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명시 광명동 158-25
원조광명할머니빈대떡
오류동의 조용한 동네를 뒤로하고 천왕역을 지나 광명교를 건너 도착한 광명사거리역 인근, 활기로 가득 찬 광명 전통시장 안에는 40년 세월을 묵묵히 부쳐내 온 ‘광명할머니빈대떡’이 자리하고 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불현듯 생각나는 이곳은, 어느 시장에나 있는 전집이지만 단순함을 넘어 광명 시장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광명 전통시장에 들어서면, 길목 길목에 꽈배기 하며, 붕어빵보단 풀빵을 팔고 다양한 먹거리와 냄새를 느낄 수 있지만, 고소한 기름 냄새가 우리를 ‘광명할머니빈대떡’으로 안내한다.
체인접이 몇 개 분포하고 있는데 메뉴판을 펼치면 백종원의 삼대천왕, 생생정보통신, 굿모닝대한민국에 출연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메뉴판에서 볼 수 있듯이 40여 년 매일 아침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 주는 전통 있는 집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메뉴는 1번부터 46번까지 있으며, 벽면에는 주문하는 법이 잘 설명되어있다. 얼마나 맛있으면, 각지에 분포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전에 이곳은 상시 가게가 꽉 차 광명 시장 안에만 3개의 가게가 분포해 있다. 시장의 치열한 생태계 안에서 한 가게가 반경 몇 미터 내에 3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맛의 객관적인 증명이다. "살아남았다는 것은 강하다는 증거"라는 말처럼, 수많은 먹거리가 명멸하는 시장 골목에서 40년을 버텨낸 내공은 그 어떤 수식어보다 강력한 신뢰를 준다.
한국의 막걸리 한 잔
빈대떡과 전의 핵심은 '굽기'의 기술이다. 이곳의 전은 타지 않으면서도 속까지 완벽하게 익어 노릇노릇한 황금빛을 띤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재료 본연의 수분을 머금어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다. 매일 아침 공수하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다는 주인장의 원칙은 씹을수록 배어 나오는 채소와 고기의 풍미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넉넉하게 담아내는 푸짐한 양은 한국적인 '정'을 시각화한 듯하다. 퇴근길, 시장 골목 특유의 활기와 기름진 고소함이 섞인 공기 속에서 맛보는 빈대떡 한 접시는 하루의 고단함을 잊게 하는 기분 좋은 보상이 된다. 현대적인 체인점들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지만, 굳이 줄을 서서라도 본점이 있는 시장 골목을 찾는 이유는 공간이 주는 힘 때문이다. 꽈배기와 풀빵 냄새가 진동하는 시장통, 사람들의 어깨가 부딪히는 좁은 길목을 지나 자리에 앉았을 때 비로소 '빈대떡'이라는 각본은 완성된다. 막 부쳐 나온 전을 앞에 두고 들이키는 막걸리 한 잔은, 세련된 레스토랑이 줄 수 없는 투박하고도 진한 위로를 건넨다.
‘The Opus Script’에서 광명할머니빈대떡은 ‘생존의 미학’을 보여준다. 40년 전의 초심을 잃지 않고 매일 아침 재료를 다듬는 성실함, 그리고 시장이라는 거친 무대에서 주연의 자리를 놓치지 않는 저력. 비가 오거나 마음이 허기진 날, 광명 시장의 활기 속에서 이 정직한 부침개 한 장을 맛보길 권한다. 그것은 우리가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가장 실질적인 한국의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