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40일이 지난 둘째는 잠드는 걸 힘들어한다.
생후 1000일을 코앞에 둔 첫째도 그건 마찬가지.
매일 밤이면 두 아이를 재우느라 전쟁이다.
조리원을 나온 첫날부터 밤 9시 무렵부터 안고 한참을 토닥토닥하다
자리에 눕히면 10분이 못 되어 깨어버리던 둘째.
그렇게 서너 번을 반복하다 자정 언저리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잠이 들고도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 간격으로 깨는 바람에,
지난 몇 주는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깨어있어도 깨어있는 것 같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둘째가 사흘 전 새벽 처음으로 4시간을 내리 잤다.
1시에 수유를 하고 잠든 채 자리에 눕힌 후
울음소리에 깼을 때는 새벽 5시.
내 수면시간은 3시간으로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는데도
요 며칠 평균치에 적응해가던 몸은 새삼 개운했다.
덩달아 마음은 두근두근,
이제 통잠이 시작되는 걸까.
그런데 바로 다음날,
전날과 마찬가지로 4시간쯤 내리 자 줄 거라 기대하고
호기롭게 잠들기 전 책까지 읽으며 여유를 부렸는데
1시간 반 만에 깨버린 거다.
그 후로도 1~2시간 간격으로 계속 깨는 바람에
어느 때보다 힘든 밤을 보냈다.
1~2시간 간격으로 일어나는 게 비단 그날 하루일은 아니었는데도
전날 4시간 내리 자는 걸 겪어선지 평소보다 두 배로 힘들었다.
퇴근시간이 4시로 당겨진 줄 알고 잔뜩 기대했는데
4시 언저리에서 그건 어제 하루뿐이었다고,
오늘부터는 다시 6시, 아니 어제 몫도 더해 8시까지 일해야 한다고 통보받은 기분.
그래서인지 그 새벽 아이를 대하는 말투에도 짜증이 묻어났다.
4시간 내리 잘 수 있으면서 일찍 일어나 날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어제는 병원에 갈 일이 있어 관리사님께 아이를 맡기고,
혹시 배고파하면 분유를 먹여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오랜만에 분유를 먹은 아이는 속이 부대꼈는지
오후 시간 세 번에 걸쳐 먹은 걸 다 토하고
축 늘어져서 저녁 내내 잠만 잤다.
흔들고 등을 두드리고 귀를 꼬집어도 꿈쩍도 않는 아이를 보니
나는 다시 아이가 1~2시간 간격으로 깨던 전날 밤이 그리워졌다.
첫째를 키우는 3년여의 시간 동안
육아의 세계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많아서
쉽게 단정하지도 실망하지도 말아야 함을 배웠는데,
나는 또 섣불리 기대했다가 돌아서서 힘들어했다가 한다.
아이에게 어떤 식으로든 가지는 기대가
아이도 나도 힘들게 한다는 걸
내가 아이일 때부터 충분히 배웠는데
나는 또 아이가 어찌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오늘이 좋았다고 내일도 좋을 거라 기대하지 말기.
오늘 힘들었다고 내일도 힘들 거라 걱정하지도 말기.
그냥 주어진 하루하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그러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아이들이 주는 선물이 내게 올지도 모른다.
놀아주고 싶어 피곤한 몸 이끌고 나간 산책길에서
예상도 못 한 타이밍에 아이가 훅 잠들어버리는 바람에
뜻밖의 자유시간이 생긴 어느 주말 오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