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복을 살펴보다 보면, 참 자유롭다. 구체적으론, 절개선, 다트, 곡선의 세기 등 선을 그리는 방식이나 종류가 남성복에 비해 훨씬 많다. 따라서 형태를 조정할 여지도 많고, 의도에 따라 활용할 수 있다. 심지어 디자인 뿐만 아니라, 원단 선택지도 넓다.
---
남성복(양복에 한해)은 절개선과 디테일은 처음부터 상황에 따라 몇개 안되고, 추가할 여지도 거의 없다. 디자인과 원단 모두 최소화되어 있다. 혹여 새로운 시대에 따른 새로운 직업이나 행위에 따른 새로운 디자인이 나와도 신소재와 기능성이 우선한다. 테일러링에서 활용되는 고전적인 원단이나 디자인으로 새로이 추가될 여지는 없다. 그래서 남성복은 절제가 핵심 키워드중에 하나지만, 실은 절제가 강제되어있다. 마치, 날씬해야만 하는데, 식단 조절해서 날씬한게 아니라, 먹을게 없어서 홀쭉한 상황이다.
반면, 여성복은 반대다. 절제가 없으면 옷이 사람을 향하는지, 사람아닌 다른 무언가를 향하는지 모를 지경이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 감각에 묻혀 절제는 찾기 어렵다.
이러한 현상은 2000대 이후로 이제 남녀 의류 공통으로 나타는데, 이로인한 다양성에 따른 새로운 소비자극을 우선해서지 싶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혹도 있다. 물론 패스트다품종소량생산환경도 거들었겠다.
---
설계적으로 보면 여성의 체형은 더 많고 강한 곡선을 품었기에 남성복에 비해 더 많은 측정과 고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구조 속에서 많은 부분이 뭉개져 있다. 뭉개져있다고 표현한 것은 특정 체형에 정확히 맞추기보다는 어느 정도 끼워 맞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맞춤의 필요성은 오히려 줄어든다. 길이를 나타낸 신체값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옷에 몸을 끼워맞추는 식으로 작용한다.
또 남성복은 이와 달리 그렇지 않다. 맞춤에서 고려해야 할 지점이 몇개 안되어서 그런지, 그에 따른 경우의 수가 몇개 안되어서 그런지.. 그래서 맞춤이 기본처럼 여겨지는가 싶다. 넓어질 수 없으니 깊어지는..
또 다른 부분는 움직임을 대하는 태도다. 여성복은 불편하더라도 마음에 드는 실루엣이라면 허용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남성복은 시각적 만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착용감까지 함께 고려되어야 비로소 만족으로 인정받는다.
사실 움직이는 몸을 평면에 담는 일은 어느정도는 제로섬 선택의 문제다. 어느 한쪽을 취하면 다른 한쪽은 어느정도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이 두 장르는 닮아 있으면서도 끝내 겹치지 않는다.
여성복은 다양성이 과해서 절제가 필수적임에도 절제가 잘 보이지 않고, 남성복은 절제가 드러나 있음에도 그게 타의인지 자의인지 헷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