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로 적용되는 새로운 기술은 없다.

차가 팔리려면 새로움이 필요하지만 필요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

by 이정원

새로운 차가 팔리려면 사람들이 차를 사야 할 명분이 있어야 한다. 시장에 널려 있는 수많은 차 중에 그 차를 골라야 하는 차별성이 있어야 하고 기존의 차를 팔고 새 차로 갈아타야 할 이유를 만들려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기능이 필요하다. 특히 이미 경쟁 모델들이 대부분 갖춘 기술이라면 시장 진입을 위한 기본이 된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로 적용되는 새로운 기술은 없다. 신차를 기획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하나 추가할 때마다 원가는 상승하기 때문에 이 비용이 과연 판매 증진을 통한 이익으로 회수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자문할 수밖에 없다.


image.png 신차가 출시되면 새로운 기능이 옵션으로 들어가면서 마케팅에 활용된다.


가장 직접적인 비용은 새롭게 추가되는 부품값이다. 새로운 센서, 액추에이터, 거기에 이를 제어하는 고성능 제어 장치가 추가되면 부품표상의 원가는 바로 상승한다. 거기에 새로운 기능을 구동하기 위한 전용 와이어링 하네스, 고용량 전원 장치, 그리고 이를 고정하기 위한 브래킷과 하우징 등 수많은 부대 부품이 연쇄적으로 추가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추가된 부품들은 고스란히 차량 제조 원가에 반영된다.


부품만 더한다고 새 기능이 바로 작동할 수는 없다. 연관된 수많은 제어기 사이의 신호 체계를 재설계해야 하고, 제어 장치에 새로운 SW를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신호들을 주고받을 신호선들도 다시 설정해야 한다. 협력 업체와 협의해서 새로운 설계가 적용된 시작품을 일단 만들어 제대로 동작하는지 확인하고 차에 달아서 실 도로에서 성능을 점검하고 다른 기능과 간섭은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가상 시뮬레이션부터 너무 더울 때나 추울 때 혹은 비가 많이 내리는 조건이나 높은 고지 같은 극한 조건에서도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인건비와 시험 비용은 개발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image.png AEBS 충돌 시험 중인 테스트 차량


설계가 변경되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추가되는 작업들도 있다. 변경 내용을 정부에 신고하고 필요한 규제에 대해서는 인증을 받아야 한다. 조립 라인에 새로운 로봇을 설치하거나 기존 설비를 수정하는 데는 투자비가 필요하다. 양산을 마치고 나온 차에서 해당 신기능이 제대로 장착되었는지 확인하는 검수 프로세스와 장비가 추가되어야 한다. 새로운 부품 공급망을 관리하는 물류비용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항목이다.


차가 팔린 후에도 비용 발생은 멈추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을 설명하기 위해 고객 매뉴얼을 업데이트하고 자세히 안내하는 홍보 영상도 필요하다. 서비스 센터의 정비사들에게 새로운 기술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장 유형과 수리법을 교육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처음 시장에 나오면 이런저런 필드 문제를 분석해서 초기 품질에 대응해야 하고 보증 수리 충당금도 미리 적립해야 한다. 신기술이 복잡할수록 예상치 못한 리콜 리스크와 그에 따른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image.png 새로운 기능을 알려 주고 사고 발생 시 법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고객 매뉴얼은 상세히 업데이트해야 한다.


요즘은 기본이 되고 있는 ADAS 기능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을 예로 들어보자. 차간 간격을 고려해서 속도를 제어하는 ACC 기능은 단순히 레이더 센서 하나 단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려면 엔진은 가속을 제어해야 하고, 변속기는 최적의 단수를 찾아야 하며, 전자식 브레이크 시스템은 즉각적인 감속을 수행해야 한다. 이 수많은 장비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오차 없이 협조 제어를 수행하도록 개발하는 과정에서 ECU / TCU / BCM 등 각 부품들의 제어 장치들의 SW들을 모두 업데이트하고 잘 구현되는지 여부를 실차에서 확인해야 한다.


image.png ACC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부품들. 한 가지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전체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차 내부에는 새로운 ACC 기능을 켜고 조작하기 위한 키패드들이 업데이트되어야 하고, 대시보드의 모니터에는 관련한 정보를 운전자가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되어야 한다. 개발 과정에서 모두 검증하지 못하는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이나 급커브 구간에서의 인식률 등 수만 가지 시나리오를 체크하기 위해서는 수십만 km의 Fleet 주행도 시행한다. 국가별 안전 규제와 법규를 만족하는지 인증을 받는 과정까지 진행하는데 필요한 시험 차량 제작 비용, 개발 비용, 시험 진행 비용, 새로운 설계를 반영한 금형 비용 등등 모든 단계에는 집행하기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


자동차 신차 기획은 결국 새로운 기술 도입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과 그 기술을 넣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총비용 사이에서 최적의 손익 분기점을 찾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기술이라도 회사의 수익성을 훼손한다면 실패한 기획이다. 그러나 비용 절감에만 매몰되어 시장의 흐름을 놓친다면 제품과 회사는 도태된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수익과 기술의 균형점을 찾는 줄다리기는 개발 과정 내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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