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인기 있는 책이어서 도서관에서 대출하기까지 오랜 기다림이 있었던 소설인 ‘휴남동 서점'을 드디어 읽었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불편한 편의점'과 분위기가 너무 비슷한 표지 디자인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소설의 내용 역시 유사한 느낌이 들지 아닐까 싶은 생각을 가졌었다. (이런 생각을 했던 사람이 많아서 그랬는지, 최근 표지를 바꾼 버전을 내놓았는데, 이를 의식한 것이 아닌가 추정을 해 본다.)
두 책 모두 동네에서 볼 수 있는 흔한 가게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서점보다는 편의점이 조금 더 흔해서 책에서 나오는 상황에 대한 묘사를 할 때는 ‘불편한 편의점'이 더 공감이 갔던 것 같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동네서점을 일반적인 서점으로만 설정을 하면 책의 내용이 아주 무미건조하게 흐를 것 같은데 커피를 판매하는 서점이어서 색다른 모습으로 구성을 한 것은 잘했던 것 같다. 실제로 이런 서점이 동네에 있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드는 작품이다.
아내가 먼저 이 책을 읽고 나서, 소설을 빙자해서 쓴 에세이라고 한 마디로 평을 해서, 진짜 그런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봤다. 내가 느끼기에는 에세이 같이 작가의 생각이 드러나는 부분이 곳곳에 깔려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소설을 전개시키기 위한 내용이어서 에세이 같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그것보다는 아무리 소설이어도 현실에서는 말로 표현하지 않을 것 같은 서로의 대화가 좀 거슬리기는 했다. 드라마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대화들이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곳이 곳곳에 있었다. 작가가 나중에 드라마나 영화화를 꿈꾸면서 쓴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멜로 영화나 멜로드라마 소재로는 딱이다. 언젠가 드라마로 만들어져서 나올 것을 예상해 본다. 닭살 돋는 멘트들은 덤이다.
나는 소설 초반에 등장하는 커피 청년에 대해서 뭔가 조금 신비로운 느낌으로 묘사를 하길래 나중에 서점 주인과 이 커피 청년 사이에 썸이 생기는 이야기로 전개되는 것으로 예상하고 읽었는데, 완벽하게 잘못된 추리였다. (이 얘기를 들은 아내가 비웃기는 했다. 나는 진짜 심각하게 둘의 썸을 생각하면서 읽고 있었거든!)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책의 초반에 커피 청년에 대해 너무 자세히 썼던 것이 나 같은 사람에게 혼선을 주었을 것 같다. 분명 이 책을 읽으면서 나처럼 생각한 사람은 좀 있을 것이다.
중반부가 되어서야 등장한 작가님의 이야기를 보면서 갑자기 내가 떠오르기도 했다. 내가 그렇게 남의 문장을 지적질해주면서 고쳐줄 수 있는 실력은 전혀 없지만, 내 블로그에 끄적이면서 쓰는 글들에 일부 이웃분들이 글을 잘 쓴다고 칭찬을 해 주는 것을 들은 적이 있어서 소위 ‘근자감'을 갖게 되어서 그렇다. 글을 전문적으로 배운 것은 아니지만 글을 못 쓰지는 않는다는 생각, 그것만 있어도 글쓰기에서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 같다.
다 읽고 나서 크게 머릿속에 남는 감동이 없는 것 같기는 하지만, 동네에 커피도 팔고 좋은 책도 함께 파는 그런 장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북카페와는 조금 느낌이 다를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미 잠실 롯데월드몰에 있는 서점이나, 지하에 있는 알라딘 중고매장이 서점이면서 커피도 팔고 있구나. 차이점이 있다면, 그곳에서는 단지 책과 커피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사람 사는 냄새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작은 서점이면서 카페도 함께 하는 구성은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울 것 같기는 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스몰톡 자체도 많이 하지 않는 분위기라면 더 그럴 것 같다. 하지만, 소설에서 묘사하는 느낌의 그런 장소가 있다면 가끔 한 번씩 들러서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는 않을까. 서점 주인과 커피를 한 잔 하면서 자연스럽게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 지금처럼 대형서점만 가득하기 전 동네 서점이 있던 시절에는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