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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트폴리오 Feb 07. 2023

왜 한글 티셔츠는 안 이쁠까?

18만 창작자 회원이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노트폴리오'는 매주 발행되는 뉴스레터를 통해 노트폴리오 픽으로 선정된 작업의 창작 과정의 인터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만약 레터를 구독하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왜 한글 티셔츠는 안 이쁠까?

<! 을지로 한글 티셔츠 만들기, 덕화맨숀 프로젝트 !> by 덕화맨숀

가끔 의미 모를 영어 단어들이 적힌 티셔츠를 볼 때마다 답답하다는 생각해보신 적 있지 않나요? 이럴 바엔 맘 편히 아무 것도 쓰여져 있지 않은 티셔츠를 사는 게 낫겠지 싶기도 하고요.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고, 한 눈에 와닿는 한글 티셔츠는 왜 유행하지 않는걸까요? 
오늘은 을지로를 좋아해 자연스레 을지로에서 작업실을 얻게 된 스튜디오 덕화맨숀이 사라져가는 가게들의 한글 간판을 토대로 '이쁜' 티셔츠를 만들게 된 이야기를 소개해드립니다. 



을지로를 사랑하는 디자이너, 덕화맨숀

안녕하세요. 저는 덕화맨숀 디자인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최동준입니다. 을지로 대림상가 근처에서 서식하고 있고, 한글을 매개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덕화맨숀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왜 한글로 된 멋지고 예쁜 티셔츠가 없을까"라는 생각이었어요. 물론 명조체로 재미있는 글귀가 적힌 티셔츠나, 실험적인 주제의 그래픽 셔츠들은 찾아볼 수 있었지만 제가 입기엔 부담스러웠거든요.

그렇다면 ‘내가 입을 수 있는 한글 티셔츠는 어떤 그래픽일까, 어떤 주제로 해야할까’를 한참 고민하던 와중 갑작스레 3개월 내에 작업실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게 되었어요. 재개발 때문이었죠. 그때서야 내가 머무르고 있는 을지로의 곳곳에서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걸 실감했고, 내가 좋아하는 을지로에 존재하는 글자들을 그래픽화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을지로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술이었어요. 특히 노포를 좋아하는 데, ‘여기가 술집이 맞나’ 싶은 곳이 많은게 을지로 잖아요. 자연스럽게 자주 오가다 보니 을지로에서 작업실을 얻게 되었고,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흥미로운 글자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거든요. 그렇게 다시 한 번 주변의 글자들을 살펴보며 재개발로 인해 문을 닫은 두 가게 ‘을지드라이클리닝’과 ‘칠하우스’를 선택했고, 아직 운영 중인 ‘시티커피’의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협업을 하게 됐습니다. 사장님께 프로젝트 설명을 드리니 쿨하게 디자인을 사용해도 좋다고 해주셨어요.



티셔츠를 위한 그래픽은 처음이라

티셔츠에 인쇄될 작업을 하니 이전에 주로 했던 포스터, 리플렛, 책자와 같은 평면적인 작업에 비해 비정형적인 3D 물성이 새롭고 느껴졌어요. 덕분에 디자인의 개념이 완전 달라지는 것 같아 재밌었어요. 단순히 평면으로만 바라보지 않아야 했고, 또 티셔츠 자체의 특성도 많이 고려해야 했습니다.

앞면에 그래픽을 넣을 때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를 찾아야 했고 뒷면 또한 그래픽의 높이는 어느 정도에 배치해야 할 지 고민할 부분이 많았어요. 또, 이렇게 고민하는 과정들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제작한 티셔츠를 직접 판매하는 동안 브랜드를 만들고 키우는 건 정말 쉽지않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고요. 자식이 생긴 느낌이랄까요.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그래픽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계속해서 ‘내가 입을 수 있는 한글 티셔츠는 어떤 그래픽일까’이라는 질문을 염두에 뒀어요. 단순히 한글로 된 티셔츠가 아닌, ‘한글로 된 예쁜 티셔츠’를 만들고 싶었고 또 다른 사람도 같은 느낌을 받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끝내 모두가 다 만족하는 디자인은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어요. 모두에게 해답이 될 수 있을 그래픽을 계속 찾았지만, 사실 그런 답은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첫 번째 고민으로 돌아가 ‘내가 입을 수 있는 한글 티셔츠’에 대해 고민하며 내가 좋아할, 내가 만족할 그래픽을 만들게 되었어요.



탈락의 그 끝은, 자유로운 독립

독립 스튜디오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2년 반을 다닌 첫 회사를 그만두던 시점에 찾아왔습니다. 당시 새로운 회사를 물색하고 있던 중 마침 제가 가고싶었던 회사들이 채용 공고를 올렸고 패기롭게 모든 곳에 포트폴리오를 넣었어요. 결과는 전부 다 1차 탈락이었는데요, 4개월 동안 지원과 탈락의 반복하다 문득 '혼자서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제가 낙천적인 편이라 ‘수중에 있는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만 해보자!’라고 마음을 먹고 독립 스튜디오를 오픈해 지금까지 운영 중입니다.

스튜디오 이름인 덕화맨숀은 제가 살았던 집 근처에 있는 빌라였어요. 산책을 할때면 자주 마주쳤는데, 볼때마다 건물의 레터링과 어감이 정이 가더라구요. 그래서 첫 프로젝트명도 덕화맨숀으로 하게됐어요. 단순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고 좋아하는것에서부터 시작을 해보자는 뜻을 담고 있어요.


뜬 구름 잡는 말일 수도 있지만, 모든 디자이너분들이 스스로가 즐거운, 재밌는 디자인을 했으면 좋겠어요.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찾아야할지, 일 하는 과정속에서 그 즐거움을 찾아야할지 저도 아직은 완벽한 해답을 찾지못했지만 모든 것들을 재밌게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디자이너 모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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