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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트폴리오 Jul 24. 2015

끊임없는 노력의 장인, 피규어 아티스트 쿨레인

노트폴리오 매거진 아티스트 인터뷰

좋아서 시작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도전했다. 500 켤레의 신발을 만들면서 다치기도 많이 다쳤다. 그래도 좋다. 재미있다. NBA, Nike, Reebok 그리고 우리에게 친숙한 Amoeba Culture까지 유수의 피규어를 제작한 세계적인 토이 디자이너 Coolrain(쿨레인)의 이야기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작업실에서 핀셋을 손으로 삼아 제작에 여념이 없는 그를 만나보았다. - 2014.01.08


간단한 소개


안녕하세요. 디자인 토이 만들고 있는 쿨레인 입니다.



원래 애니메이터를 했다고 들었다.


사실 예술 쪽 전공도 아니었고, 지방에서 자라 다양한 문화들을 접할 기회가 적었어요. 그러던 중 대학교 만화동아리에서 서울 친구들과 아키라를 같이 본 후 저도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또 이후에 ‘크리스마스의 악몽’ 등을 보고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에 빠지게 되었죠. 

처음에는 2D 업계에서 후반작업 쪽으로 일을 했어요. 그런데 이걸 아무리 해도 내 작품은 못 만들겠다 싶어 3D를 공부하기 시작했죠. 지금은 디자인 토이를 만들고 있지만 결국 같은 맥락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만들고 싶은 캐릭터를 컴퓨터가 아닌 손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실제로 제가 작업한 나이키 이니에스타 피규어가 <월레스와 그래밋>으로 유명한 Aardman Studio를 통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하기도 했어요. 나중에는 제 스스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고 싶네요.



NIKE  

애니메이터를 했던 경력이 많은 도움이 되었겠다.


토이와 애니메이션은 인물을 ‘단순화’ 시킨다는 본질적인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됐죠. 전시를 할 때 피규어의 자세를 잡기도 좀 더 수월하구요. 또 작업 과정에서도 애니메이터의 경험을 살려 3D 모델링과 출력을 할 수 있으니 전체적인 제작 시간을 조금 더 단축시킬 수도 있어요. 반면에 애니메이션에 비해 피규어는 인체 비례, 뼈와 근육, 관절 구조 등의 지식이 많이 중요하기 때문에 틈틈히 해부학에 대해도 공부하고 있어요.  



초기에는 피규어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을 텐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때는 사실 이걸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정보도 별로 없었으니 직접 찾아서 보는 수 밖에 없었죠. 영화, 애니메이션 등에서 작업하는 조형사들을 만나보며 재료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 부터 시작했어요.


그러다 2004년 6월 부터 직접 만들기 시작했어요.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2005년 이후에는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래도 나름 쓸모있게(?) 만들기 시작한 건 이제 4~5년 정도 된 것 같네요(웃음). 처음에는 많은 근육의 모양, 움직임 같은 지식이 없어 약간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만들었지만, 지금은 지식으로나 경험적으로나 많이 준비된 상태이니 괜찮은 결과물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처음 시작했을 때나 지금이나 재밌고, 좋아서 한다는 마음가짐은 똑같아요.



처음 시작했을 때와 요즘을 비교하면 아트 토이의 대중화가 더 이루어진 것 같나?


글쎄요. 그런 것은 잘 모르겠어요. 저는 제가 인기 있는 토이를 만들어서 많이 파는 것 이 대중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아트토이를 만드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예를 들자면 그림 그리는 분들이 자신만의 캐릭터를 아트토이로 만들어서 그림과 함께 전시하면 자연스럽게 토이를 보는 사람들도 더 많아지겠죠? 그것이 더 좋은 의미의 대중화라고 생각해요.  



쿨레인의 피규어를 보면 선수들의 경기 플레이 모습이 아닌 외적인 부분을 많이 다룬다.


