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계약해지 일지 #8
그 사람을 마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리고 모든 상황이 우리가 예측하고 준비한 대로 흘러가지 않자 상급자의 질책이 시작되었다.
여전히 출장지에 있던 나는 그 사람과 계약을 해지해야겠다는 보고를 준비해 주말 중 유선으로 상급자에게 보고했고, 그날 ‘어떻게 팀장씩이나 돼서 이런 일을 수습 못하니’라는 질책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계약해지를 시도하고 합의를 진행하고 내용증명을 작성하는 모든 단계마다 내가 앞서 나가지 못하게 하던 것은 비단 예측 불허한 그 사람의 무식한 행동뿐 만은 아니었다. 나를 가장 지치게 하고 사기를 떨어트렸던 것은 상급자의 맥락 없는 질책이었다.
이 모든 일이 네가 내게 보고를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진행해서 벌어진 일, 혹은 자신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결정하게 해서 생긴 일 이라며 나를 코너로 몰아넣었다. 한 분기가 지나고 반년의 시간이 흐를 동안 나는 여전히 상급자로부터 메일의 내용, 나의 어투를 지적당하고 있고 이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던 나를 멈추게 했다. 스스로를 계속 검열하고, 나의 판단을 믿지 못하게 됐다.
문제 상황에 마주하면 그간 아무 티가 나지 않거나 혹은 아무도 결함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모든 것이 문제로 여겨진다. 그리고 두려움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길로 이끌기보다 그 문제의 원인을 탓할 누군가를 찾게 된다.
멀쩡히 자신의 걸음을 내딛고 있는 이에게 질책을 하거나, 행동과 말투를 문제 삼으며 이로 인해 상황이 발생했다 탓을 돌리는 행동은 사람을 멈추게 한다. 리더로의 인격과 태도를 갖추지 못한 상급자의 말은 알아서 춤추고 노래하던 나를 멈춰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