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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오이,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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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글쓰기 코치로 인연을 맺었던 N사의 소개로 나는 같은 해 강원도의 콘텐츠 기관에서 스토리 창작수업을 시작했다. 잔머리 지수가 떨어지는 나는 우직하게 강의를 했고, 차곡차곡 강의 결과물이 쌓였다.


진지하고 끈기 있는 수강생 분들은 여름휴가 기간에 결석 한번 없이 출석해서 각자 목표했던 스토리를 쓰고 수료했다. 매 학기 수강생들의 글이 책이 되어 나왔다.


그 과정을 지켜본 교육 프로그램 담당사 K대표님이 말했다.

"여기 입주기업에 지원해 보시겠어요? 곧 공고가 나갑니다. 공유 오피스는 가능하실 거예요."


사업 계획서, 예산 계획서, 세금 납입 증명서 등 처음 내보는 서류들을 준비하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대학 교수이자 작가로만 살다가, 어쩌다 창업을 한 것이 2023년 여름이었다.


6월 마지막 날, 난생처음 세무서에 가서 사업자 등록증을 받았다. 업태, 업종 정하는 것은 또 왜 이리 복잡한지.


드디어 입주 기업 카드 키를 받은 날,

복사기도 만져 보고, 컬리 프린터도 만져 보고, 촬영용 스튜디오 박스로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멜론도 찍어보고...


은행에서 사업자 체크카드를 받고 돌아오는 길, 사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완전 새내기 1인 기업이었지만 그저 생경하고도 기쁜 마음이었다.


첫해는 우왕좌왕 혼란스러웠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서 늘 하던 대로 글쓰기 강의만 하며 매출을 조금씩 만들어갔다. 시엔 지원사업 경쟁율도 지금처럼 높지 않았는데 뭐가 뭔지 몰라 지원할 생각 조차 하지 못했다.


창업 1년이 되던 시점에 위기가 찾아왔다. 가장 많이 도와주었던 수강생과 저작권 침해 이슈를 겪게 되었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 놀랍고 실망스럽고 사람이 무서워 모든 B2C 글쓰기 수업을 중단했다.


스토리 연구소라고 창업은 해놓고 사업 모델은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막막했다. 다가오는 실적 보고일도 걱정이었다. 답답함을 이야기할 곳이 없어 당시 스토리창작 강의를 담당하고 있던 대리님에게 방법을 묻기도 했다.


방송 PD 출신으로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리님은 강의실에 들를 때마다 조용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민폐다. 얼마나 바쁜 분인데.


어느 날 대리님의 문자가 왔다.

"역량강화 컨설팅 지원해 보세요. 도움 되실 수 있을 거예요."

지원 안내를 보니 또 내야 하는 서류가 많았다. 사업 계획서 형식이었다. 사업을 접게 생겼는데 무슨 사업 계획이냐. 그래도 마감 직전까지 노트북 앞에서 씨름을 하며 서류를 만들어 제출하고는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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