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pus Script : 초애삼계탕

서울특별시 양천구 남부순환로 605 초애삼계탕 559-14번지

by 그리울너머



심마니 초애삼계탕

4월은 봄과 여름의 애매한 경계에 서 있다. 조금 선선하면 봄을 느끼다가도, 낮 기온이 오르면 문득 초여름의 기운을 떠올리게 된다. 쌀쌀함과 더위를 오가며 다가올 여름을 준비하는 지금, 뜨거웠던 2025년의 초복을 기억해 본다. 당시 서울의 유명한 블루리본 맛집인 원조 호수 삼계탕을 방문하려 했으나, 소문만큼이나 끝이 보이지 않는 대기 줄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차선책으로 택한 오류동의 동네 삼계탕집마저 이미 닭이 소진되었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25년의 여름은 무척이나 더웠나 보다. 하지만 이미 배고픈 허기와 오기 섞인 고집은 나를 오류동에서 차로 15분 거리인 신월동의 ‘초애삼계탕’으로 이끌었다.


업체 제공 사진

가게 앞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간판에 선명히 적힌 ‘심마니’라는 단어였다. 호기심을 안고 들어선 가게 내부에는 전국 각지에서 직접 캐온 약초들이 가득했다. 매장 한쪽에는 다양한 약재가 진열되어 있었고, 공기 중에는 은은한 한약재의 향이 배어 있었다. 운 좋게도 그날은 산에서 약초를 캐고 막 돌아오신 사장님을 직접 뵐 수 있었다. 환하게 반겨주시는 사장님의 모습에서, 이곳의 음식이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20분 남짓한 웨이팅 시간 동안 매장을 둘러보며 마주한 약재들의 향기는 기다림의 지루함을 기대감으로 바꾸어 놓았다. 곁에서 식사하시던 한 어르신이 “이건 삼계탕을 먹는 게 아니라 약을 먹는 것 같다”며 감탄하시던 말씀은 맛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자극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주한 약초 삼계탕은 첫 국물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은은하게 퍼지는 쌍화탕 같은 약초의 향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면, 곧이어 묵직하고 구수한 곰탕 베이스의 육수가 혀끝을 감싸 안는다. 쓴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뒤에 오는 육수의 깊이가 맛의 균형을 잡아주었다. 약재를 활용한 요리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은 약초 특유의 향이 주재료인 닭의 맛을 덮어버리지 않게 조절하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약초 향이 너무 강해 음식의 본질을 흐트러뜨리기 쉽지만, 초애삼계탕은 달랐다. 수많은 약재의 쓰임새를 연구한 끝에 찾아낸 듯한 비율은, 약초의 건강함 뒤에 묵직한 육수의 감칠맛을 배치해 ‘맛있는 건강식’으로 풀어냈다. 전국을 누비며 땀 흘려 캐온 약초들이 한 그릇의 뚝배기 안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과정은 분명히 수많은 연구와 시행착오의 결과물일 것이다.


삼계탕의 본질
카레 삼계탕

이곳의 메뉴는 단순히 ‘약초’에 머물지 않는다. 약초라는 이미지가 자칫 특정 입맛에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듯, 메뉴 구성에서 세심한 고민과 열정이 느껴진다. 카레 삼계탕, 곰탕 삼계탕, 장뇌 전복 삼계탕 등 일반적인 범주를 벗어난 메뉴들은 보신을 위해 찾아온 손님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려는 진심 어린 배려다. 전국에 여러 체인점이 생겨나고 있지만, 본점에서 느껴지는 이 묵직한 맛을 온전히 복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이 맛에 감동한 지금의 사장님들이 맛을 공유하고자 하나둘 지점을 늘려갔을 테다. 단순히 음식을 파는 행위를 넘어, 건강함과 보신이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손님에게 전달하려는 사장님의 고집은 한 그릇을 비워낼 때마다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초애삼계탕은 ‘심마니의 집념’이 써 내려간 가장 건강한 각본이다. 산을 누비며 약초를 찾는 마음과, 그것을 식탁 위의 요리로 보낸 시간들. 우리가 마주하는 한 그릇은 그 보이지 않는 진심이 담겨 있다.


이제 곧 다시 무더운 여름이 찾아온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사가 아니라, 몸과 마음을 동시에 보하고 싶을 때 작년 여름, 허기와 오기 속에서 발견한 신월동의 초애 삼계탕을 찾아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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