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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Dec 22. 2020

노인을 위한 자동차는 어디에 있나?

나이가 들어도 안전하게 내 마음대로 이동하고 싶은 마음은 마찬가지입니다.

[카QA센터-35] 제 친구 부모님은 연세가 이제 일흔을 넘어가시는데도 여전히 운전을 하고 싶어 하십니다. 가끔은 불안한데 노인 분들을 위한 자동차는 없나요?


지방에 지내다 보면 제일 크게 느껴지는 차이가 대중교통의 촘촘함입니다. 아무래도 대도시에 비해 버스나 지하철의 밀도가 떨어지다 보니 직접 걸어서 이동하는 거리가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건강해 지기는 했는데, 나중에 부모님을 근처에 모시기라도 하면 과연 지하철 역까지 혹은 가까운 병원이라도 다니시는 것이 가능할까 싶은 걱정이 듭니다.


몸은 예전 같지 않아도 내 마음대로 움직이고 싶은 것이 사람의 자연스러운 바램인지라, 연세 많은 분들도 운전대를 놓는 건 참 싶지 않은 일인 거 같습니다. 저 스스로 “이제 운전을 그만해야겠어”하고 결심하는 순간을 상상해 보아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마치 내가 이제는 기본적인 것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무기력한 느낌이 듭니다.


나이가 들면 사실 큰 차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다 떠나서 새로운 가정을 꾸렸고 다들 본인 차들이 있을 테니까요. 은퇴 후에 노부부 두 분이 가까운 곳을 자주 다니는 용도라면 주차도 편하고 접촉사고의 위험도 적은 준중형차 정도의 크기가 적당해 보입니다.


너무 새로운 기능들은 오히려 부담스러우실 겁니다.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차량 내 초대형 터치 스크린으로 하는 조작 같은 건 이해도 어렵고 와 닿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기능을 물리적 버튼 형태로 쉽게 조작 가능한 차가 더 적당해 보입니다.


동력 장치도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같은 새로운 형태보다는 익숙하고 쉬운 가솔린 엔진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연료 구하기가 쉽고 진동은 덜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이 적으니까요. 엄청 높은 속도로 달릴 것도 아니니 연비가 좋은 다운사이즈 엔진이면 더 좋을 듯합니다.

이런 컨셉으로 우리보다 초 고령화 사회를 먼저 겪은 일본에서 출시되어 크게 성공한 차량이 SM3의 모델이 된 닛산의 실피(SILPHY) 입니다. 은퇴한 노부부를 위한 차량이라고 타겟을 정해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제가 결혼하고 샀던 SM3도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기본에 충실한 차였습니다.


그때의 SM3에 더 필요한 기능을 추가하라면 안전을 위한 시스템들입니다. 떠들썩한 자율주행 말고 위험하면 미리 진단해서 알리고, 알아서 멈추는 AEBS (Advance Emergency Braking System)이 필수겠죠. 가능하다면 전방뿐 아니라, 나이 드신 분들이 쉽게 놓치시는 측면이나 후면에도 여러 센서들을 달아서 위험이 있으면 큰 소리와 계기판에 경고를 보내 주의를 주는 여러 편의 시스템들이 더해지면 좋겠습니다.



혹여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서 에어백도 최대로 달았으면 합니다. 측면 충돌을 보호하는 커튼 에어백이나 사이드 에어백도 넣어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겠습니다. 사실 이미 언급된 기술들은 개발이 다 되어 있고 많은 차량들에 적용이 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사양들이 고급 사양으로 묶여서 비싸다는 점입니다. 은퇴 이후 고정된 수입이 없는 노인 분들의 입장에 한 번에 큰돈을 지불하는 것이 부담스러우실 겁니다. 안전을 위한 필수 옵션들은 선택하고 싶어도 그러려면 커다란 스크린도 포함된 최고급 옵션이 포함된 비싼 사양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준중형차에 돈을 쓰는 주체가 20~30대라고 하더라도 마케팅뿐 아니라 옵션의 조합도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습니다. 노인을 위한 자동차는 자동차 회사에게는 없는 상황인 거죠.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태어난 70~80년대만 해도 80만 명이었던 신생아 수가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30만 명 이하가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조영태 교수님의 “정해진 미래”라는 책 제목처럼 이른바 초 고령화 시대로 빠르게 접어들고 있는 것은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고 여러 산업 구조가 이런 변화에 영향을 받을 겁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안전에 중점을 맞춘 조합 거기에 계기판의 글자를 키울 수 있게 한다거나 위급 상황에 대한 음성 안내 볼륨을 늘리는 것 같은 나이 드신 분들을 배려하는 옵션 등을 추가되면 의외로 찾는 분이 많지 않을까요? 결국 품질이란 소비자가 스스로 대우받고 있다는 느낌에서 나오니까요. 회사 내 상품 기획하시는 분들께 슬쩍 던져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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