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3. 가위 바위 보? 락 페이퍼 시저스 !

영어 울렁이의 첫 농구수업 생존기

by 사쿠

깨끗히 샤워를 마친후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짐을 챙겨 문을 나섰다. 4월 중순의 선선한 밤바람이 꽤나 상쾌했지만 손/발에 땀은 여전히 축축했다. 꽤나 긴장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건 내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어서 일상생활에서 꽤나 마인드컨트롤을 해야한다.


난 괜찮다.

난 긴장하지 않았다.

모든건 다 흘러간다.


머릿속은 괜찮다고 생각해도 몸은 그렇지 않나보다. 농구장에 가까워질 수록 두려움은 약간의 흥분됨으로 바뀌었는데, 농구공 튀기는 소리가 심장박동을 키우는게 아니가 싶었다. 커뮤니티 센터 안에서는 센터 특유의 냄새가 났는데, 수영장과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지 약간의 염소/물냄새와 도서관에서 올라오는 종이냄새가 은근하게 섞인 사람 편안하게 향이었다.


농구장을 사용하는 이전 수업이 끝나지 않았는지, 꽤 많은 사람들이 밖에서 대기중이었다. 딱봐도 다음 농구수업을 기다리는 사람인줄 알았던게, 체육복과 농구공, 농구화 하나씩 옆에 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전 수업이 끝이났다.


나는 무리들속에 섞여 체육관안으로 들어섰다. 마른 마루냄새가 확 풍겨왔다.


자 이제 시작이다.






분위기 적응하기


거진 10명정도 되는 인원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갔다. 서로들 익히 알고있는 사이인듯 인사하며 안부를 묻고 있었다. 나는 멀뚱히 서 있기 보단 일단 농구화로 갈아신고 준비운동을 시작했다. 이 곳에서 긴장하며 가만히 앉아있기 보단 이 환경/분위기/냄새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내 옆에 큰 바구니엔 수업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유소년용 농구공들이 쌓여있었다. (유소년 용은 사이즈가 조금 작다). 내 옆에 한 친구가 거기서 농구공 하나를 집어서 연습을 하길래 넌지시 물었다.


"Hi, I'm Saku, nice to meet you."

"hey I'm Jude."

"can I ask you something? can I use this ball ?"

"I don't know, I just here drop-in #$ ### $##$. $#$#$#$. $$#### $$###$$...................."


이런. 난 이런 설명을 듣고자 한게 아니라 그냥 이 공을 써도 되는지 물은건데. 총알보다 빠른 단어들과 문장들이 그 녀석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나마 알아들은건, 이 녀석의 이름은 주드. 그리고 Drop-in으로 들어왔다는 것. 어쨌든 녀석도 공을 가져와서 튕기길래 나도 가져가서 튕겼다. 거진 2년만에 만져보는 농구공의 촉감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코치의 호명, 15명의 출석체크를 하는 것 같았다. 언제나 그렇듯 내 이름을 어떻게 말해야 하냐며 물어보길래 평소처럼 알려주었다.


"Saku, just call me Saku."


출석체크가 끝이나고 코치는 10명의 이름을 불렀다.



락 페이퍼 시저스?


분명 내 이름을 불렀지? 낯설은 발음을 통해 들은 내 이름이, 날 부른게 맞는건지 아닌건지 쭈뼛대며 코트로 나갔다. 그리고 삼삼오오 짝을 맞추어 가위바위보를 시작하는데...나와 키가 얼추 비슷한 친구가 웃으며 다가오더니 내게 물었다.


"hey~ I'm Lorence whats your name?"

"hi, I'm Saku."

"wanna do rock-paper-scissors ?"

"hmm??????"

" you wanna do rock-paper-scissors....?"


락 페이퍼 시저스가 뭐야 도대체.

분명 옆에선 가위바위보를 시작하고 있었다. 이건 분명 가위바위보의 영어버전일거다. 라고 생각하며 가위바위보를 했다.


"sure, lets do that."


그리고 그 중 한명이 외쳤다.


"Winners outside! lets go lets go"


그리고 그제서야 이해가 됐다. 락페이퍼시저스는....말그대로 가위바위보였구나...보통 한국에선 편 나누기할때 엎었다 뒤집었다를 많이 하는데..여기서는 가위바위보로 승자와 패자를 나눠 편을 가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신기했던 것은 얘네들도 가위바위보를 우리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언어는 달라도 행동패턴은 비슷하구나...를 느낀 순간이었다.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게임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일단 이 수업 전체가 어떤식으로 돌아가는지부터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나는 영어로 물어볼 자신은 있었지만, 다 알아들을 자신은 없었기에. 그리고 한시간쯤 지나자 어떻게 게임이 이루어지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1. 코치가 호명하는 10명이 코트로 나선다.

2. 가위바위보를 통해 편을 가르고 풀코트 게임을 시작한다.

3. 15점을 먼저 내는 사람이 승자다.

4. 지는 팀은 바깥으로 나가서 쉰다.

5. 대기하고 있던 팀과 승자팀이 다시 15점 내기를 시작한다.

6. 이후부터는 승패와 상관없이 2게임을 뛴 팀은 나와서 쉰다.

7. 수업 끝날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꽤나 합리적이었고, 수업 2시간을 끝까지 채우며 게임을 뛸 수 있었다. 물론 내 체력은 그전에 탈탈 털렸으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게임을 뛰어야 했다. 나름 팀 플레이에 집중해서 게임을 했는지, 나중에는 다들 와서 내 이름을 물어봐주었다. 아마 처음온 사람이라서 더욱 그랬을 수도...



See you next week


밤 10시가 되어서야 모든 게임이 끝이났다. 가쁜숨을 몰아쉬며 운동화로 갈아신고 있었는데, 하나 둘 짐을 챙겨 떠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먹인사를 하며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오...새롭다 새로워...


그렇게 네다섯명쯤 나가고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주먹인사로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주먹인사를 건넸다.


"great game, see you next week."

"hey, good game, and sorry, whats your name?"

"it's Saku. haha it's hard to pronounce."

"it's ok, *$*#*$*@#^$*!)#*$^%**$......"


물론 다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 곳에 있는 사람들과 말 한마디씩을 나눌 수 있는 것으로 오늘의 내 목표치는 다 달성한 셈이었다. 재밌는 농구경기는 덤이었고.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말했다.


"오늘 진짜 재밌었어. 나 농구 등록하길 잘 한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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