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pus Script : 동양집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3가 58-60

by 그리울너머

동양집


문래동은 철공소의 거친 질감과 현대적인 감성이 공존하는 묘한 매력을 지닌 곳이다. 퇴근길 직장인들의 활기와 대학생들의 에너지가 어우러진 이 동네에서 맛집을 찾는 기준은 명확하다. 인파가 몰리는 신도림역 근처보다는 문래역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식당들이 대개 맛이 좀 더 나은듯 싶다. 유심히 관찰해 보면 번화가의 대형 매장들은 많은 웨이팅과 회전율 때문에 오픈과 마감 그 텀에 대한 차이가 있는듯 하다. 반면에, 골목 안쪽의 식당들은 빈자리가 없을 만큼 만석임에도 서두르는 기색 없어 한결같은 맛을 느낀다. 상권이 좋아서 인지 번화가 쪽의 가게들은 식당이 자주 바뀌는 한편, 골목에 위치한 식당들은 자부심 강한 쉐프님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 골목에 굽이지고 여러 갈래 가게들 중 ‘동양집’이 있다. 동양집은 화려한 간판보다 메뉴판 첫 장에 적힌 ‘이야기’로 손님을 먼저 맞이한다. '이야기'가 있는 식당은 단순히 자신의 이름을 내거는 것보다, 가게 자체의 역사와 본질을 지키려는 노력은 그 자체로 식탁의 무게를 다르게 만든다. 동양집의 시작은 일본 지바현 아네가사키라는 작은 마을에서 어머니가 운영하신 한식과 일식을 병행하던 식당 ‘동양’이었다. 일본의 장인 문화가 그러하듯 아드님이 그 맥을 이어받아 한국에서 동양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비록 일본 본점은 현재 운영되지 않지만 그 정신만큼은 문래동 골목에 고스란히 옮겨져 있다.


이곳의 세심한 배려는 입구에서부터 시작된다. 네이버 예약 후 방문하면 제공되는 전통주 한 잔은 그날그날 엄선된 종류로 건네지는데, 이는 본 식사를 시작하기 전 입안을 정돈하고 풍미를 돋우는 완벽한 ‘물맞이’ 역할을 한다. 또한 동양집은 일식의 정통성을 보여주듯 주방 전면에 한국 이자카야에서 찾아보긴 힘든 일본식 쇼윈도(네타박스)를 갖추고 있다. 앞서 소개한 퓨전선술집처럼 재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은 주인장의 자신감과 청결에 대한 자부심을 동시에 보여주며, 맛집의 공통점이 아닐까. 동양집의 핵심은 단연 숙성회의 정교함에 있다. 예약 없이는 맛보기 힘든 이곳의 회는 숙성도가 매우 뛰어다.


흔히 회는 아무런 맛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잘 조절된 숙성 과정을 거친 회는 원재료가 가진 본연의 단맛과 찰기를 극대화한다. 내가 생각하는 숙성 잘 된 횟감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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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감의 균형: 활어회보다 부드럽지만 흐물거리지 않는, 치아에 기분 좋게 감기는 찰기가 특징이다.


시각적 선도: 숙성이 잘 된 회는 오히려 색이 더 선명해진다. 연어의 진한 주황빛과 광어의 투명한 백색은 그 자체로 선도와 숙성 상태를 증명하는 시각적 지표다.


감칠맛: 숙성 과정을 통해 단백질이 분해되며 배어 나오는 특유의 단맛은 ‘회는 아무 맛이 안 난다’는 편견을 단번에 깨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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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일식에 기반을 두면서도 한국적 수요를 고려한 사장님의 유연함도 돋보인다. 중식 메뉴인 마라 요리나 꾸덕한 내장 크림파스타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해 슬며시 마련해 둔 점은 손님을 향한 따뜻한 배려다. 항상 웃으며 손님을 맞이하는 사장님과 직원들의 모습도 인상적 인데, 요리중에는 엄격한 프로페셔널함이 느껴지지만, 마감 시간 즈음 엿보이는 가족 같은 유대감은 이 식당이 건강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동양집은 가업과 쉐프의 손 끝이 가장 이상적으로 결합된 공간이다. 숙성회 소진으로 발길을 돌릴 때도 있지만, 동양집은 서두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속도로 숙성의 시간을 기다린다. 번화가의 소음에서 벗어나 조용히 흐르는 숙성의 시간을 맛보고 싶은 날, 날이 풀려 야외의 정취가 그리워지는 요즘, 문래동의 깊은 골목에서 전통주 한 잔과 함께 한식과 일식이 공존하는 이 공간의 맛을 느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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