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이 쌓일수록 더 위험해지는 착각

by 노트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험이 쌓인다. 여러 프로젝트를 겪고, 다양한 사람들과 일하고, 수많은 의사결정을 지나온다. 그래서 경력이 쌓일수록 판단은 빨라지고 상황을 읽는 감각도 좋아진다. 많은 조직에서 경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경험과 함께 또 하나 쌓이는 것이 있다. 바로 "착각"이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비교적 조심스럽다.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에 묻기도 하고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비교적 열려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경험이 늘어나면서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신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확신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경력이 쌓일수록 생기기 쉬운 착각은 과거의 성공 경험이 지금도 그대로 통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한 번 성과를 냈던 방식은 강력한 근거가 된다. 그래서 비슷한 상황이 오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예전에 했던 방식을 다시 꺼내려고 한다.


하지만 조직과 환경은 계속 변한다. 시장이 바뀌고 기술이 바뀌며 일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과거에는 맞았던 방식이 지금은 전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눈을 뜨고 일어나면 환경이 달라져 있는 요즘 같은 AI 시대에는 그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빠르다.




업무를 하면서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다.


A임원은 몇 년 전 특정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었다. 그 경험 덕분에 조직 안에서 전문가처럼 이야기되기도 했다. 문제는 시간이 꽤 흘렀다는 점이었다.


그 사이 기술 환경은 크게 바뀌었다. 특히 AI가 도입되면서 일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분석하고 판단하던 일들이 상당 부분 자동화되었고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하지만 A임원은 여전히 몇 년 전의 성공 경험을 기준으로 현재의 일을 설명하려 했다. 심지어 그 일이 자신의 조직 업무가 아님에도 계속 관여하려 했다. 회의나 보고 자리에서 과거의 경험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며 스스로를 전문가처럼 보이게 하려 했다.


현재 그 일을 실제로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불편한 상황이었다. 이미 환경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에 과거의 방식이 그대로 적용될 수 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회의가 끝난 뒤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조용히 흘러나오곤 했다.


“저 사람 왜 저래?”




이런 상황은 생각보다 흔하다. 경력이 많은 사람이 과거의 성공 경험을 기준으로 판단하려 하고, 실제로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상황이다.


특히 기술 변화가 빠른 분야에서는 이런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난다. 몇 년 전에는 맞았던 방식이 지금은 전혀 맞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직에서는 종종 이런 일이 벌어진다. 임원보다 사원이나 선임, 책임급 실무자들이 더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경우다. 현장에서 직접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도구나 기술을 더 빠르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리더가 자신의 과거 경험을 기준으로 판단을 고정시키기 시작할 때다.


과거의 성공 공식을 계속 들이대기 시작하면 조직의 분위기는 빠르게 바뀐다. 처음에는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점점 말을 아끼게 된다.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좋은 안을 제시해도 결국 과거에 사로잡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할 텐데.”




존경받는 리더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로 그런 리더를 만나는 경우도 많지 않다. 하지만 최소한 사람들이 피하는 리더가 되면 조직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의견을 말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는다. 회의는 조용해지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나오지 않는다. 더 좋은 방법이 있어도 굳이 말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조직의 성과는 대개 그 순간부터 멈추기 시작한다.


그래서 경력이 쌓일수록 한 가지를 계속 점검해야 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판단이 현재의 상황을 보고 내린 판단인지,

아니면 예전에 성공했던 경험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경험은 분명 중요한 자산이다. 하지만 경험이 많다는 사실이 항상 더 나은 판단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직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사람은

가장 많은 경험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계속 의심할 줄 아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