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서 한 끼 먹는다면 망설임 없이 딤섬이다.혼자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루를 보내게 된 날 아침, 나는 블루보틀 커피를 마시며 구글맵을 검색하다 10분 거리에 Yank Sing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몇 해 전 M과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던 중 링컨 센터의 Yank Sing 딤섬 맛을 본 이후로 언젠가 꼭 다시 가고 싶었다. 그날 이것저것 시켜 놓고 남은 딤섬을 테이크아웃하고는 밤에 호텔 들어와 코잇 타워를 보며 먹었는데, 차가운 딤섬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1958년 오픈한 노포로 오픈 당시에는 차이나타운에 위치했지만, 이후 더 넓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하기 위해 금융 지구의 두 곳으로 이전했고, 내가 갔던 링컨 센터(101 Spear Street)에 이어 스티븐슨 스트리트(49 Stevenson Street)에도 있다고! 시간을 보았다. 막 오픈한 시간이긴 하지만 오늘은 토요일 아닌가! 예약 없이 가도 될까?
일단 가보기로 한다. 한가한 토요일 아침의 샌프란시스코를 커피를 마시며 걷는다. 오랫동안 여기에 살아온 사람처럼. 나는 여행지에서 느끼는 이런 순간이 행복하다.
멀리 Yank Sing이 보인다. 링컨 센터의 Yank Sing도 세련된 비즈니스맨들의 점심 장소였던 기억이 나는데, 이곳도 세련된 레스토랑이다. 전통적인 중국 요소와 현대적인 터치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비즈니스 점심을 즐기기에 좋겠다.
예약 없이 갔지만 창가 1인석이 있!다! Yank Sing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카트가 있어서다. 카트 레이디는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대나무 찜통을 열어 보인다.
시그너처인 소룡포, 새우 딤섬인 하가우, 돼지고기와 새우가 섞인 쇼마이, 부추 덤플링... 익숙한 딤섬들이 눈에 들어온다. 제일 좋아하는 하가우를 먼저 맛보기로 한다.
익숙하지만 더 고운 하가우 맛이다. 야들야들한 투명한 만두피 사이로 새우의 전생이 보인다. 맛있다. 카트는 계속 오간다. 나는 딤섬 맛이 서서히 담백함에서 강렬함으로 나아가도록 나름 순서에 주의하며 주문한다.
은근한 하가우와 돼지고기 새우 쇼마이에 이어 가리비 쇼마이를 주문한다. 새우, 돼지고기, 가리비...하나씩 맛을 더하며 먹는다. 1, 1+1, 1+1+1 순서다. 부드러웠다가 쫄깃하게 끝난다. 새로운 식감이다.
먹다가 바짝 붙은 옆 테이블 사람들이 먹는 음식도 스캔해 본다. 저건 뭐지?
내 옆의 서양인(?)(백인(?) (이런 표현이 맞는지 아직 모르겠다) 네 명이 주문한 딤섬은 내가 한 번도 딤섬에서 주문해보지 않은 것들이다.
베이징 덕도 있다. 베이징 덕은 얇게 썬 오리고기와 바삭한 껍질이 어우러진 메뉴로, 반찬과 함께얇은 밀떡에 싸서 먹는 요리다. 그런데 살짝 다시 보니 베이징 덕을 올린 샐러드다. 무겁지 않게 이것저것 맛보기 위해서겠지. 한두 번 주문해 본 솜씨가 아닌 것이다
나는 기죽지 않고 다음 시금치 덤플링을 주문한다. 초록빛 영롱한 딤섬 안에 터질듯한 새우가 잔뜩 몸을 구부리고 있다. 반으로 세 번쯤 접은 크기다. 아, 맛있다.
나는 이제 눈으로 메뉴판 가격표 숫자를 더하기 시작한다. 카트 레이디는 오가며 연식의 세월이 담긴 대나무 찜통을 연신 열어 보인다. 궁금하긴 한데, 더 이상은 안된다.
차례 차례 딤섬의 향연을 즐기며 딤섬 문화도 익힐 겸 옆 테이블 네 명이 익숙하게 주문한 딤섬 이름을 검색해 본다. '팟스티커'는 바닥은 바삭하고 위는 부드러운 군만두다. '차슈 바오'는 부드러운 번 안에 달콤한 바비큐 돼지고기가 들어 있다고 하고.
'연잎밥'은 찹쌀, 닭고기, 버섯을 넣고 연입에 싸서 찐 밥인데 난 눅눅한 밥 전혀 안 먹고 싶다. 옆 테이블 일행은 식감도 적절하게 배치하여 주문하고 있다. 연입밥 다음에는 바삭한 튀김과 야채와 새우가 들어간 스프링롤을 먹는다.
그들은 Yank sing에만 있는 딤섬을 물어 주문하기도 한다. '구로부타'는 돼지 뱃살을 부드러운 번에 담아 달콤하고 짭짤한 소스로 맛을 내는 Yank Sing만의 딤섬이라고 한다. 이어서 다양한 버섯이 들어간 덤플링도 시키고, 큰 새우를 바삭한 면으로 감싸 튀긴 후, 탱글한 소스와 함께 먹는 피닉스 테일 새우도 시킨다.
