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물고기를 키우려면 큰 판이 필요하다.
Tesla FSD가 마침내 한국에 공식 출시되었다. 미국·캐나다·유럽 일부 지역 등을 포함하면 한국은 전 세계 FSD 정식 상용 서비스는 국가 기준 7번째 순위로 비교적 빠른 편에 속한다. 아직 완전한 자율주행인 레벨 4·5 단계는 아니지만, 이용자의 경험담을 보면 고저차가 심하고 도로 구조가 복잡하고 운전이 거칠기로 유명한 부산에서도 부드러운 차선 유지와 회전이 가능했다고 한다. 그동안 대규모 실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지속 학습시키며 발전해 온 FSD 기능이 더욱 진화되었음을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Tesla의 이런 움직임과 맞물려 2025년은 그야말로 자율주행 춘추전국시대다. 인공지능의 지원을 받은 각국의 자율주행 기술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무인 로보택시를 도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Waymo는 미국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오스틴 등 대도시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고, 중국의 대표적인 자율주행 기업인 WeRide는 광저우, 베이징, 샤먼 같은 중국 내 1선 도시뿐만 아니라 아부다비, 싱가포르 등 인구 밀도가 높고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에서 로보택시와 무인 셔틀을 운영 중이다. Pony.ai 역시 광저우, 베이징, 선전, 두바이, 룩셈부르크 등 대규모 교통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지역에 집중한다. 이들 대부분의 특징은 대도시 우선전략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도시에서 자율주행 상용화가 빠른 이유는 기술적 기반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먼저 V2X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어 신호, 횡단보도, 보행자 정보 등을 차량과 실시간으로 교환하기 쉽다. 또한 HD Map의 갱신 주기가 빠르며 도로 구조가 체계적으로 표준화되어 있어 알고리즘 학습 공간이 안정적이다. 여기에 5G나 LTE 기반의 통신망이 촘촘하게 공급되어 있기 때문에 차량 외부 센서 정보와 네트워크 데이터의 결합이 원활하다. 안전한 주행을 구현해야 하는 로보택시 서비스 업체로서는 자율주행이 가진 복잡한 요구 조건을 자연스럽게 충족시켜 주는 대도시가 가장 훌륭한 테스트 벤치일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대도시는 최적의 시장이다. 아무래도 인구의 밀도가 높고 도시 내 이동 수요가 높다 보니 하루 이용 횟수가 많고, 단위 차량당 수익 창출 구조도 안정적이다. 운영 데이터를 빠르게 축적할 수 있어 소프트웨어 성능 개선 속도 또한 빠르다. 학습적인 측면에서나 수익 측면에서 운행량이 가장 중요한 로보택시에게 수요가 집중된 도시는 투자 대비 수익률이 우수한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자율주행 후발 주자인 DeepRoute.ai는 조금은 다른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들은 HD Map 없이도 작동 가능한 Mapless 자율주행 시스템을 고도화해 중국의 2·3선 도시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구현하고 있다. 카메라와 LiDAR 기반의 실시간 인지 기술을 강화해 지도 갱신 비용을 줄이고 지역 확산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런 전략을 바탕으로 이미 중국 내에서 3선 도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의 40%까지 확장하고 향후 그 적용 범위를 수십 개 도시로 확장하는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도시 인프라 수준이 다른 지역에서도 균일한 주행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한정된 지역을 운행하는 택시나 셔틀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에는 대도시 집중형 방식이 훨씬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운전을 하다가 어떤 영역을 벗어나게 될 경우 서비스가 제한된다면 오히려 더 불편하게 여겨지지 않을까? 한국에 FSD 서비스를 론칭하고 유럽에도 확장을 계획하고 있는 Tesla나 3선 도시까지도 커버하면서 영역을 넓혀 가고 있는 DeepRoute.ai의 사례를 보면 개별 소비자가 구매하는 승용차에서는 오히려 Mapless 기술이 더 적합해 보인다. 자율주행의 혜택이 특정 도시가 아니라 전국 어디서나 동일하게 제공되려면 DeepRoute.ai와 같은 경량 지도 기반 기술이 필수적이다.
전 세계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 자율주행 기술 업체들의 수준은 도시도 아닌 정해진 루트를 따라 움직이는 셔틀 개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포티투닷은 청계천 셔틀 이후로 SDV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고, 그 자리에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다시 셔틀 운영을 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지역 한정 심야 자율주행 택시를 운영 중이고 라이드플럭스나 에스유엠 같은 회사들도 서울과 제주에서 마을버스 노선을 따라 움직이는 셔틀을 운영 중이다. 대도시 전체 그리고 그 이상도 커버하는 도전을 하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에는 한참 뒤처져 있다.
기술적인 한계도 있을 것이다. 완벽한 제어와 안전을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와 좋은 환경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율주행의 진정한 의미는 전국 어디서나 이동이 가능한 자유다. 지도의 제약을 넘어서는 기술 혁신은 기업만의 힘으로는 이루기 어렵다. 자율주행 가능 지역을 넓히고 싶지만 안전을 이유로 과감한 시도를 제한하는 규제의 탓도 크다. 개별 자치 단체들 간의 협의를 통해 시험 범위를 확대해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일단 큰 물에서 놀아야 물고기도 큰다.
자동차 산업 동향 전문 플랫폼 아우토바인에 기고한 글을 조금 늦게 공유합니다. 규제에 발목 묶여 단순한 코스만 반복 주행하는 모습은 이제 극복해야 하지 않을까요? K-자율주행의 성공을 위해서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