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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e by Aug 12. 2024

왜 이름이 에어스트림일까?

(5) 공기처럼 떠도는 노마드 라이프




샌프란시스코 기록을 시작하기 전, 내가 12일간 머물게 된 이 에어스트림 트레일러에 대해 알아본 것을 적어둔다. 에어스트림(Airstream) 트레일러는 미국에서 가장 상징적이고 오래된 여행 트레일러 브랜드 중 하나이다. 특히 둥근 알루미늄의 독특한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으로 유명하다.


'월리를 찾아라'의 주인공과 이름이 같은 월리 바이엄은 1896년 오리건주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캠핑과 여행을 사랑하는 소년이었다고 한다. 월리의 첫 번째 트레일러는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캠핑을 더 편안하게 하기 위한 텐트였다.


1920년 20대였던 월리는 집에서 만든 텐트를 사용하여 당시 사용되던 트레일러보다 가벼운 이동식 주택을 만들기로 했다. 그가 개발한 첫 트레일러는 뜨거운 한낮의 햇빛과 불시에 찾아드는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간단한 구조였지만 캠핑과 여행에는 매우 효율적이었다.


월리는 조금 더 튼튼한 이동식 주택 디자인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그가 경량 알루미늄 트레일러를 개발한 것은 약 10년 후인 1931년이다. 이 트레일러는 당시 항공기에서 사용되던 기술과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었는데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되어 이동이 용이했으며, 튼튼하고 가벼워  다양한 날씨 환경에서 미국 전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게 되었다.



1931년, 월리 바이엄은 공식적으로 '에어스트림'이라는 브랜드를 설립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에어스트림은 군용 장비 생산에 집중하면서 민간 트레일러 생산을 중단했다가 종전 후 빠르게 생산 라인을 회복하여 전후 미국인들의 여행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트레일러는 이후 수십 년 동안 미국인의 자유로운 캠핑과 여행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트레일러는 빠르게 인기를 얻었고, 특히 경량성과 내구성에서 큰 강점을 보였다. 1950년대와 60년대에는 우주 탐사 프로그램인 '아폴로' 프로그램에서 우주비행사들의 이동 수단으로 에어스트림 트레일러가 사용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에어스트림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바로 반짝이는 은색의 알루미늄 외관이다. 둥글게 휘어진 모양과 반사되는 메탈릭 광택은 멀리서도 바로 에어스트림을 알아볼 수 있게 한다.  


알루미늄 외관은 일단 내구성이 뛰어나며, 부식에 강해 오랜 시간 동안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곡선 설계는 다른 트레일러에 비하여 뛰어난 연료 효율성을 제공하니 장거리 여행 시 연료비 절감에 큰 장점도 있다.


에어스트림은 운전석이 있는 캠핑카(RV)가 아닌 차에 연결하여 끌고 가는 트레일러 형식을 유지한다. 세가지 장점을 정리해본다.


첫째, 트레일러는 캠핑카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길이나 캠핑 사이트에서 더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 캠핑 장소에 도착한 후 차량을 분리할 수 있기 때문에 차량을 자유롭게 사용하면서도 트레일러를 캠핑 사이트에 그대로 둘 수도 있다.


둘째, 캠핑카는 주행하는 차량과 주거 공간이 일체형이기 때문에 차량이 노후되거나 문제가 생길 경우 전체 캠핑카의 사용이 제한된다. 반면에 에어스트림 같은 트레일러는 견인 차량과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견인 차량만 교체하면 트레일러는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유지보수와 교체 비용에서 효율적이다.





셋째, 에어스트림의 트레일러는 이동성뿐 아니라 아늑한 주거 공간을 제공한다. 내부 공간 설계에 있어서 집에 가깝다. 주거 공간과 운전석이 분리된 구조 덕분에, 내부를 더 넓고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에어스트림은 처음부터 "이동 가능한 주택"으로서의 콘셉트를 가지고 설계되었다. 이는 단순히 주거 공간을 이동시키는 것이 아닌, 일상적인 생활의 연장을 의미한다. 이 철학은 주거 공간과 운전 기능을 분리된 형태로 유지하게 만든 중요한 이유이다.


에어스트림의 핵심 컨셉은 "이동하는 집"이다. 집과 같은 편안함을 누리며, 자유롭게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한다. 그래서 내구성이 좋은 자재와 제작 기술을 사용하여 만들어진다. 많은 에어스트림 트레일러가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고, 중고시장에서도 시세를 유지하는 이유이다.


내가 머물게 된 에어스트림 포터리반은 특히 다양한 인테리어 구성과 맞춤형 옵션을 제공하여 사용자의 필요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즉 사용자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트레일러를 꾸밀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하는 것. 현대적인 노마드 라이프스타일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트레일러 내부는 포터리반의 특징적인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들로 꾸며져 있다. 텍스처가 돋보이는 소파, 나무로 된 캐비닛, 농가 스타일의 테이블과 같은 가구들이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조명 역시 은은한 독서등이 있어 조용히 책을 읽기도 좋다. 편안한 캠핑 환경, 충전의 공간이다.       

     

이처럼 에어스트림은 단순한 트레일러 그 이상으로, 자동차 브랜드라기보다 미국의 여행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한다. "우리가 탐험할 수 있는 한, 에어스트림은 계속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브랜드 철학을 유지하면서 말이다. 전통적인 모델 외에도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트레일러가 출시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큰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자연과 가까이, 비싼 호텔에 묵지 않고, 집처럼 편안하게. 이보다 좋은 라이프스타일은 없을 듯하다. 나는 주인장의 너그러운 초대 덕분에 12일 머물게 되었는데 여기서 꼼짝도 하기 싫을 정도로 이 은신처가 좋다.


샌프란시스코 3박 4일을 빼야 하니 에어스트림에서 머무는 시간은 딱 8번의 밤이다. 

하루 하루가 아깝다.





20240711

Port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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