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오류동 12-5
꿀돼지솥뚜껑삼겹살
오류동역 뒷길의 홍두깨 칼국수가 정적인 시장의 손맛을 보여주었다면, 역 북부 광장 쪽은 조금 더 다양한 연령층이 붐비는 노포들의 집합소다. 북부 광장 또한 오랜 전통시장이 있는데, 재개발 반대 문구가 곳곳에 붙은 낡은 골목들은 역설적으로 이 동네가 지켜온 시간을 증명한다. 그 복잡한 시장 골목을 헤집고 들어가면 주민들 사이에서도 아는 사람만 아는 ‘꿀돼지솥뚜껑삼겹살’을 찾을 수 있다.
오류동 골목에는 유독 돼지고기 집이 많다. 하지만 은 ‘꿀돼지솥뚜껑삼겹살’좋은 날씨일 때며, 비가 오는 감성에도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하나 둘 줄을 서 자리를 기다리곤 한다. 이곳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고기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느 삼겹살집과 같이 생삼겹살, 목살, 항정살 등 돼지고기 부위가 메인이고 냉면, 찌개, 볶음밥등 메뉴 구성은 크게 다른점은 없지만 이가게의 맛에 반한 이유 하나는 당일 아침마다 포크에서 직접 고기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여러번 방문 할때마다, 돼지고기가 항상 신선해 사장님께 직접 물어보니 매일 생고기를 받아온다고 하였다. 생삼겹살이 신선하다? 표현이 우스꽝스러울수 있지만, 냉동 삼겹의 경우 삼겹살 속 수분이 얼었다 해동 되는 과정에서 세포를 파괴해서 대패삼겹과 같이 얇게 썰지 않으면 질기거나 맛이 없을 수 있다. 또한 고기가 적정 온도에서 보관되어지지 않고 오래 공기에 노출 되면 수분이 없어지면서 딱딱해지게 되고 육즙있는 고기를 맛볼 수 없다. 때문에 꿀돼지솥뚜껑삼겹살은 위생은 물론이거니와 즐비한 밑반찬과 식상한 메뉴지만 특별 하게 만들 수 있는 고기 보관 방식에 있어 이 가게를 높이 평가한다.
공간의 활용 또한 이곳의 매력이다. 날이 좋을 때면 야외에 펼쳐지는 노상 테이블은 계절의 공기를 조미료 삼아 고기를 맛볼 수 있게 한다. 낡은 건물들 사이에서 굽는 삼겹살 향기는 이 동네가 가진 노포 특유의 정겨움을 배가시킨다. 화려한 기교나 독특한 소스는 없지만, 잘 달궈진 솥뚜껑 위에 올라가는 선홍빛 생고기의 육질은 그 어떤 수식어보다 강력한 설득력을 갖는다. 즐비하게 차려지는 밑반찬들 역시 고기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조화를 이룬다.
삼겹살; 기다려졌던 아버지의 퇴근길, 지금의 위로
삼겹살은 옛날엔 한달에 한 두어번 아버지가 퇴근길 한손에 들고 오셨던 그런음식이다. 직장인이 된 지금은 하루의 피로를 소주 한 잔으로 털어내는 가장 보편적인 위로의 상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삼겹살은 과거와 현재의 감정이 교차하는 무대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장소가 아니라, 동네의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정직한 식재료를 통해 일상의 고단함을 덜어내며 회상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류동 북부 광장의 좁은 골목, 재개발의 물결 앞에서도 자리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이 가게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기록이다. 매일 아침 생고기를 받아오는 성실함과 변함없는 고기 보관 방식은 꿀돼지솥뚜껑삼겹살을 이 동네의 맛집으로 만든 보이지 않는 대본이다. 퇴근 후 정직한 생삼겹살 한 점에 소주 한 잔을 기울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도심 속 노포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실질적인 걸작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