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대체하는 것은 현재의 노동이 아니라 미래의 일자리다.
코스피 지수가 5000을 넘기고 연일 새로운 기록들을 경신해 나가고 있다. 전체적인 시장은 인공지능 메모리 반도체의 활황이 주도하고 있지만 다른 한 축인 자동차도 만만치 않다. 특히 CES 2026에서 현대자동차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한 이후로 주가가 급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8년 실제 생산 공장에 투입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되면서 제조 효율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자동차 회사이지만 로봇에도 진심인 회사 중 Tesla는 좀 더 사람의 잔 동작을 비슷하게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자율주행 기술에서 진화한 상황을 판단하고 맞추어 정밀 제어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2027년부터 옵티머스 공급 의지를 밝히고 있다. Tesla에게 로봇은 차에서 파생된 새로운 상품이다.
그에 비해 현대차가 Boston Dynamics 인수 후 함께 개발해서 이번에 발표한 아틀라스는 여러 관절의 움직임이나 모터의 출력 같은 스펙들이 차량 제조 현장에 맞추어져 있다. 일단은 미국에 짓고 있는 메가 플랜트를 중심으로 적용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제 인공지능이 단순히 책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대체하는 수단을 넘어 직접 노동의 영역도 넘보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위기감을 느낀 노조는 로봇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기업 입장에서 휴머노이드 도입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로봇은 파업하지 않으며,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할 수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새로운 작업을 즉각 학습할 수 있어 시장 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는 혼류 생산에 최적화할 수 있다. 불확실성이 커진 요즘 시장에서 한 대가 2억이나 하지만 생산직 2명 1년 연봉이면 감당되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변화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당장 지금의 현대차 노조가 로봇으로 대체되기는 쉽지 않다. 로봇이 투입되려면 그에 맞는 설비가 갖춰져야 하기에, 기업들은 기존 공장보다는 신규 공장부터 로봇을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기득권을 가진 숙련 노동자들의 자리는 당분간 안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짜 비극은 여기서 시작이다. 로봇이 대체하는 것은 현재의 노동이 아니라 미래의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2025년 고용 통계를 통해 그 전조를 보고 있다. 코스피 5000 시대를 맞이하는 2025년 한국 고용 시장은 역대 최고 고용률을 기록했지만, 그 내면은 세대별로 철저히 양극화되었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연간 40~50만 명씩 급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반면, 20대 취업자는 17만 명 이상 감소했다. 출산율의 감소로 인해 연 100만 명에 달하던 베이비부머 세대와 비교해 지금 20대는 연 40만 명 수준으로 줄어든 역피라미드 형태의 인구 구조에 기인한 바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20대보다 60대가 더 많이 일하는 사회가 되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구직 활동조차 포기하고 그냥 쉬었다는 2030 세대가 72만 명에 육박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숙련도가 낮고 교육 비용이 많이 드는 청년 신입사원을 뽑느니 상대적으로 임금이 저렴하면서도 성실한 60대 고령층을 고용하고 있다. 그리고 조만간 그 자리는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비용 절감과 효율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들의 자연스러운 변화는 사회생활과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라는 20대의 첫 번째 사다리를 걷어 가고 있다.
자율주행과 인공지능을 이어 다가온 피지컬 AI는 숙련공의 움직임을 학습하여 복제할 수 있다. 과거에는 밑바닥에서부터 일을 배우며 숙련공으로 성장하던 경로가 있었지만, 이제 그 진입로를 로봇이 차지하게 된다. 고령의 기존 숙련공들은 그나마 자리를 지키지만 청년들은 기술을 배울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노동 시장 밖으로 밀려나니 기술에 의한 인간 소외를 넘어 세대 간의 생존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기계가 인간의 근육을 대체하는 시대에 사라지는 부의 사다리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아닌 정부와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면 해법도 구조적일 필요가 있다. 로봇 도입으로 얻은 기업의 초과 이익에 로봇세를 과세해서 세수를 확보하고 이를 일자리 진입 장벽에 가로막힌 청년들의 재교육과 기초 생활을 보장하는 재원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로봇이 가장 잘하는 반복 수행을 가르치는 교육에서 벗어나, 로봇과 AI를 관리하고 기획하는 새로운 역량을 중심으로 교육 체계도 개편해야 한다.
기업이 신입 채용을 기피한다면, 국가가 나서서 청년들이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일자리 생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로봇의 생산성을 바탕으로 인간이 감당해야 하는 전체 노동 시간이 줄어든다면 남은 업무의 총량을 전 세대가 고루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사회적 타협도 필요하다.
단 한 대의 로봇도 들일 수 없다는 현대차 노조의 주장이 응원을 받지 못하는 건 아마도 더 절실한 세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로봇을 비롯한 제조업의 자동화는 글로벌 무대에서 당장 경쟁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는 변화의 물결이기도 하다. 기술 발전으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로봇이 청년의 일자리를 뺏는 침입자가 아니라, 그들의 삶을 더 가치 있는 곳으로 이끄는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지금 당장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자. 청년의 희망이 없는 미래에는 우리도 없다.
자동차 산업 동향 전문 플랫폼 아우토바인에 기고한 글을 조금 늦게 공유합니다. 이미 BMW가 고전압 배터리 작업 현장에 휴머노이드를 실제 투입하고 여러 자동차 회사들이 생산용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기술의 변화가 가져올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