 옛 말이다. 거기에 중국 전체적으로 NEV 생산이 과잉인 상황에서 가격 전쟁이 일상이 되면서 BYD처럼 볼륨이 큰 회사는 늘려 놓은 공장에서 나오는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할인 경쟁에서 가장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image.png 공급 과잉을 위해 수출 시장을 찾고 있는 BYD 차량들 - 한국 시장 진출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다른 중국 전기차 회사들은 이런 공백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Geely는 Galaxy와 Zeekr 같은 전동화 브랜드를 앞세워 신모델들을 출시하고 있다. 에너지 플랫폼뿐만 아니라 스스로 소프트웨어도 만들고 전용 칩도 만드는 풀스택 전략을 내세워 차량 성능도 크게 개선했다. Xiaomi는 SU7 한 모델로 2024년 13만 대 이상을 인도하고, 2025년 30만 대 목표를 세우며 스마트폰 회사가 만든 차라는 신선함과 소프트웨어 경험으로 Tesla 고객까지 빼앗고 있다. Huawei가 중심이 되어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HIMA 그룹도 있다. 그 외에도 기존의 Changan 자동차, Leapmotor 등도 각자 세그먼트에서 존재감을 키우며 BYD를 사방에서 압박하고 있다.


image.png BYD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의 차종들이 눈에 띈다. - Car news in China 사이트 참조


이처럼 다수 기업이 치고받는 구조는 선두에게는 고통스럽겠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장점이 오히려 많다. 특정 기업이 30%를 넘게 가져가던 구도에서는 1등 기업에 시장 전체가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올 상반기 BYD가 공급 과잉으로 휘청대자 중국 전기차 시장이 흔들렸던 소식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 반대로 BYD, Geely, SAIC-GM-Wuling, Tesla, Xiaomi 등 여러 기업이 20%대, 10%대, 한 자릿수 점유율을 나눠 가지면, 한 회사가 삐끗해도 시장 전체는 계속 굴러간다. 기업들은 가격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충전, A/S 네트워크 등 전방위적으로 경쟁하며 혁신 속도를 높이고, 소비자는 더 많은 선택과 더 나은 조건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다자 경쟁은 중국 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2025년 11월 기준 NEV 수출 상위권에는 BYD, Chery, Geely, SAIC-GM, Tesla 상하이 공장이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다. Geely는 ‘Five by Five’라는 글로벌 전략을 내세워 브라질·폴란드·영국·이탈리아를 다음 교두보로 삼고 있고, 후발 주자인 Xiaomi도 2027년 유럽 진출 계획을 공언하며 Tesla와 BYD를 겨냥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하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혹독한 경쟁을 견딘 브랜드들이 이제 유럽을 비롯한 중남미, 중동 등 제3 국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가고 있는 것이다. 내수에서 단련된 기업이 해외에서도 강해지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image.png 지리자동차의 프랑크프루트 연구소 -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중국에 비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점유율은 합쳐 약 70%에 이른다. 사실상 한 그룹이 내수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다. 덕분에 단일 챔피언을 키우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리스크도 한 곳에 몰려 있다. 현대차·기아가 전동화나 SDV 전환 같은 미래 과제에서 삐끗하면 그 충격은 곧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펼치는 정책이나 보조금 제도, 관련 규제도 자연스럽게 현대차그룹에 맞춰 설계되기 쉽고, 그렇게 되면 새롭게 시장에 들어오는 후발 주자들에게는 들어올 틈이 더욱 좁아진다. 부품과 인재, 자본이 한 그룹으로만 빨려 들어가면서 생태계 전체의 다양성과 회복력은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


image.png 현대 기아차의 비중이 75%를 넘어서고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한국판 Xiaomi, 한국판 Tesla가 필요하다. 굳이 공장을 처음부터 짓지 않더라도 기존 공장을 활용해 위탁생산하거나 소형 EV, 상용 EV, 로보셔틀 같은 틈새 세그먼트부터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도전이 가능하려면 자율주행 실도로 테스트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스타트업도 참여 가능한 공공 지자체 시범 사업을 늘리고 충전 인프라와 차량 운영 데이터를 개방하는 플랫폼 정책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비교적 대기업 의존도가 낮은 부품이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전문 펀드와 이런 회사들 사이에 인수 합병 시장이 활성화되면 지금의 일극 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 아니, 영원한 승자가 없는 세상이 더 건강하고 더 발전한다. 시장을 이끌던 회사의 독주가 흔들리고 있지만 중국은 자연스럽게 여러 도전자가 그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구조를 이미 만들어 놓고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핵심인 현대차·기아라는 거대한 축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 옆에 두 번째, 세 번째 축을 세울 수 있는 제도와 시장의 여지는 분명히 필요하다. 그래야만 국내 생산 400만 대 시대의 자동차 산업이 단일 기업의 운명에 좌우되지 않고 글로벌 회사들과 미래 자동차 경쟁에서 흔들리지 않는 생태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전문 플랫폼 아우토바인에 기고한 글을 조금 늦게 공유합니다. 잘하고 있는 기업의 발목을 잡을 필요는 없지만 한 기업에 의존하는 위험도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https://autowein.com/2809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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