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오류동 13-55
평 양 면 옥
오류동의 북적이는 시장 골목과 기름진 삼겹살 다음으론, 이번에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평양냉면’이다. 흔히 평양냉면이라 하면 중구나 종로의 노포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곳 오류동에는 ‘3대째 이어온’이라는 가게의 간판이 눈에 들어오는데, 허름해 보이는 간판과 사진이 그 시간을 증명한다. 간판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것은 ‘SBS 리얼코리아 겨울냉면’ 방영 문구이다. 흔히 보이는 생생정보통이나 생활의 달인 조금은 유니크한 백반기행에 방영된 것이 아니라 SBS 리얼 코리아에 방영된 것은 또 처음이기에 맛에 대한 궁금증과 유니크한 맛집임을 증면한다.
가게에 들어서면 온육수와 함께 단출한 무절임, 겉절이가 상에 오른다. 평양냉면 특유의 심심함을 해치지 않기 위해 자극적인 맛을 덜어내고, 채소 본연의 고소함과 소금의 짠맛이 정교하게 균형을 맞춘 밑반찬들이다. 특히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빈대떡은 심심한 냉면과 곁들였을 때 최적의 맛이 된다. 면을 잘하는 곳은 제면 하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인 것 같다. 이곳 역시 제면 과정을 보면 주문과 동시에 면을 기계로 직접 뽑아내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미리 삶아둔 면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그 찰기와 생동감이 눈과 입으로 느낄 수 있다.
“50년 전 이북 맛이 아직 안 나~”
곱빼기는 첫 주문 외에 주문이 안되며, 교차로 주문이 가능하다. 나는 항상 물냉면과 곱빼기 추가로 비빔냉면을 추가하는데 평양냉면을 싱거워 못 먹겠다고 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물냉면의 구성은 단출하다. 생오이 대신 살짝 절인 오이와 달걀, 고기 고명이 전부다. 하지만 첫맛의 심심함이 입안에 적응될 때쯤, 육수와 면의 간이 서서히 맞물리며 끝으로 갈수록 ‘극강의 맛’을 낸다. 처음부터 자극적인 맛은 뒤로 갈수록 질리기 마련이지만, 서서히 채워지는 이 집의 육수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들이켜게 만드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간판에 적힌 문구다. “50년 전 이북에서 먹던 그 냉면 맛은 아직 안 나~”라는 표현이 다각으로 여러 생각을 들게 한다. 그땐 얼마나 맛있었던 것일까? 아직도 맛을 위해 노력 중이신가? 3대째 같은 맛일까? 3대째 가업을 이어오면서도 여전히 도달하고 싶은 절대적인 맛의 기준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맛을 위해 오늘 매 순간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는 선언이다. 이 문구는 이 식당이 써 내려가는 가장 인간적이고도 완벽한 대본이다. 완성되었다고 자부하는 순간 멈춰버리는 맛이 아니라, 여전히 미완의 영역을 채우기 위해 반죽을 치대는 주방장의 고집이 냉면 한 그릇의 무게를 더한다.
봄이 찾아오는 이 시기, 여름의 무더위가 오기 전 평양냉면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찰기 넘치는 면을 즐긴 뒤 온육수로 속을 달래다 보면, 주인장이 그토록 그리워하는 50년 전 이북의 맛이 어쩌면 지금 내 입안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