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pus Script : 퓨전선술집

서울 마포구 합정동 383-9

by 그리울너머

퓨전선술집


이번에는 합정에 있는 퓨전선술집이다. 계속해서 해산물 가게를 소개하고 있는데 해산물은 아무 맛이 안 난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만큼 해산물을 맛있게 내놓는다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인 거 같다. 그럼에도 이곳의 맛은 주방장의 이력에서부터 객관적인 신뢰를 준다. 조선호텔에서 15년간 경력을 쌓은 주방장의 이력의 명함과 허영만 선생님의 ‘백반기행’ 출연 이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퓨전선술집의 내부는 일본 소도시의 노포를 연상시킨다. 협소한 공간에 마련된 다찌와 옹기종기 모여 앉는 단체석, 횟감을 진열해 놓은 쇼케이스와 특유의 조명은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일본 현지 식당에 와 있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 무조림은 소박하지만 무조림 한입은 음식에 대한 시간을 느낄 수 있다. 일본식 특유의 담백함과 한국식의 적절한 간이 절묘하게 조화된 이 무조림은, 밥보다 술 한 잔을 먼저 떠올리게 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기다림이 완성하는 맛


퓨전선술집에서 제대로 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좁은 공간 탓에 예약을 해야 하기도 하지만, 고급진 혼마구로를 맛보려면 미리 예약하고 가는 것이 좋다. 먼저 마구로에는 다양한 어류가 있다. 그중 혼마구로는 맛이 가장 좋다는 참다랑어다. 고급 어종인 혼마구로의 경우, 최상의 식감을 위해 정밀한 해동 시간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이곳의 고품질 혼마구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사전 예약이 권장된다. 주방장만의 특별한 방식으로 숙성된 횟감은 앞서 언급했던 ‘물내’나 ‘비린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광어와 도미뿐만 아니라 계절에 따른 대방어까지, 당일 재고 소진을 원칙으로 하는 선도 관리는 숙성회 전문점으로서의 매력이다.



메로구이와 캘리포니아 드림


숙성회가 준비되는 동안 주문하기 좋은 메뉴는 메로구이다. 시가로 판매되는 메로구이는 식탁에 올랐을 때 그 크기만으로도 가격을 충분히 납득시킨다. 시중의 일반적인 이자카야에서 접하기 힘든 압도적인 사이즈와 잘 구워진 지방의 고소함은 이곳의 또 다른 시그니처라 할 수 있다. 회한점 술 한잔 먹다 보면, 가게 안을 채우는 ‘브라보’나 ‘캘리포니아 드림’ 같은 올드팝은 퇴근길 지친 직장인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혼자 방문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다찌 좌석은 고독하게 술잔을 기울이며 하루의 무게를 덜어내기에 적합하다.



어쩌면 음식 하는 사람은 적당한 고집도 필요한가 보다. 합정이 지금처럼 번화하기 전부터 자리했었던 퓨전선술집, 외관부터 내부까지 예전 그 감성 느낌 그대로를 지키고 있다. 세월이 흘러 주변 상권의 풍경은 수없이 바뀌었으나, 이곳은 예전의 감성과 맛, 그리고 주방장의 숙련된 손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칼을 갈며 지키고자 한 자신만의 고유한 맛. 그 정직한 고집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이곳에서 한 점의 회와 한 잔의 술로 완벽한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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