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당
미분당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곳은 미분당이다. 이번은 어디 특정 지역이라기보다, 2018년에 내가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이미 잘 될 거라 직감했던, 지금은 비슷한 프랜차이즈가 생기면서 더욱 성공하고 있는 그런 가게이다. 2018년 당시에는 홍대, 상수 등 서울지역에 3~4개 정도의 지점만 있었지만, 지금은 서울, 경기도, 천안 등 각지에 분포할 정도로 이 가게의 잘됨이 기분이 좋다. 그만큼 지점별 맛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홍대와 상수점은 그때 당시는 면의 삶기가 좀 달랐지만 지금은 파주, 천안, 구로, 홍대 등 각각 방문해 먹어 봤을 때 똑같은 맛과 기분을 느꼈다.
미분당의 주방을 유심히 살펴본 이라면 재밌는 장면을 하나 목격할 수 있다. 대형 육수통 위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물방울이 툭툭 떨어지는 모습이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육수의 염도와 온도를 실시간으로 유지하기 위한 치밀한 계산이 담긴 장치다. 시간당 어느 정도의 수분이 증발하는지, 계속 육수의 간을 보면서 물줄기의 양을 조절하시는데 그 농도를 맞추기 위해 얼마만큼의 물이 보충되어야 하는지 이미 완벽하게 수치화되어 있다는 뜻이다. 주방에 상시 물이 흐름에도 불구하고 곰팡이 하나 없이 청결함을 유지하는 매장 상태는, 이러한 정교한 시스템이 위생이라는 기본 위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원조의 철학; 천천히
초기에 배달 서비스를 서두르지 않고 미분당 바로 옆 다른 가게에서 짜조를 팔았었는데 짜조와 함께 메뉴 테스트를 거치며 신중하게 사업을 확장해 온 사장님의 행보는, 이 가게가 단순한 프랜차이즈가 아닌 하나의 ‘작품’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분당의 공간은 조용하고 차분하다. 누구나 편안하게 식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특유의 분위기는, 대학원 시절 술 마신 다음 날 허기를 달래러 찾았던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안식처였다.
대표 메뉴인 ‘차돌 양지 힘줄 쌀국수’는 투박할 정도로 고기 고명이 푸짐하게 올라간다. 맑으면서도 깊은 국물은 일품이며, 면과 숙주를 무한으로 제공하는 넉넉함은 미분당의 매력이다. 면을 추가해도 국물의 간이 무너지지 않는 것은 앞서 언급한 철저한 육수 관리 시스템 덕분이다. 여기에 해선장과 칠리소스를 취향껏 곁들이면 한 그릇 안에서 다양한 맛의 변주를 즐길 수 있다.‘The Opus Script’의 관점에서 미분당은 ‘시스템이 곧 정성’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최근 미분당과 유사한 콘셉트의 쌀국수 집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홍대 뒷골목에서 시작된 이 원조의 깊이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전국 어느 지점을 방문해도 2018년에 느꼈던 그 맛과 분위기를 똑같이 경험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물방울의 속도까지 계산했던 주인장의 집요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대학원 시절의 추억이 깃든 이 맛을 이제 집 근처 어디서든 신뢰하며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은, 미분당이라는 성공적인 결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