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동차 회사로 거듭나고 있는 테슬라의 2020년은 화려했습니다.
[카QA센터-38] 2020년 테슬라 배터리 데이가 마쳤습니다. 새로운 소식은 어떤 것이 있고 앞으로 무엇이 바뀔까요?
중국에서 전기차를 개발할 때의 일입니다. 저희에게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던 업체가 출시를 6개월 앞두고 갑자기 우리가 원하는 배터리 수를 만들려면 투자가 필요하니 별도로 투자를 해 주거나 단가를 올려 주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해 왔습니다. 이미 인증과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데 날벼락이나 다름없는 통보였습니다. 부랴부랴 사장에 그룹 구매 본부장에 협력사였던 동펑 그룹 임원까지 참여해서 투자 중 일부는 공장이 있는 시에서 지원하고 단가는 원하는 인상폭의 40% 정도에서 협상을 마쳤습니다만. 적어도 전기차 입장에서는 배터리 회사가 갑이구나 하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9월에 있었던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는 전기차 사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자체 배터리 생산을 공식화했다는 데에 가장 큰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모든 테슬라의 생산량을 자체 생산하는 배터리로 충당하지는 않을 것이고 기존의 배터리 업체들과 물량을 나누어 가지겠지만, 적어도 자체적으로 대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을의 위치에서 벗어 날 수 있게 됩니다.
단순히 생산뿐 아니라 구체적으로 46800 규격 (지름 46mm / 높이 80mm) 원통형 배터리에 지금 보다 밀도는 5배 / 출력은 6배 / 주행거리는 16% 증가하나 가격은 Kwh당 2023년까지 100달러 이하 / 2020년까지 60달러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배터리 자체의 성능과 밀도 가격에 대한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같이 사업을 하고 싶어 하고 배터리를 공급하고 싶어 하는 전 세계의 주요 배터리 회사들에게 RFQ (Request for Quotation)를 공식적으로 천명한 셈입니다.
이는 본인들이 시장의 표준을 만들겠다는 뜻이고, 여기에 2만 5천 달러 수준의 Model 3 개발을 통해 내연기관보다 더 저렴한 전기차로 자동차 시장 자체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국내 많은 매체들은 테슬라의 이번 배터리 데이 발표에 대해서 기대했던 혁신이 보이지 않았다고 평이 많았습니다. 아마도 테슬라라는 기업 자체보다 주가에 더 큰 관심이 있다 보니, 이미 주가에 반영된 높은 기대치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기대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실제 차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자동차 회사인 테슬라가 배터리도 진출한다는 점. 그리고 배터리 회사들이 지향하는 고밀도 / 고출력 / 안정성 / 긴 주행거리에 저렴하기까지 한 배터리를 만들겠다고 천명한 점. 거기에 내연기관 자동차와 같은 수준의 차량을 만들겠다는 로드 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애플 같은 IT 기업 같았던 테슬라가 더 진지하게 Car Maker로서의 입지를 세워 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정도 바꾸고 기간도 단축하고, 내부 구조의 밀도도 높이고 배터리 재료에 대한 연구까지 많은 기업들이 늘어날 Volume에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테슬라와 기술 제휴를 할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테슬라 자체의 배터리 기술의 완성도도 높아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겠죠? SK와 현대차의 콜라보처럼 앞으로 차량 제작사와 배터리 회사와의 합종연횡이 이어질 겁니다. 이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안기는 2020년 배터리 데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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