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폭포의 별명이 신부의 베일(bridal veil)이라고 했다. 폭포가 있는 콜럼비아 강 협곡(National Scenic Area)으로 가는 가는 길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포틀랜드 시내에서 약 30분 정도 달리는 동안 M은 이 눈부신 숲길이 겨울에 접어들면 어떻게 변하는지 이야기해 주었다. 겨울이면 진입이 금지되는 길, 여름이라 허락된 호젓하고 울창한 삼림 사이로 달렸다.
포틀랜드의 8일째. 사실 멀트노마 폭포(Multnomah Falls) 이야기를 들은 것은 한국을 떠나기 전부터였다. 가까이 사는 M도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여의도 사는 사람이 63 빌딩을 올라가지 않는 것과 비유하면 그렇지만, 어쨌든 M도 나를 따라 멀트노마를 한번 보고 싶다고 했다.
이날 M과 내가 간 곳은 멀트노마 폭포, 일명 콜럼비아 고지(Columbia Gorge)라 불리는 곳이다. 이 별칭은 콜럼비아 강 협곡을 뜻하는데 이 협곡 내 여러 폭포들 중에서도 멀트노마 폭포가 가장 유명하기 때문.
포틀랜드에 머무는 동안 콜럼비아 강에 대해 수없이 듣게 되는데 그만큼 이 강은 포틀랜드의 젖줄이다. 미국 북서부와 캐나다 남서부를 지나는 거대한 수로 중 하나로 2,000km에 달하는 길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시작해서 미국 워싱턴주와 오리건주의 경계를 따라 흐르다 태평양으로 흘러간다. 강의 수력 발전소에서 오리건주와 워싱턴주를 비롯해 미국 서부 전체의 전력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콜럼비아 강을 통해 곡물, 목재, 철강 등 다양한 상품이 국제 무역으로 수출되기 때문에 이 강은 포틀랜드 해상 교역의 중심지다. 미국 서부 개척 시기에 루이스와 클라크 원정대(Lewis and Clark Expedition)의 경로 중 하나였던 곳으로 이 강을 따라 초기 탐험가들과 무역상들이 이동하며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의 개척과 발전이 이루어졌다고 하니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여러모로 우리나라의 낙동강 같은 상징성이 있는 듯하다.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 사설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주차만 15불이다. 그래도 뿌듯하다. 밀려드는 인파를 보니 이 뿌듯함은 확신에 가깝다.
일단 우리의 동선은 우선 전체 지형 파악을 위해 셔틀 타고 돌기, 비스타 하우스(Vista House)에서 내려 콜럼비아 강 전망 보기, 다시 셔틀 타고 내려서 일부 구간 걸어서 트래킹 하며 숲길 걷기, 걸어서 로지 도착해서 연어 먹기다.
연어의 독특한 향과 높은 가격 때문에 애써 연어를 즐겨 먹지 않았던 나는 포틀랜드에 도착해서 환상적인 연어맛에 빠져있었다.
멀트노마 폭포는 2단으로 나뉘어있는 189미터 높이의 폭포이다. 상단 폭포는 165미터, 하단 폭포는 21미터니까 웅장한 수직 낙하를 자랑한다. 폭포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주요 지점으로는 세 곳이 있다.
우선 폭포를 아래서 올려다보는 관광 안내소 지점이다. 로지 뒤쪽으로 펼쳐지는 폭포의 자태는 로지 뒤로 돌아가서야 흰 신부의 베일처럼 아름답게 자태를 드러낸다.
두 번째 지점은 벤슨 다리(Benson Bridge)다. 폭포 중간에 위치한 이 다리는 폭포 상단과 하단을 모두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포인트로 이곳에 서면 상단 폭포에서 물방울이 얼굴에 부드럽게 튀어내린다.
벤슨 브리지를 지나 폭포 위쪽으로 2.4km의 트레일을 따라 걸으면 폭포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다. 가장 아름다운 경관이 이곳이다.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적당한 신발이 아니라면 벤슨 다리까지만 들렀다가 내려오는 것이 안전하다.
이 안내판은 멀트노마 폭포에서 발생하는 낙석 위험과 자연 형성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물은 콜럼비아 강 협곡의 벽을 끊임없이 깎아내면서 협곡을 형성해 왔다. 폭포 주변의 곡선형 절벽은 물이 암벽을 깎아 만든 것으로, 천연 원형 극장과 같은 형태의 분지(amphitheater 암피씨어터) 구조를 이루고 있다.
