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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가방 Oct 27. 2018

한국힙합이 가야할 길

북저널리즘의 <지금 여기 힙합>을 읽고

유튜브에 계속 '마미손'이라는 가수의 영상이 추천영상으로 떠서 쇼미더머니 새로운 시즌이 방영 중임을 알게 되었다. 갖가지 분야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범람하던 2012년 시작해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가 수그러 든 뒤에도 꽤 오래 인기를 유지 중이다. 마미손의 영상은 2018년 10월 27일 현재 조회수 2400만회를 넘었으며 지난 주 방영된 쇼미더머니 회차는 1534 타겟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관련기사:https://m.entertain.naver.com/read?oid=312&aid=0000353867)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에도 관련 곡들이 순위권에 올라 있다. 힙합은 확실히 핫한 장르다.  모두가 좋아할만한 대상에게는 '핫하다'는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핫하다는 말 속에는 큰 인기만큼이나 그것을 둘러싼 논란이 많다는 것을 내포한다. 논란은 힙합 장르 특성상 씬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일종의 노이즈마케팅인 셈이다. <지금 여기 힙합>은 힙합, 특히 한국의 힙합을 둘러싼 요즘의 논의거리를 다룬다. 이 책이 나오던 때의 현재는 2017년 9월이었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논란은 유효하다.


1.한국 힙합이란 무엇인가
2.진정성을 논한다
3.여성 혐오는 당연한가
4.힙합과 페미니즘
5.루저, 쌈마이, 상처뿐인 찌질이
6.한국 힙합의 남성과 사랑
7.머니 스웨거 한국형 랩스타


책은 한국 힙합을 둘러싼 진정성 논란부터 힙합과 여성혐오 같은 다소 예민할 수 있는 부분과 한국 힙합만이 갖고 있는 특성과 딜레마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담았다. 개인저으로 지금 가장 관심있는 주제가 페미니즘이라 그런지 3장 여성혐오는 당연한가 와 4장 힙합과 페미니즘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힙합에 대한 의견을 펼칠 때마다 '힙알못'소리를 듣는 데 이골이 난 사람이라면 책을 읽으며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자기자신을 힙잘알으로 자부하며 장르를 비판하는 얘기를 피해 온 사람이라면 혈압이 오를 수도 있겠다. 여성을 대상화 해 온 가사에 숨겨진 오늘날  남성의 심리와 그런 심리가 생겨난 사회배경, 함께 논란이 되지만 사회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다른 양상을 띠는 미국힙합과 한국힙합, 그리고 여성 랩퍼를 둘러싼 여러 의견까지 제시한다. 전반적으로 어느 한가지 의견을 주장하기보다는 한가지 논란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필자의 의견을 밝히는 식이라 거부감 없이 잘 읽혔다. 현재 한국힙합을 둘러싼 문제점들이 어디서 비롯되었고 어느 지점에서 의견충돌을 겪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오늘날 힙합을 둘러싼 논란에 아무 관심이 없다 할지라도 책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조목조목 근거를 들며 두 저자가 풀어내는 힙합 이야기는 무엇보다도 재미있기 때문이다. 랩퍼가 쓴 가사 한구절, 말 한마디 속에서 사회적 맥락을 읽어내고 우리가 처한 상황, 우리가 사는 한국사회까지 분석해내는 걸 읽다보면 음악이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단순히 개인적인 취향을 말하자면 나는 힙합을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아니다. 여러 논란과 단점도 있지만 그만큼 매력있는 장르라고 생각하는 정도다. 이렇게 두루뭉실한 생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익숙한 까닭은 내가 좋아했던, 어떤 의미로는 현재도 좋아하고 있는 힙합 그룹이 책에 제시된 거의 모든 논란을 겪었던 탓이다. 처음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힙합그룹을 표방하면서도 예능에 얼굴을 비추고 사랑과 연애를 소재로 한 음악을 한다는 이유로 상업성 및 진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발표한 앨범에서는 여성 혐오적 성격이 있는 단어를 가사에 사용한 게 문제가 되기도 했다. 눈에 띄는 점은 처음 논란이 힙합팬들 사이에만 있었던 논란이라면 후자는 모든 사람이 알 정도로 대중적인 논란이었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며 힙합이 더이상 일부 마니아층이 듣는 음악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듣게 되었고, 그에 따라 힙합을 둘러싼 논란은 사회 전체를 아우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힙합 음악인들이 비주류임을 내세우며 음악을 하던 때와 달리 음악산업의 어렷한 주류가장 핫한 음악을 하게 된 지금, 그들은 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사회적소수자를 향하는 혐오 성격이 짙은 가사와 태도들에 대해서는 더욱 더 그러하다. <지금 여기 힙합>은 힙합을 통해 우리 사회를 분석하는 책인 동시에 힙합을 하는 주체에게 한국힙합의 문제를 환기하는 책이다. 힙합은 사회를 이끄는 주류 음악으로서 부과되는 사회적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힙합을 향한 다양한 목소리를 모두 '힙알못'으로 취급하는 것은 힙합씬 전체를 생각할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고인물이 생기기 시작한 집단은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이 씬을 정말 애정하는 사람이라면 마음과 귀를 열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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