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pus Script : 홍두께손칼국

서울 구로구 오류동 136-16

by 그리울너머

홍두께손칼국수


서울의 서쪽 끝자락, 옛 동네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구로구 오류동은 인근 광명시장보다 규모는 작을지언정, 도심 한복판에서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소개되었던 감자 옹심이 집이 여전히 긴 줄을 세우며 성업 중이지만, 그 골목 안쪽에는 또 다른 맛집인 ‘홍두께손칼국수’가 있다.


맛집으로 꼽는 첫 번째 이유는 면의 찰기에 있다. 앞서 소개했던 분당의 야마다야 우동이 장인의 정교한 수타 기술을 보여주었다면, 이곳의 칼국수는 어머니의 투박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밀가루 면 특유의 푸석함 없는 쫄깃한 식감은 다른 칼국수 집과는 맛이 다르다. 국물은 담백하고 맑은 베이스지만, 여기에 어머니가 직접 만든 자극적인 매운맛의 다대기를 풀면 전혀 다른 성격의 음식을 마주하게 된다. 심심한 국물과 강렬한 양념의 대비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칼국수의 맛에 입체감을 부여한다.


수타의 생동감


가게 입구에 들어서면 주인장이 직접 면을 치대고 써는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주문을 받는 세련된 키오스크나 전자기기는 없지만, 밀려드는 손님들의 메뉴를 막힘없이 기억하며 좁은 홀을 회전시키는 모습은 그 자체로 생동감이 넘친다. 주방과 조리 공간이 외부에 훤히 공개되어 있다는 점은 위생과 맛에 대한 어머니의 자부심이지 않을까. 손님들은 셀프로 밑반찬을 챙기고 좁은 공간에서 줄을 서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면을 삶아내고 수제비를 떼어 넣는 조리사의 분주한 손길을 지켜보며 기꺼이 자신의 순번을 기다린다. 그 기다림 끝에 마주하는 음식에서는 ‘수타의 맛’이 담겨 있다.



이곳의 정성에 비해 가격은 너무 착하다. 칼국수와 수제비 6,000원이라는 가격은 고물가 시대에 찾아 볼 수 없는 가격이다. 1,500원을 추가한 곱빼기 가격조차 7,500원에 불과하다. 이 낮은 문턱 덕분에 이곳은 자취하는 청년들부터 손을 잡고 나온 가족, 그리고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세대가 한 공간에 모여 어머니의 손맛을 공유한다. 이는 단순히 저렴한 한 끼를 넘어, 어머니의 마음이 온전히 전달된 결과인 듯 하다.



맛에는 이유가 있다


한번은 칼국수가 너무 먹고싶어 마감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저녁 7시에 방문했던 날, 영업은 종료 했었지만 가게 안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다른 가게를 들려 끼니를 채우고 돌아 가는길, 8시가 넘도록 어머니는 영업이 끝난 가게 내부를 구석구석 청소하고 있었다. 단순히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기술을 넘어, 손님이 떠난 뒤에도 다음 날의 식탁을 위해 공간을 정돈하는 그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홍두께손칼국수에서 느낄 수 있는 어머니의 맛이다. 화려한 간판이나 세련된 마케팅은 없지만, 옛모습 그대로 변함없는 가격과 타협하지 않는 청결, 그리고 손수 면을 밀어내는 고된 반복이 이 가게를 특별하게 만든다. 조용한 동네 구석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어머니의 마음을 끓여내는 이곳은, 우리에게 식탁 위의 정성이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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