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에 나서는 팀의 3 가지 경우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할 때도 있습니다.

by 이정원

2020년 스토브리그는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코로나로 관중 수입이 없어 시장이 위축될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두산 발 대어들을 중심으로 하나씩 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허경민(85억), 최주환(42억), 오재일(50억)에 이어 최형우(47억)까지 벌써 200억을 훌쩍 넘긴 돈들이 오고 갔습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겨울이 되면 뜨거웠던 롯데 자이언츠는 조용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던 열혈 팬들도 올해는 차분히 내년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작년만 해도 차갑게 식어 버린 FA판이 왜 이렇게 뜨겁게 달아오르는 걸까요? 또 그런 뜨거운 겨울에도 가만히 있는 롯데의 행보를 왜 팬들은 지지할까요?

그 이유는 FA 시장에 나서야 하는 시기에 대한 학습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올해 NC는 양의지라는 대형 포수를 125억을 주고 영입한 효과를 제대로 누렸습니다. 시즌 내내 중심을 잡아주고 한국 시리즈에서도 여우 같은 활약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모습을 보면서 다들 “돈은 제대로 써야 하는구나”라는 사실을 느꼈을 겁니다. 타 팀의 FA를 데려오는 계약은 계약금과 연봉 이외에도 전년도 연봉의 200%와 유망주까지 내주어야 하기 때문에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대가를 감수하면서도 FA에 나서려 하면 반드시 그래야 하는 이유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 경우는 우승의 적기에 화룡점정을 위해서입니다. 팀 전력이 전체적으로는 탄탄하지만 상대적으로 열세인 포지션이 있다면 그 자리를 메워 줌으로써 WIN NOW의 깃발을 드는 거죠. NC도 나성범이라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해외 진출 전에 우승을 꼭 이루겠다는 구단주의 열망을 담아 양의지를 영입했고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특히 이런 경우에는 팀의 부족한 영역을 확실히 메워 주는 것이 좋고, 어설픈 B급보다는 돈이 들더라도 확실한 A급을 영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두산의 장원준 영입이나, 기아의 최영우 영입도 이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두 번째는 프랜차이즈를 지켜야 하는 상황입니다. LG의 오지환이나 SK의 최정, 롯데의 손아섭처럼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을 놓치면 그건 곧 팬의 마음도 놓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제까지 팀에 기여한 공로를 보상해 준다는 의미도 함께 섞여 보통 이런 경우는 선수가 갑이고 그래서 가격은 오버 페이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잡아야죠. 장사 한 두 해하고 그만 둘 게 아니니까요.


마지막으로 보이는 경우가 하위권 팀의 분위기 전환 용입니다. 몇 년씩 하위권에 맴돌다 보면 팀 전체가 패배 의식에 젖어 부진의 늪에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실한 수비와 허약한 공격력은 투수진의 부담을 키우고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더디게 합니다. 그런 팀 분위기를 쇄신하는 데에는 외부 FA 영입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구단 입장에서도 투자에 인색하다는 팬들의 비난을 잠시 모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한 명의 FA가 추가되었다고 해서 부실한 팀 전력이 단번에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5명이 코트를 채우는 NBA농구에서는 특급 스타 영입으로 하드 캐리해서 팀을 포스트 시즌까지 올려놓기도 합니다만, 9명이 경기에 나서고 타석에는 돌아가면서 들어가야 하는 야구의 경우에는 각 선수 한 명의 영향력이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이런 분위기 전환을 위한 FA 영입은 신중해야 합니다. 선발 투수는 부상의 위험이나 달라진 수비 환경의 적응 실패로 부진할 수도 있고 필승조나 마무리는 경기가 리드하지 못하면 다 무용지물입니다. 타자도 타석에 들어서는 기회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수비 기여도가 높은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투수들도 더 안정적으로 투구할 수 있고 팀 전체의 성장에 도움이 됩니다. (그런 차원에서 제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최주환과 한화로 행선지가 검토되는 정수빈의 이동은 해당 팀들에게 바람직한 반면, 오재일의 삼성행은 사실 조금 부정적입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분위기 전환을 위한 FA 영입은 본인 스스로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팀 전체의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고려 없이 그저 이름값, 공격력 그리고 팬들의 비난에 욱해서 지른 FA 투자가 실패하게 되면 한번 물린 고액 연봉은 의미 없는 WIN NOW 깃발만 부추기며 팀 체질 개선의 발목을 잡게 됩니다. 한화나 롯데 같은 팀들이 오랫동안 만년 하위 팀을 면치 못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로 시장이 줄어들면서 각 팀들도 서로 다른 위기감을 느끼는 중입니다. 더 이상 처지면 한번 발길을 돌린 팬들을 영영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분위기 전환을 꾀하는 팀들도 많이 보이고 그래서 한 층 더 FA 시장은 뜨거워졌습니다. 그러나 팬들이 바라는 건 돈질이 아니라 승리입니다. 무엇이 승리를 위해 더 바람직한 결정인지에 대한 결과는 앞으로 지켜봐야 하겠지만 프랜차이즈도 지켜야 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제대로 된 한방을 지르기 위해서라도 한 해 정도는 쉬면서 실탄을 세이브하는 것도 현재의 롯데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이런 납득이 되니 이 겨울 스토브 리그를 보는 마음이 참 편안하네요. 참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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