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예은 - 『트로피컬 나이트』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널 등쳐먹어서 미안해. 넌 대부분 한심하고 가끔 사랑스럽지만 잘 살 거야.
처음에 택배 봉투를 뜯고 표지를 보자마자 헉 소리가 나왔다. 사진으로 미리 봐서 어떤 표지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알고 봐도 영롱했다. 세상에 다시 봐도 너무 예쁘고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 책에 실린 소설을 그림으로 형상화한다면 딱 이 표지처럼 생겼을 것 같다. 조예은 작가가 안내하는 미스테리하고 환상적인 세계로 입장하기에 너무나도 완벽한 문이다.
가장 좋았던 소설은 <할로우 키즈>와 <고기와 석류>였다. <할로우 키즈>를 읽을 땐 몰입이 너무 잘 돼서 소설이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기회가 된다면 후속편도 읽어보고 싶다. 이렇게 사라지는 아이들은 어디로 가는걸까. 사라짐 자체는 슬프지만 그게 없어지는 게 아니라 어디론가 이동한 거라고 생각하면 멋진 일 같기도 하다. 이 책의 표지처럼 환상적인 곳 어딘가에서 아이는 잘 살고 있을 것만 같다.
또, <고기와 석류>는 왠지 늑대아이도 생각나는 소설이었는데 특유의 크리피함과 온정적인 마음이 교차하는 지점이 좋다. 자신의 팔에 흉터를 남긴 석류에게 과일을 씻어주는 옥주의 다정함을 상상하면 마음이 뭉근해진다. 나와 다른 존재와의 공존은 그런 다정함 속에 가능한 것 같다. 그런 다정함이 아니고서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할 테고, 그런 시도 없이는 다른 이를 위해 과일을 깎아줄 수도 없을 테니까. 작가님께서 박진감 넘치는 후속편을 써주셨으면 좋겠다. 경찰이 앞으로도 석류를 계속 추적할지, 그렇다면 석류는 자라서 무엇이 될지 너무 궁금하다.
괴담처럼 으스스한 주제와 따듯한 시선을 함께 엮어낸 책이다. 개성 있는 작가님 덕분에 한여름밤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