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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Dec 18. 2020

장기 보관하는 차량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요?

오랜만에 운동하려면 스트레칭이 필요한 것처럼 차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카QA센터-33] 장기 보관하는 차량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요?


2018년에 파견을 가게 된 저에게 한 가지 숙제는 차를 어떻게 해야 하냐는 것이었습니다. SM5 디젤 차량이었는데, 중고차로 팔자고 하니 중국은 가까우니까 그래도 자주 귀국할 거 같고 그럴 때마다 쓸 차량이 필요할 거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주차장에 그냥 방치해 두자니 차량 관리가 힘들어 보였습니다. 마침 친척 분 중에 차가 필요하신 분이 계셔서 보험료는 제가 내고 평소에 타시다가 한국에 오면 다시 받아서 타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올해 복귀한 이후에는 다시 받아서 잘 타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행이나 출장 파견 등의 이유로 차를 운행을 못하고 장기 보관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든 물건이 자신의 목적에 맞게 설계가 되어 있는데 그 일을 못하게 되면 기능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죠. 안 입는 여름옷도 잘 챙겨 둬야 다음에도 입을 수 있듯이 장기 보관하는 차량도 특별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건 배터리입니다. 차에 달린 많은 전자 장비를 구동해야 하는 배터리는 시동이 꺼진 후에도 계속할 일을 합니다. 블랙박스가 연결되어 있으면 전력이 소모됩니다. 장기 보관 시에는 반드시 블랙박스는 꺼 주셔야 합니다. 그런 외부 장치 말고도 무선 키 신호를 대기하는 기능이나 보안을 위한 경보 장치 등과 같이 시동을 끄고 문을 잠가도 소비되는 기본 전력이 있습니다. 보통 차량 개발 시에는 이런 기본 소비 전력이 신차 배터리 기준으로 3달 정도는 버틸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신차 기준이니까요. 배터리 사용 이력에 따라서 만약 2달 이상 차를 세워 두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배터리 연결을 끊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플러스 단자는 여러 센서들과 같이 붙어 있어 탈거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민감한 전자 장비의 경우에는 플러스 단자를 떼면 Reset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 되도록 배터리의 마이너스 전극만 빼서 고무나 장갑 같은 절연체로 싸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겨울을 끼고 장기 보관하시는 거라면 냉각수는 미리 겨울철 부동액으로 넣어 두어서 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타이어 압은 낮과 밤의 온도차를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낮아지니 복귀하시면 기준 압으로 다시 맞추면 되고요. 오래 동안 방치되어 있던 브레이크 패드는 녹이 잔뜩 껴 있을 텐데 몇 번 주행하고 나면 다시 깨끗해집니다. 성능에는 큰 영향 없습니다. 햇빛과 비바람에 노출이 되면 아무래도 외부 광택에 영향을 주니 되도록 지하 주차장에 CCTV 잘 찍히지만 외진 곳에 보관하시면 좋습니다. 온도차도 더 적으니 차량 관리에도 더 좋을 겁니다. 여러 에어 필터류들은 장기간 사용하지 않으면 곰팡이가 생기곤 하기 때문에 복귀 후에 교체해 주면 좋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엔진입니다. 오랜 기간 엔진을 움직이지 않으면 엔진에 있던 엔진 오일은 모두 바닥으로 흘러 내려옵니다. 엔진 오일 자체는 열이 너무 높을 때 산화되면서 노화되기 때문에 상온에 장시간 있다고 해서 성분이 변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오랫동안 주행하지 않았던 엔진을 다시 시동을 걸 때입니다. 마치 사람의 혈액이 심장을 통해 펌핑되어서 온 몸을 돌 듯이 엔진 바닥에 고여 있던 엔진 오일도 엔진이 돌기 시작하면 빠르게 엔진 구석구석을 향합니다. 그래서 엔진 내부에 오일 갤러리에 충분히 오일이 차고 엔진 피스톤과 실린더 사이도 넉넉히 오일이 따뜻하게 도포될 때까지 한 달 이상 차를 주행하신 적이 없다면 최소 5분 이상 공회전 상태로 웜업을 해 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평소에 운동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등산하고 나면 온 몸이 뻐근하죠?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쩔 수 없이 장기 보관해야 한다면 혹시 모를 위험은 미리 대비하고 최대한 변화가 적은 환경을 만들고 다시 주행하기 시작할 때는 천천히 부드럽게 시작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언제 쉬었냐는 듯이 금세 열심히 달려 줄 겁니다.


카QA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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