딤섬집에서 5분 거리에 나의 사랑하는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이 보인다. 멀리서 보면 이 건물은 현대적인 요소와 전통적인 건축 양식이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간이 서로를 품고 있는 느낌을 준다.
SFMoMA 건물을 설계한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Mario Botta)는 밀라노, 베니스, 파리, 스위스를 거쳐 공부하고 실험한 예술 철학과 양식을 이 건물에 구현했다고 한다. 벽돌, 돌의 자연물과 도시의 풍경이 조화를 이루고, 기하학적 형태와 상징적인 원형탑, 천으로 둘둘 둘러싼 것 같은 파사드가 벽면을 돌아가며 묘하게 공존하고 있다.
천으로 돌돌 만 것 같은 SFMoMA의 독특한 외벽은 2016년 노르웨이 건축회사 스노헤타(Snøhetta)가 마리오 보타의 원래 건물을 대규모로 확장하면서 추가한 것이다. 파도처럼 물결치는 하얀 파사드(facade)를 3D 모델을 통해 구현한 다음 유리 섬유 강화 플라스틱(FRP) 패널을 사용해서 제작했다고 한다. 700개의 패널이지만 가벼워서, 알루미늄 중간 지지 구조가 필요하지 않았고 이 패널들 사이 대형 창문을 개방해서 내부 공간에서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딱 이 자리에 핸드폰 충전하는 공간이 있는 것도 신의 한 수다.
SFMoMA 입구에 도착했다. 뉴욕 현대미술관도 그렇고 SFMoMA도 그렇고 현대미술관이 위용을 자랑하기보다는 길가에 작은 깃발 하나 내걸고 있는 일상 속의 미술관 느낌이다. 큰 길가에 티켓 없이도 미술관 카페는 이용할 수 있다는 귀여운 표지판이 나와있다. '커피 마시러 왔으니 예술과 머물다 가세요'라는 카피는 더 귀엽다.
입구 기프트숍과 매표소가 있는 2층 사이의 이 공간은 무료로 개방된 갤러리와 휴식 공간으로 전시를 볼 시간이 없더라도 잠시 쉬거나 아트북을 보거나 커피 한잔 마실 수도 있다.
입구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게 되는 것이 이 중앙 아트리움이다. 이 아트리움 공간도 2016년에 스노헤타(Snøhetta) 프로젝트를통해 현재 디자인으로 확장, 변경되었다. 천정과 벽의 나무가 현대적인 건축의 차가움에 따뜻한 대비를 이루면서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보타의 건축 설계의 철학을 이어 확장한 공간이다.
중앙의 윗부분설치 작품을 중심으로 우측의 벽화와 좌측의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이 공간에 역동적인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상징하기 때문에 모든 방문자가 만나게 되는 아트리움은 단순한 이동 공간을 넘어 SFMoMA의 건축적이고 예술적인 정체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원형 오큘러스는 천장에서 빛을 받아들여 이 공간을 쏟아지는 자연광으로 채운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지는 높은 흰색 기둥이 기병대처럼 사열하고 있는 오큘러스의 소실점이 위치하는 곳에 올라프 엘리아슨(Olaffur Eliasson)의 설치작품 <One-way colour tunnel>이 있다.
천정의 빛을 다채로운 색상의 유리 패널을 통해 굴절시키거나 반사시키며 움직일 때마다 환상적인 색채를 경험하게 한다. 설치물 위로 오가는 관람객들의 발이 보인다.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이 광경을 향해서 고개를 꺾어 올린 채 서있다.
도시인의 친근한 쉼터인 SFMoMA는 1935년 미국 서부에서 최초로 오픈한 현대미술관으로 47,000여 점의 세계적인 명작을 소장, 혹은 전시하고 있다. 2016년 확장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건물에서 세 배 크기의 건물로 확장하며 대형 설치 미술과 혁신적인 전시가 가능한 대형 현대미술관이 되었다.
GAP의 창립자인 도리스와 도널드 피셔의 개인 소장품을 바탕으로 한 피셔 컬렉션은 현대 예술 작품 중 가장 뛰어난 개인 소장품으로 꼽힌다. SFMoMA는 특히 복제기술로 간주되었던 사진을 '예술'로 인정한 세계 최초의 미술관 중 하나로, 현대미술의 진화 과정과 다매체 예술로와 확장 과정을 배울 수 있다.
이러니 빛과 공간, 자연을 주제로 한 감각적이고 몰입적인 설치작품에 반해 매표소로 달려가 30불이 넘는티켓을 끊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7층 건물 빼곡히 소장하거나 전시하고 있는 작품들을 짧은 시간 안에 보아야 하는 것이야말로 관광객의 비애다. M과의 약속을 위해 호텔로 돌아가기 전까지 나에게는 딱 5시간이 남았다.
이날 내가 제한된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SFMoMA 전체를 돌아볼 수 있었던 것은 미술관 전시 색에 맞춰 옷을 코디하고 출근한 이 프로페셔널한 멋쟁이 미술관 직원 아저씨와 디카프리오를 닮은 매표소 직원이 최선을 다해 관광객을 도와준 덕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