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by NOSTRAPARTENOPEA

테일러링은 맥락과 분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오래되었고 그만큼 출처가 명확하며, 디테일 하나하나에 특정한 의미가 담겨 있기때문입니다.


과거 테일러링의 태동기에 옷은 신분의 상징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군복,성직자 복식 등 특정 직업을 나타냈습니다. 자유롭게 다른 직업의 옷을 입는 것은 지금처럼 자연스럽지 못했습니다. 오늘날 그 체계는 희미해졌습니다. 누구나 입고 싶은 옷을 자유롭게 입습니다. 자유롭지만 상징은 남아는 있습니다.


때문에 오해가 될 여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금 과하게 예시를 들자면.. 누군가 면으로 된 홑겹 백색 가운을 일상복으로 입고 다닌다면, 그것이 간절기 코트로 읽힐지 의사 가운으로 읽힐지는 맥락에 달려 있습니다.


옷에 담긴 의미는 남아있지만, 착용자가 그 의미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사회 역시 그 상징을 강제하지 않습니다. 착용자는 단순히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을 뿐인데, 그 옷이 특정 직업이나 집단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 난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오해는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해당 상징이 형성된 사회적 맥락을 공유하지 않는 문화권에서 쉽게 발생합니다. 지식이 없다기보다, 그 상징이 피부로 와닿지 않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혹은 역사적 맥락을 아는 이에게조차 '이제는 지나치게 예민한 것 아닌가' 싶을 만큼 시간이 흘러 의미가 완화된 경우도 있습니다. 고리타분할 수 도 있고 말입니다.


그렇기에 옷을 제안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징의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착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상징을 품지 않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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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제작이기에 자유롭지만 전혀 자유롭지 않은, 모순을 품고 있습니다.



#nostrapartenop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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