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 My Rhythm album cover by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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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Velvet - Feel My Rhythm album cover illust’ by 메아리
뭉게구름이 피어난 푸른 하늘 아래 초록 들판, 그 위에 조화롭게 자라난 신비로운 꽃과 살아 움직이는 나무들, 그리고 핑크빛 드레스를 입은 다섯 명의 레드 벨벳 멤버들이 그림같이 그려져있습니다.
2022년 봄에 발매된 레드벨벳의 앨범 ‘Feel My Rhythm’을 위한 일러스트 작업과 루프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메아리’ 작가님과 함께 작업에 대한 비하인드 인터뷰를 나누며 ‘루프 애니메이션’ 작가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짧게 담아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움직이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작가, 메아리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대한 관심을 작업에 반영해 새로운 그림을 계속해서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SM 엔터테인먼트의 의뢰를 받아 Red Velvet의 ‘Feel My Rhythm’ 앨범을 위한 일러스트 제작과 프로모션 루프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습니다. ‘Feel My Rhythm’ 앨범엔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내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상상의 세계, 비밀의 정원’이란 기획 의도가 있었는데요, 이를 표현하기 위해 장면 속 판타지가 연장될 수 있도록 디테일을 구성하고 요소를 찾아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를 위해 협업하는 분들과 메일과 화상, 전화로 소통하며 서로의 의도를 잘 파악하기 노력했습니다.
혼자 작업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개인 작업과는 달리 이렇게 여러 사람과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의견과 취향을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모두의 공감을 얻는 요소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과정이 가장 힘들고, 힘든 만큼 중요한 것 같아요.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여러 사람의 많은 의견을 들을 수 있었기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과 이야기들을 알 수 있었고 덕분에 새로운 생각을 그림에 잘 녹이며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번 작업의 경우엔 초반부터 기획 의도와 컨셉 방향을 잘 잡아주셨기에 프로젝트 전 과정을 무리없이 잘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이번 작업은 다양한 그래픽 요소가 더해져 하나의 앨범 자켓으로 어우러져야 하기에 현실에 있는 인물과 환상 속의 그림이 떨어져 보이지 않는 데에 집중하며 작업했어요. 개인적으로 그림이 완성된 순간을 ‘정리’라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그림 안에서 정리될 것이 없을 때 작업이 마무리되었다고 느끼곤 해요. 그런 면에서 이번 작업은 개인적으로 완성을 정의하는 기준이 높아지게 된 계기였습니다.
수준 높은 프로젝트를 저보다 많이 경험한 분들과 함께 일하며 그분들의 결과 기준에 맞춰 여러 차례 컨펌을 받아 나갈수록 그림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어요.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완성된 앨범을 보게 되었을 때 예쁜 동화책 시리즈를 받는 느낌이었어요. 처음 의도대로 잘 작업된 것 같아 좋았습니다!
루프애니메이션의 작업의 매력은, 그림이 움직인다는 사실이 가장 큰 것 같아요. 대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동안 캐릭터를 중심으로 신을 구성하는 방식은 제게 어렵게 느껴졌어요. 저는 도리어 애니메이션의 배경을 그리는 게 가장 재미있었고 그 배경에 세계관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며 아트워크를 그려나가는 일에 더 흥미를 느꼈어요.
어느 날 종이에 빼곡하게 0.3샤프로 그림을 그리며 ‘이런 그림이 움직이면 진짜 멋지겠다’라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는데, 당시에는 그것을 실현할 만한 플랫폼도, 작업 환경도, 방법도 몰랐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SNS에 작업을 올리는 문화가 보편화되었을 때 ‘작업이 움직이면 더 멋지겠다’, ‘그림이지만 움직임을 통해 시간을 부여하고 그 시간을 통해 충분히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종이에 그림을 빼곡하게 그리며 들었던 생각이 다시 한 번 살아나게 된 순간이었어요.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하나 둘 풀어내며 처음엔 짧고 간단하게 시도해 보았던 작업들이 이어져 지금에 이르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시도하지 못한 더 풍부한 이야기를 그림에 담을 수 있도록 내공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첫 작업을 올린 후로 일 년간 정말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좋은 작업 기회를 많이 얻게 되었어요. 의뢰를 받을 때마다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내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작업, 내 작품처럼 공을 들여 그려낼 수 있는 작업을 기준으로 작업을 이어왔어요.
처음 의뢰 받을 때는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을 읽어내는 게 쉽지 않았어요. 소통의 문제는 잘못된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작업을 거듭하며 조금씩 경험을 늘려갔고,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는 법, 내 작업의 어떤 부분이 좋아서 같이 작업하기를 원하는지 등을 알아채는 방법이 나름대로 조금씩 쌓여가고 있어요. 이렇게 쌓여가는 경험치가 개인 작업을 하는 데에도 무척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좋은 기회로 많은 프로젝트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는 순간들이 재미있어요. 새로운 프로젝트는 제가 그려보지 않았던 주제와 영역을 시도하게 하고, 그 기회를 통해 새롭게 도전 하고 싶은 것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요. 또 협업을 통해 대중들에게 내가 이런 작업을 하는 창작자라는 걸 널리 알리는 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 작업을 이어가는 것 또한 창작자로서 무척 중요해요. 함께 하는 프로젝트를 잘 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가 아껴둔 이야기들을 짧게 풀어낼 수 있도록 책의 형태로 작업하면 좋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작년에 NFT로 작업했던, ‘다 말하지 못한 front store 시리즈’도 마무리 하고 싶어요!
나의 이야기를 그림에 담아 세상에 말하려 할 때, 세상이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순간까진 긴 침묵의 기간이 존재했어요. 그 긴 침묵의 시간을 견뎌내는 동안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나의 그림을 혼자 그리고, 또 보면서 ‘내일은 또 어떤 주제의 그림을 그려볼까, 하지만 이렇게 그리고 있는 것이 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며 수없이 많은 그림을 완성했어요.
그 과정을 겪었기에 지금 제 그림을 바라보며 궁금해하고 물어보시는 모든 분들께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물론 혼자 그리던 시간도 재미있었지만, 함께 그림을 바라보시는 분들이 늘어날 때마다 제 그림에 존재의 이유가 더 생기는 것 같아 매번 힘이 납니다! 앞으로도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이 계속 이렇게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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