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무거운 머리는 장시간 작업을 하면, 필연적으로 두통을 유발한다.
목디스크는 바로 따라온다. 거대한 볼링공이 앞으로 기울인 상태로 작업을 하는데,
가느다란 목 지지대가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겠다.
인간 츄파춥스로서, 자세를 바꿔보거나, 민간요법을 찾아봤다.
결국, 이를 타개할 방법으로는 마이크 타이슨처럼 목을 확실하게 두껍게 키우거나,
작업 중간중간마다, 틈틈이 한동안 하늘을 바라보는 것 뿐이었다.
천문학자와 머리 큰 테일러는 하늘을 봐야만 하겠다.
또 강제적으로 하늘을 봐야하는 직업이 있다면,
우리는 브라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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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에 대한 당시 대답은
나르시시즘에 빠지지 않는 태도라고 답했었다.
배우는 과정에서, 오랜시간 자기체형을 두고 연습을 하게 되면, 자기 체형에 갇히게 될 수 있다.
철저하게 타인을 향해야 하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그러한 역량이 마케팅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쓰인다고도 생각되기에 괜한 답이었나 싶다.
또한, 퇴근 후에 집에서 자기가 입을 옷을 위해 바늘을 다시 잡는 열정이면, 대단하다.
나는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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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경 책을 출간하려고 했었다.
제목은 "테일러링- 느리게 입는 법"
막상 다 써놓고 보니.. 뭔가 냄새가 나지 않았다.
냄새나는 글을 쓰고 싶다.
어떤 냄새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싶다는 뜻이 아니고,
감각을 복합적으로 자극하는 글을 쓰고 싶다.
글인데 소리가 들리거나, 맛이 나거나, 냄새가 나는..
예를 들면,
"옷을 입는 순간, 풀냄새가 났다. 이 사람 혹시, 옷만들다 몰래 부업으로 풀뽑기를 하는 것이 아닐까. 그제야 촉이 왔다. 이런 시골 외진 곳에 작업실을 꾸린 연유에 대해. 그간 시골에 주소도 없는 양복점을 차린, 고객에 대한 배려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어렴풋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가끔 농번기에 바쁘다는 것을 보면, 딴 주머니를 찬 것이 분명했다. 이 사람은 테일러인 동시에 시골러다. 역할은 시골링."
물론 책 내용과 전혀 관계없지만, 이러한 식의 풀내음 가득한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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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떄 작가가 꿈이었다.
하지만, 몇몇 작품들에서 벽을 느끼고는.
마음 한켠에 고이 접어두었다.
나는 이탈리안 테일러링 방식으로 자켓을 만드는 사람이다.
자켓은 이태리어로 작가다. 'GIACCA' 지악까.
그렇다면,
짭가정도는 되지 싶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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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자연을 흉내내는 것에서 시작했다는 글을 봤다.
사람도 자연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혹, 아니라면 개기고 싶다.
그래야만 한단 말이다..
따라서, 사람을 관찰한다.
여기는 조금, 저기도 조금, 나무에 달린 잎사귀처럼, 다 비슷하게 팔과 다리가 있는데도,
하나같이 다 다르다.
(상당히 좋아하는 표현이다. 하나같이 보이지만, 다 다르다. 하나인가 다수인가. 자연물들이 그러하다. 고구마가 다 똑같아 보여도, 꼼꼼하게 보면 다 다르다. 때마침, 노스트라파르테노페아 제품들도 이러한 유기체적 성향을 띠고 있다.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밭에서 기른다는 소문이 있다.)
개인의 체형을 토대로 옷이 만들어졌을 때,
이 옷이 당신에게 최적이라고 이성적.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결과물은 명확치않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당신에서 기원했고, 똑같은 옷은 세상에 없다.
물론,
똑같이 만들어달라 하셔도 못 만든다..
비슷해 보이는 옷은 만들 수 있다.
희소성이 계산된 것이 아니라,
생산방식에서 비롯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의도되었지만, 계산되지는 않았다.
그 어쩔 수 없음이 대량생산을 불가능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