마지막 피날레는 닭발이다. 이것은 Yank Sing이 진짜 자랑하는 딤섬이라고 한다. 먼저 닭발을 깨끗이 씻어서 간장, 설탕, 마늘, 다양한 향신료로 양념해서 끓여서 부드럽게 만들어 피를 팽창시킨다. 간장, 검정콩 페이스트, 쌀 와인, 때때로 팔각과 같은 향신료로 조려내는 다단계 요리다.
테이블에 도착한 닭발 위로 네개의 아이폰이 동시에 등장하며 찬사가 쏟아진다. 뜨거운 닭발 위로 조림 소스가 닭발을 코팅해 반짝인다. 먹더니 서로 젤라틴처럼 부드럽다며아우성이다. "한입만" 할뻔.
자연스럽게 이것저것 주문하며 즐겁게 이야기하며 음식을 나누는 그들의 모습이 유쾌해보인다. 문화적으로도 세련되어 보이고. 다음에 나도 10명쯤 같이 와서 다 먹어볼 테다. M도 딤섬 좋아하니 꼭 같이 다시 와야겠다.(샌프란시스코에서 잔뼈가 굵은 M도 모르는 집을 내가 알고 있는 뿌듯함이란~!)
식당 벽에는 이 식당의 창업자와 딤섬 사진들이 걸려 있다. 배가 부르니 딤섬의 유래도 이야기해 본다. 딤섬은 당나라(618-907 AD) 시대 "음차"(飲茶)라는 문화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음차’, 즉 ‘차를 마신다 ‘는 문화는 옛날 실크로드를 따라 여행하던 중국인들이 잠시 찻집에 들러 차와 간단한 간식을 먹으며 시작된 음식 문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간식들은 작은 요리, 즉 딤섬이 되었다고 한다. 송나라(960-1279 AD) 시기에 들어서면서 차와 함께 제공되는 작은 요리들이 광둥성을 중심으로 중국 남부 지역에서 발달하게 되었는데 우리가 말하는 딤섬은 그래서 광둥 딤섬이 원형이다.
19세기와 20세기 초반에 중국인들이 전 세계로 이주하면서, 딤섬 문화를 함께 전파했다.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도 딤섬 레스토랑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전 세계적으로 이 새참인 딤섬이 알려지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딤섬은 지역의 재료와 현대적인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요리들로 진화했다.
딤섬 카트 서비스는 20세기 초 홍콩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딤섬은 주로 홍콩과 광둥 지역의 찻집에서 제공되었는데, 초기의 딤섬 가게들은 요리를 만들어 테이블로 바로 서빙했지만 다양한 종류의 딤섬을 빠르게 나르기 위해 요리를 카트에 담아 테이블 사이를 돌며 손님들이 직접 골라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 시초였다고 한다.
카트 서비스의 장점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즐거움, 방금 만든 신선한 음식, 요리가 따뜻한 상태로 유지되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는 것. 손님들과 카트 사이에 오가는 대화도 즐겁다. 다른 손님들이 주문하는 것을 보면서 새로운 메뉴를 시도하기도 한다. 전통적인 식사 경험과는 다른 즐거움이다.
딤섬에 입문하면 고급 딤섬에도 도전해 볼 만하다. 닭발 요리인 피닉스 클로(Chicken Feet), 두리안 페이스트 만두(Durian Paste Dumplings), 타로를 갈아 만든 반죽을 튀겨서 바삭하게 만든 케이크타로 루트 케이크(Taro Root Cake), 해삼 딤섬(Sea Cucumber Dumplings), 우롱차 훈제 오리(Oolong Tea Smoked Duck), 푸아그라 슈마이(Foie Gras Shu Mye)등 놀랍다.
와규 스프링롤, 전복 로마이 가이, 트러플 하가우, 우니 덤플링, 랍스터 청펀 등 가지가지 있다고 하니 주머니 넉넉한 호기심 넘치는 미식가들은 도전해 보시길.
Yank Sing은 미슐랭 비브 구르망(Bib Gourmand)으로 선정된 곳이다. 분위기와 맛과 이해되는 가격이다. 다양한 딤섬 옵션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매우 친절하고 쾌활한 서비스가 좋다. 나는 이렇게 할 말만 하고 맛난 음식 주고 내버려 두는 서비스가 편하다.
Yank Sing을 뒤로하고 나와 현대미술관을 향해 걷는다. 딤섬을 특별히 좋아했던 음식 평론가 앤서니 보데인(Anthony Bourdain)이 떠오른다.
안타깝게 스스로 죽음을 택한 그가 홍콩의 딤섬을 취재하며 만든 TV 프로그램 <No Reservations>을 다시 찾아보고 싶은 날이다. 그와 우연히 Yank Sing의 1인용 좌석에 각자 나란히 옆자리에 앉아 번갈아 카트를 불러 세우는 상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