물이 바위 틈새로 흐르면서 얼었나 녹았다를 반복하는데 이때 암벽의 틈을 벌려 큰 암석 덩어리들이 떨어져 나가게 된다. 1995년에는 폭포 뒤쪽에서 버스 크기의 현무암 조각이 떨어져 웅덩이로 떨어진 적도 있었다고 한다.
알 크기의 작은 낙석도 심각한 부상을 일으킬 수 있다. 때로 폐쇄된 구역이 있으면 절대 그 구역을 넘으면 안 된다. 트레일을 벗어나서도 안된다. 사람들이 발을 디딜 때 바위가 굴러 아래 있는 사람들 머리 위로 떨어질 수도 있다.
주차를 하고 폭포를 보기 전에 먼저 트롤리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라토렐 폭포(Latourell Falls), 웨이케나 폭포(Wahkeena Falls)와 같은 폭포들이 부근에 있고 트롤리가 각 정거장에 정차해 주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함께 둘러볼 수 있으니까.
트롤리를 타고 비스타 하우스까지 한 바퀴 돌고 오면 전체적인 멀트노마의 지형이 손에 잡힐 테지. 이 창의적인 도시 포틀랜드를 콜럼비아 강이 얼마나 엄마처럼 보듬어 안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비스타 하우스는 크라운 포틴트(Crown Point)에 위치한 역사적인 전망대. 셔틀에서 내리면 콜럼비아 강 협곡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이 펼쳐진다. 강을 따라 이어지는 협곡의 장대한 경관과 주변 산맥. 일몰과 일출 시간을 찾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스몰토크의 귀재 M 덕분에 셔틀버스 운전수 아저씨와 친해져서 아저씨가 효율적으로 숲과 폭포를 즐길 수 있는 동선을 알려주었다. 로지 직전의 정거장에서 내려걸으니 셔틀에서 볼 수 없는 숲의 생명들과 졸졸 흐르는 숨은 물줄기를 한껏 만끽할 수 있었다.
멀트노마 폭포 관광안내소(Multnomah Falls Visitor Center)가 있는 로지에 기가 막히게 시간을 맞춰 도착했다. 1시 30분 점심 예약. 미국은 예약 없이 그냥 들어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약속의 나라인 듯하다.
오늘의 점심 연어를 먹기 전에 관광 안내소에서 연어의 생애를 알 수 있는 안내판을 볼 수 있었다. 콜럼비아 강과 그 지류들은 북미에서 가장 중요한 연어 서식지 중 하나다. 연어는 이 강에서 성장하고 성숙한 후,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여 태평양으로 나아간다.
몇 년 후, 다시 콜럼비아 강으로 돌아와 그들이 태어난 곳으로 거슬러 올라가 산란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연어는 살아서는 먹이원이 되고, 죽어서는 강과 숲에 영양소를 제공하고 사라진다.
특히 멀트노마 폭포가 위치한 지역에서는 여러 종의 연어들이 태어나고, 바다로 나가 자란 뒤 다시 강으로 돌아와 산란하는데 연어의 이러한 회귀 본능은 이 지역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어에게 사실 멀트노마 폭포는넘을 수 없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연어들은 멀트노마 폭포 상단까지 올라가지는 못하기 때문에, 폭포 하류의 강과 지류에서 알을 낳는다.
콜럼비아 강에는 연어들이 댐이나 인공 구조물을 넘을 수 있도록 돕는 물고기 사다리(Fish Ladder)가 설치되어 있기도 한데, 정작 멀트노마 폭포에는 수직 낙하 물살 때문에 이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폭포 하류에서는 연어들이 활발히 생애를 이어가는 모습을 통해 자연과 생명의 끈끈한 연결을 엿볼 수 있다.
지역의 역사 기록에서 연어는 원주민 문화와 지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물고기다. 기록을 보면 연어는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의 원주민들에게 신성한 존재이며, 그들의 전통과 식생활에서 중요한 자원이었다 전해진다.
연어의 생애에 대한 설명이다.
Fertilized Egg (수정란)은 수정이 된 후의 상태로 25일 지나면 Eyed Egg (눈이 형성된 알)이 된다. 이 단계에서 약 30~40일 동안 성장한다.
Alevin는 알에서 부화한 후, 여전히 난황 주머니(yolk sac)를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는 시기다. 약 50~60일 걸린다.
Button-up Fry는 약 70~80일 후 난황 주머니가 완전히 흡수되면서 자립하기 시작하는 단계다.
Small Fry와 Large Fry로 시간이 지나면서 어린 연어는 점차 성장하며, 수온과 먹이량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