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만사. 한 건의 트레이드이지만 조직에 던지는 메세지는 큽니다
벌써 12월입니다. 회사원들은 1년 성과에 대한 평가를 받는 시즌이죠. 팀장 입장에서는 매년 이 시즌이 제일 힘들 때입니다. 사실 다들 노력하고 고생했는데 누구는 잘 주고 누구는 낮은 점수를 주는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내년에 진행되는 프로젝트 수가 많이 줄어 들면서 내년에 저희 팀에서 필요로 하는 인원 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팀 소속의 프로젝트 리더분들 중 몇몇 분들은 개발 현업 부서로 자리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인원 감축이라는 숙제가 떨어진 겁니다.
그러는 와중에 원래 설계 업무를 담당하셨던 고참 중 한 분이 돌아갈 만한 자리가 하나 났습니다. 본인도 현업 복귀 의사가 있어서 천천히 사내 전배를 논의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제 위의 상무님께서 연락이 왔습니다.
“설계팀에서 바로 내년 1월 1일부터 와서 일해 주었으면 한다고 하는데, 이 팀장 생각은 어떤 가요?”
아마도 그래도 자기 팀 사람 뺏기는 상황이 혹시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없지 않나 배려해 주시는 질문인 듯 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대답드렸습니다.
“본인도 원하고 무엇보다도 자기를 필요로 하는 자리라고 하는데 마다할 이유 없습니다. 그리고 조직 전체에 주는 메시지 (우리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다)를 생각해서라도 저는 이번 이동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롯데와 KT의 트레이드를 보면서 저는 팀이 아주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여러 분들이 말씀하시는 대로 신인들이 1군 무대에 진입해서 뛸 토대가 만들어 졌습니다. 성민규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는 단순하지만 강력하게 코칭스태프에게 육성을 기조로 삼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올 한 해 팬들이 그토록 바랬던 젊은 선수들의 좌충우돌을 2021년도에는 좀 더 많이 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당장 성적을 담보하진 않겠지만 경험치를 쌓아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응원하는 맛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더 큰 수확은 팀 전체에 전파되는 메시지입니다. 人事가 萬事라고 했던 가요?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고참들은 이 팀의 방향성이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과 누구라도 트레이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겁니다. 그리고 팀에서 밀려나지 않고 혹시 밀려나더라도 신본기처럼 타 팀에 필요한 자원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더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메시지는 1~2 군에 있는 유망주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든 두각을 보이면 빈자리를 만들어서라도 기회가 주어 질 것이라는 메시지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그리고 그 Threshold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달려 들 겁니다. 이기는 팀에게는 그런 내부 경쟁의 에너지가 있습니다. 비록 내야 유틸과 고참 중간 계투를 주고 복권 같은 투수 유망주를 데려왔지만 트레이드를 통해 진짜 얻은 실리는 “누구나 노력하고 두각을 보이면 1군이 되고 실전에 투입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팀 전체에 전파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화수분 야구로 왕조를 세운 두산은 김경문이나 김태형 감독님 같은 분들이 중요한 경기에 고참보다 신입을 과감히 기용하는 형태로 이런 메시지를 끊임없이 팀 내에서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19년 꼴찌를 딛고 반전해야 하는 롯데에게 필요한 것도 같은 에너지입니다. 그것이 프런트로부터 유발되었든 코칭 스태프의 의지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결국 경기를 뛰는 것은 선수들이니까요. 앞으로 또 다른 트레이드들이 성사되겠지만 성장을 위한 방향은 흔들리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