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다변화되고 있다

다변화되는 배터리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준비하자.

by 이정원

한때 고성능의 대명사였던 NCM 삼원계 배터리는 한국 배터리 산업의 자부심이자 무기였다. 그러나 전기차 대중화의 흐름 속에 시장의 저울추는 급격히 가성비로 기울었다. 중국이 주도한 LF 배터리는 2026년 현재 글로벌 점유율 50%를 위협하며 시장의 주류가 되었고, 우리 기업들은 뒤늦게 LFP 양산에 뛰어들며 열심히 추격하는 중이다. 기술적 돌파구로 여겨지던 전고체 배터리 역시 게임 체인저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제조 원가와 양산 기술 확보라는 거대한 벽에 막혀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혼돈 속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의 대항마로 떠오른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등장으로 배터리 전쟁의 전선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CATL, BYD, Farasis 등 중국 기업들은 이미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차세대 핵심 포트폴리오로 확정했다. 특히 최근 장안자동차(Changan)가 CATL의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승용차를 세계 최초로 양산 공개하며 상용화의 서막을 알렸다. 이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실험실을 넘어 도로 위로 본격 쏟아져 나오는 시간이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최대 강점은 흔하디 흔한 소금을 주원료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리튬 대비 지각 내 매장량이 1,000배 이상 많아 원소재 수급이 압도적으로 용이하다. 또한, 열적 안정성이 뛰어나 화재 위험이 낮고, 영하 40도의 극저온에서도 90% 이상의 성능을 유지하는 탁월한 저온 성능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격 경쟁력이다. 양산 체제가 안착되면 기존 리튬 기반 배터리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이 가능해져, 보급형 전기차 시장의 치트키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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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리튬 이온 대비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 확보에 태생적 한계가 있다. 또한, 나트륨 이온은 리튬보다 입자가 크기 때문에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에서 사용하던 흑연 음극재를 그대로 쓸 수 없다. 흑연 층 사이로 비집고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층간 거리가 넓은 하드 카본이라는 특수 소재를 써야 하는데, 이 소재는 아직 생산 공정이 까다롭고 가격이 비싸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초기 단가를 올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운영 측면에서도 숙제가 남아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방전 중에도 전압이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는 구간이 길지만,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에너지가 소모됨에 따라 전압이 직선적으로 떨어지는 특성을 보인다. 이는 전기차의 출력이 주행 후반부로 갈수록 불안정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잔량에 따라 정교하게 출력을 제어하는 고도화된 BMS 설계가 필요하다. 안 그래도 짧은 주행거리의 약점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천정부지로 오르던 리튬 가격이 최근 크게 하락하고 있는 상황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 상용화의 속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2년 고점 대비 리튬 가격이 80% 이상 폭락하면서, 비싼 리튬의 대안으로써 가졌던 나트륨의 가격 매력이 희석된 것이다. 탄산 리튬 가격이 톤당 10만 위안 아래로 형성되는 저가 국면이 지속되면, 굳이 인프라가 부족한 나트륨 이온 배터리로 갈아타야 할 경제적 장점이 사라진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시장 진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전기차 비율이 높아질수록 리튬 수요는 다시 폭증할 것이고, 특정 지역에 편중된 리튬 자원은 언제든 지정학적 무기가 될 수 있다. 자국 이기주의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원 확보의 불확실성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국가의 에너지 안보를 위한 필수 기술이 된다. 리튬 가격의 불안정성과 상관없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나트륨 이온 배터리 기술 보유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더군다나 전기차 시장은 이제 얼리어답터의 시대를 지나 캐즘을 돌파하기 위한 가성비 전쟁에 돌입했다. 중국과 유럽을 기점으로 2만 달러 이하의 저가형 전기차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배터리 원가 절감은 이제는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CATL 등 선두 기업들이 예고한 대로 나트륨 이온 배터리 대량 생산이 본 궤도에 오르면, NCM 대비 50% 이상 저렴한 반값 배터리가 현실화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 역전을 앞당기고 자연스럽게 전기차 보급률을 높이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image.png 2026년 인터배터리에 소개된 LGES 소듐이온 배터리


우리는 이미 LFP 배터리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다가 시장 주도권을 내어준 뼈아픈 경험이 있다. 당시 저가형 중국 기술이라 치부했던 오만이 현재 우리 배터리 산업의 위기로 돌아왔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배터리 시장의 전선이 나트륨과 전고체로 더 넓게 재편되는 새로운 변곡점에서 다변화되는 배터리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는 연구에 속도를 내야 한다. 변화하는 파도에 올라탈지 아니면 그대로 삼켜질지는 어떤 준비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동차 산업 동향 플랫폼 아우토바인에 기고한 글을 조금 늦게 공유합니다. 전기가 존재하는 한 배터리는 늘 중요하겠죠. 판이 점점 더 넓어져 가는 시점에서 변화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https://autowein.com/2935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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