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기술과 소재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총체적인 브랜드 경험이다.
자동차의 성능이 이동하는 수단로서의 기초 체력이라면, 디자인은 고객의 감성을 자극해 소유욕을 완성하는 결정적인 무기다. 길거리에 수많은 자동차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제조사는 무난함과 파격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브랜드만의 고유한 언어를 디자인에 입혀야 한다. 성능 수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고객의 마음을 훔치는 상품성은 성능으로 시작해서 디자인으로 완성된다.
디자인 전략은 시장의 요구에 따라 세 갈래로 나뉜다. 대다수의 선택을 받는 무난한 차가 되려면 시대를 타지 않는 균형 잡힌 조형미가 필요하다. 눈길을 사로잡는 튀는 차는 강렬한 첫인상으로 시장에 파동을 일으킨다. 마지막으로 고급스러운 차는 시각적인 화려함을 넘어 가죽, 우드, 알루미늄 등 실제 소재가 주는 촉각적 만족까지 커버한다. 지금은 너무 눈에 띄는 새로운 디자인도 시간이 흐르면 지루해지기 마련이고, 너무 파격적인 시도는 대중에게 부담을 주어 판매에 독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익숙함 속에 한 스푼의 신선함을 담아내는 진보적인 익숙함이 자동차 상품 디자인 기획의 핵심이다.
디자인은 단순히 예쁜 모양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인식시키는 과정이다. 전면부의 그릴 형태, 헤드램프의 눈매, 차체를 가로지르는 실루엣은 멀리서 보아도 어느 회사의 차인지 알 수 있게 하는 지문과 같다. BMW의 '키드니 그릴'이나 포르셰의 매끈한 '플라이라인'은 그 자체로 브랜드의 역사가 되어 고객에게 신뢰와 자부심을 제공한다. 신차 기획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도 신선함을 주는 것은 가장 어려운 숙제 중 하나다.
다른 차들과 구별되는 차별화는 기존의 문법을 파괴하는 시도에서 이루어진다. 테슬라가 처음 선보인 대형 중앙 터치스크린은 물리 버튼을 최소화하며 자동차를 달리는 스마트 기기로 정의했다. 벤츠 S-클래스의 화려한 앰비언트 라이트나 현대 아이오닉 5의 픽셀 라이트 역시 해당 차량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각인되는 강력한 차별화 포인트다. 이러한 아이코닉한 요소는 고객에게 이 차는 무언가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는 동력이 된다.
최근에는 외관 못지않게 실내 소재와 사용자 경험이 상품성을 가르는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친환경 트렌드에 발맞춘 재활용 소재의 고급화나 최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은 차량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인다. 아무리 멋진 겉모습을 가졌더라도 탑승자가 매일 만지고 머무는 공간의 소재가 조잡하다면 상품성은 급격히 하락한다. 결국 디자인은 눈에 보이는 형태를 넘어, 기술과 소재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하나의 총체적인 브랜드 경험이어야 한다.
좋은 자동차 디자인이란 결국 도로 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가치를 대변해야 한다. 너무 튀어서 부담스럽지도, 너무 평범해서 잊히지도 않는 절묘한 균형점을 찾는 것. 그 한 끗 차이의 감각이 브랜드의 격을 결정하며 고객이 기꺼이 지불 가치를 느끼게 만든다. 그러기에 신차 기획자는 유행을 좇는 관찰자를 넘어, 새로운 경험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창조자의 눈으로 자동차 디자인을 바라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