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를 쓰면서 느낀 것들

AI 도구는 어떻게 써야 하는가, 라는 질문보다 먼저 필요한 것

by 공책

구글 제미나이를 처음 써본 건 챗GPT의 대안이 필요해서였다. 당시엔 솔직히 기대가 낮았다. 구글이 AI에서 뒤처졌다는 말이 많았고, 초기 공개 영상에서 데모가 조작됐다는 논란까지 있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써보니 생각과 달랐다.


지금은 일상적인 도구가 됐다. 검색과 생성 사이 어딘가에 있는 물건인데, 그 위치가 딱 내 사용 패턴에 맞는다.



제미나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제미나이는 구글 검색과 연동된다는 게 실제로 체감된다. 최신 정보를 물어보면 "여기서 확인했습니다"라며 출처를 같이 보여준다. 챗GPT 무료 버전이 학습 데이터 시점에 발이 묶여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이게 꽤 실용적인 차이다.


한국어 처리는 솔직히 챗GPT보다 조금 아쉽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특히 뉘앙스가 중요한 문장을 교정하거나, 한국어 특유의 문어체와 구어체 차이를 살려달라고 하면 가끔 어색한 결과가 나온다. 반면 영어 글쓰기나 코드 관련 작업은 충분히 쓸 만하다.


구글 워크스페이스와 연동이 된다는 점은 진짜 강점이다. 지메일, 구글독스, 구글드라이브에 있는 내용을 직접 참조해서 답변해주는 기능이 있는데, 이걸 제대로 쓰면 자료 정리 시간이 줄어든다. 다만 한국에서는 이 기능이 아직 제한적인 부분도 있다.



실제로 쓰게 되는 상황들

제미나이를 자주 쓰게 되는 상황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뭔가를 정리해야 할 때, 초안이 필요할 때, 모르는 걸 빠르게 파악해야 할 때. 이 세 가지가 전부다.


회의 메모를 넣고 "이걸 요점만 정리해줘"라고 하면 꽤 잘 된다. 긴 기사나 문서를 붙여넣고 "핵심만 말해줘"도 마찬가지다. 직접 읽고 정리하는 시간보다 확실히 빠르다. 처음엔 그래도 내가 직접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요약 먼저 보고 필요한 부분만 찾아 읽는 게 오히려 효율적이라는 걸 인정하게 됐다.


초안 작성도 많이 쓴다. 메일 하나를 써야 하는데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할 때, 대충 상황을 설명하고 "이런 맥락으로 메일 초안 써줘"라고 하면 출발점이 생긴다. 그걸 그대로 쓰는 건 아니고, 어투와 내용을 고쳐서 쓴다. 그래도 빈 화면 앞에서 멍하니 있는 것보단 낫다.


윈도우 환경을 정돈해두면 AI 도구를 쓸 때도 여러 창을 오가는 게 한결 수월하다. 제미나이를 크롬에 열어두고 구글독스와 나란히 쓰는 게 내 기본 세팅이 됐다.



AI 도구를 쓴다는 것의 실제 의미

제미나이를 쓰면서 조금 불편해지는 순간도 있다. 내가 직접 생각해야 할 것들을 AI한테 미루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 물론 계산기가 나왔다고 수학 능력이 퇴화한 건 아니듯, AI 도구도 마찬가지겠지만 가끔은 그 생각이 든다.


더 현실적인 문제는, 결과물을 검토할 능력이 없으면 AI가 뱉은 걸 그냥 믿게 된다는 거다. 제미나이가 출처를 보여줘도, 그 출처가 맞는지 판단하려면 내가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한다. 도구를 잘 쓰려면 도구보다 내가 먼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게 좀 아이러니하긴 하다.


USB 허브 하나 고를 때도 스펙을 읽을 줄 알아야 좋은 물건을 고를 수 있듯이, AI가 준 답을 판별할 배경지식은 여전히 필요하다. 그게 AI 시대에 공부가 여전히 필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제미나이를 제대로 쓰기 위한 한 가지

질문을 잘 해야 한다. 이건 제미나이만의 얘기가 아니라 모든 AI 도구에 해당하는 말인데, 막연하게 물으면 막연하게 답이 온다. "이거 알려줘"보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목적으로 이게 필요한데, 어떻게 하면 돼?"가 훨씬 쓸 만한 결과를 준다.


처음엔 이게 귀찮다. 질문 하나 쓰는 데 이렇게 공을 들여야 하나 싶다. 그런데 어차피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여러 번 다시 물어보는 거랑 비교하면, 처음에 잘 쓰는 게 더 빠르다는 걸 반복해서 배웠다.


제미나이가 특히 잘 반응하는 건 역할을 부여할 때다. "전문 카피라이터처럼",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법률 문서 형식으로" 이런 맥락을 주면 확실히 결과가 달라진다. 아무 맥락 없이 쓰는 것보다 이 방법이 훨씬 원하는 방향에 가깝다.


이어폰 하나도 어떤 상황에 쓸 건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듯, AI 도구도 어떤 용도로 쓸지 먼저 정하면 훨씬 잘 쓸 수 있다. 만능 도구라는 말이 오히려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게 만드는 함정이기도 하니까.


제미나이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는 모르겠다. 구글이 이쪽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는 발표를 보면 느껴지는데, 실제 사용자 경험이 그 속도를 따라오고 있는지는 또 다른 얘기다. 지금은 일단 지금 쓸 수 있는 걸 잘 쓰는 게 맞다.


어느 도구든 처음 쓸 때 기대치가 너무 높으면 실망이 크다. 제미나이도 마찬가지다. 마법처럼 다 해결해줄 거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 적당히 귀찮은 일을 덜어주는 도구라고 생각하면, 생각보다 자주 손이 간다는 걸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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