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pus Script : 효자냉면

경기 광명시 광이로 13번 길 21-5 효자냉면

by 그리울너머

효자냉면

오류동에서 마주했던 평양냉면의 정갈한 슴슴함이 매력이었다면, 광명시장 골목에서 만난 ‘효자냉면’은 함흥식 냉면 특유의 식감과 감칠맛으로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시장은 수많은 음식이 있다. 갓 튀겨낸 꽈배기, 노릇한 전, 내가 좋아하는 추억의 풀빵도 먹을 수 있지만 이곳 효자 냉면에서 음식을 맛보고는 단번에 단골이 되어 버렸다.



냉면 랩소디

이곳 냉면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의외로 ‘신선함’이다. 보통 냉면에 신선하다는 표현을 쓰지는 않지만, 차가운 육수 속에서 찰지게 씹히는 면발의 탄력은 마치 갓 뜬 활어회를 먹는 듯한 생동감을 준다. 차가운 육수와 함께 냉면을 맛보면 마치 회를 먹는 것 처럼 찰진 식감과 탱기 때문에 아마 신선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 그 비결은 재료와 제면 방식에 있다. 백종원의 ‘냉면 랩소디’에서도 언급되었듯, 고구마 전분을 사용하여 직접 뽑아내는 자가 제면 방식은 함흥식 냉면의 정체성을 결정짓는다. 너무 질겨서 가위질이 힘들지도, 그렇다고 메밀면처럼 툭툭 끊어지지도 않는 절묘한 경계. 면발의 맛과 양념이 따로 놀지 않고 맞물려 들어가는 그 식감은 상상 그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물냉면과 더불어 비빔냉면의 강렬한 매운맛을 달래주는 것은 구수한 온육수다. 자극적인 양념 뒤에 찾아오는 뜨겁고 깊은 육수의 맛은 만두와 곁들였을 때 비로소 완벽한 합을 이룬다.


맛집 공식

시장의 활기 속에서도 효자냉면이 유독 돋보이는 이유는 가게의 청결함에 있다. 오랜 시간 맛집들을 기록하며 느낀 공통점은, 맛있는 집은 예외 없이 공간 자체가 깔끔하다는 것이다. 특히 면 요리를 다루는 집에서 ‘자가 제면’을 고수하고 이를 손님에게 증명하는 방식은 주인장의 자부심과 직결된다. 주문과 동시에 면을 뽑고 삶아내는 수고로움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행위를 넘어, 최상의 상태를 손님에게 전달하겠다는 ‘보이지 않는 약속’이다. 이러한 디테일은 메인 메뉴인 냉면뿐만 아니라 곁들임 메뉴인 만두와 겨울철 별미인 사골 손칼국수(6,000원)에까지 일관되게 적용된다. 만두가 맛있다는 후기가 많은 것 역시, 기본에 충실한 냉면의 완성도가 다른 메뉴들까지 신뢰를 확장시킨 결과다.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맛집들은 청결과 친절함에 기본에 충실한 맛인데 나는 기본에 충실한 맛에 디테일을 좀 더 따지는 것 같다. 제목처럼 음식 뒤에 숨어있는 사장님의 생각과 노고가 느껴졌을 때 맛이 배로 되는 것 같다. 지극히 나의 주관에서 효자냉면은 기본에 디테일을 더한 정교한 각본이다. 시장의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자가 제면과 청결이라는 까다로운 원칙을 고수하는 것. 그것은 주인장이 식탁 위에 올리는 보이지 않는 정성이다.

가게의 이름인 ‘효자(孝子)’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저 이름뿐인 간판이 아니라,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매일같이 정성스러운 한 끼를 대접하고 싶게 만드는 식당의 온기가 담겨 있다. 날이 풀리고 꽃이 피는 요즘, 본격적인 여름의 열기가 시작되기 전 방문하는 효자냉면은 기분 좋은 한 끼 그 이상의 위로를 건넨다. 사장님의 고집스러운 손길이 닿은 면발 한 점에, 다가올 계절의 설렘을 미리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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