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를 달리는 모든 생명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찾아가는 과정
자동차를 팔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를 맞추었다면, 그다음은 안전이다. 고속으로 길 위를 질주하는 자동차는 사고의 순간 거대한 흉기가 될 수도, 탑승객을 보호하는 튼튼한 요새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신차 기획에서는 가장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안전에 투자한다. 아무리 성능 좋은 차량도 안전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자동차의 안전은 우선 차량이 갖추어야 할 기본 주행 기능에 대한 검증에서 시작된다. 여러 상황에서 원하는 대로 가고 멈추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사고를 피할 수 있다. 제동 성능 인증은 젖은 노면이나 마른 노면 등 다양한 환경에서 ABS가 적절히 개입하며 최단 거리 내에 정지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조향 장치는 거친 노면에서도 강도를 유지해야 하며, 타이어 공기압 경고 장치(TPMS)는 주행 중 발생할 수 있는 타이어 파손을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야 한다. 또한 야간 주행 시 시야를 확보하고 주변 차량에 내 위치를 알리는 헤드램프와 브레이크등 같은 등화 장치 역시 정해진 광도와 색상 기준을 인증을 통해 확인해야 판매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승객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 그래서 신차의 충돌 안전성 검증은 인증의 꽃이라 불린다. 자동차는 정면, 부분 정면, 측면, 그리고 전신주 같은 구조물에 부딪히는 기둥 측면 충돌 상황까지 가정하여 가혹한 시험을 거친다. 이때 차체는 승객이 머무는 세이프티 존을 완벽히 보존해야 하며, 에어백은 찰나에 전개되어 충격을 흡수해야 한다. 최근에는 탑승객뿐만 아니라 보행자의 안전까지 인증 범위가 확대되었다. 사고 시 보행자의 머리나 다리가 차량 외부 구조물과 부딪힐 때 발생하는 충격을 완화하는 구조를 갖추었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필수가 되었다.
최소한의 법적 강제 인증과는 별개로,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안전성을 평가하는 신차 안전도 평가 제도(KNCAP)는 자동차의 상품성을 결정짓는 척도가 되고 있다. 매년 출시되는 신차를 대상으로 등급을 매기는 이 제도는 법적 기준보다 훨씬 가혹한 조건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결과를 발표한다. 여기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브랜드 신뢰도와 직결되기에, 제조사들은 단순히 법규를 통과하는 수준을 넘어 KNCAP에서 우수한 등급을 획득하기 위해 차체를 보강하는 등 사활을 건다. 안전 등급이 낮게 평가된 차량은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며 안전 인증의 영역은 넓어졌다.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인 고전원 배터리의 안전성이 핵심이다. 배터리가 물에 잠기는 침수 상황, 극한의 열이 가해지는 연소 시험, 과도한 전류가 흐르는 과충전 시험은 물론, 물리적인 강한 충격을 가하는 낙하 및 압착 시험까지 통과해야 한다. 어떠한 가혹 조건에서도 배터리가 발화하거나 폭발하지 않아야 하며, 사고 직후 고전압 시스템을 즉각 차단하여 유해 가스가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 구조 대원과 승객의 2차 피해를 막아 내는 기술도 인증을 받아야 한다.
점점 엄격해지는 배기가스 규제처럼 자동차 안전에 대한 기준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에어백이 기본이 되고 있는 요즘은 교통사고의 사망자의 대부분은 보행자.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유럽부터 시작한 일반 안전 규정(GSR)은 보행자 보호를 위해 지능형 속도 제한 장치나 비상 제동 장치(AEBS)처럼 사고 자체를 방지하는 능동형 안전 기능을 의무적으로 탑재해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 강화는 제조사에게는 넘어야 할 높은 산이지만, 동시에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규제가 촘촘해질수록 자동차는 더욱 안전하고 스마트한 기계로 거듭나기 때문이다.
자동차 인증 제도는 결국 도로 위를 달리는 모든 생명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제조사에게는 인증을 통해 우리가 만든 제품이 세상을 이롭게 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한다. 완벽한 안전을 향한 여정에는 끝이 없다. 충돌 성능부터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까지, 모든 항목에서 별이 다섯 개라는 최고의 성적표를 받기 위한 엔지니어들의 고군분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 별 다섯 개 안에 담긴 무게가 바로 한 사람의 생명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