농구선수가 농구를 하는 모습은 어차피 다들 아는 거니까 선수의 평소 모습 등 농구 외적인 것을 표현하려고 하고 그게 더 재미있어요. 선수의 특징을 잡아내고 단순화 시켜 표현해야 하니까 조사도 많이 해요. 그냥 좋아서 경기와 선수를 보는 것 보다 더 본질적인 측면을 많이 보게 돼요. 아는 만큼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피규어를 통해 코비 브라이언트도 만났다


아무래도 이 분야가 시간과 자본의 투자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과 함께하는 일이 많지는 않아요. 2008년에 나이키와 DUNK 23주년 기념 전시를 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2011년에 NBA와 콜라보레이션 시리즈를 제작하게 되었어요. 그때 코비 브라이언트와 만났죠. 전시든 제작이든 처음에는 작은 참여 기회일지 몰라도 그것을 통해 이후에 새로운 작업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해외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 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쓰고 있는데 올해 초쯤 나올 것 같아요.



NIKE


앞으로 함께하고 싶은 브랜드는 무엇이 있나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만드는 일이라 딱 꼬집어 어떤 브랜드와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은 없어요. 얼마 전 제작한 앨런 아이번스도 제가 워낙 좋아해서 계속 시리즈로 만들어나가려고 해요. 제가 원래 농구를 좋아하는데 농구에서만 찾아도 만들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나이키, 리복, 아메바컬쳐 등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콜라보레이션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이름있는 해외 브랜드와 함께 작업해야 더 인정받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서나 작업적인 측면에서나 앞서 말씀드린 Aardman Studio 와 함께한 이니에스타 작업이 제게는 가장 의미 있는 작업이었어요. 저의 첫 번째 글로벌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이기도 했고 사실 제 작업이 애니메이션이 나온다는 것은 상당히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오랜 기간 피규어 제작을 해왔는데 자신만의 노하우는?


별다른 건 없고 여러 번, 계속해서 작업을 하는 것이 노하우인 것 같아요. 중도에 그만두면 그 정도의 노하우만 갖게 되는 것이고, 좀 더 많이 만들다 보면 조금 더 나은 작업물이 나오게 되죠. 저같은 경우엔 지금까지 신발만 500켤레 이상을 만들었어요. 결과물은 작업을 계속하다보면 좋아진다고 봐요. 



작업하면서 아쉬운 점은?


시간 문제요. 만드는 방법이나 스킬은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이라 괜찮은데, 항상 시간이 더 있었으면 더 잘 만들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피규어 강의도 한다고 들었다.


강의는 스튜디오에서도 따로 진행한적이 있는데 지금은 상상마당에서만 하고 있어요. 실제로 피규어를 만드는 과정과 똑같은 커리큘럼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조금 생소한 분야이기 때문에 과정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재료를 만지는 것부터 피규어 완성까지 전체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있죠. 그게 10주 동안의 기초반이고 작가를 준비하는 분들을 위한 장기반도 진행하고 있어요. 6개월동안 준비하여 ‘타이페이 토이쇼’ 에 직접 나가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피규어 강의도 진행하고, 쿨레인 스튜디오에 함께 있는 분들도 많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나보다.


아니요. 방에서 작업하는 게 좋지 밖에 다른 사람 만나러 다니는 건 원래 안좋아해요. 그래도 피규어를 만드는 덕분에 전시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만나기도 하고, 코비 브라이언트도 만났고(웃음), 강의도 하고.. 피규어에게 고맙네요 



그렇다면 쿨레인 작가의 취미는?


토이 모으는 거랑 애니메이션 아트북 보는 걸 좋아해요. 그러고 보니 다 제 작업에 연결되는 취미네요. 그 중에서도 토이 수집이 제일 좋아요. 참고용이라고 사는데.. 사실 거짓말이고 그냥 가지고 싶어서 사는 거죠.(웃음) 아무리 비싸도 만드는 것 보다는 싸거든요(웃음). 그걸로 스트레스 많이 풀죠. 좋아해서 하는 작업으로 받는 스트레스를 오히려 좋아하는 것을 통해 풀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의 작업실 한켠에 다양한 토이들이 진열되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과연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저는 시작도 재미있어서 했고 지금도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물론 재미있는 것 만으로는 안되겠죠. 자신이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일이니, 그만큼 실력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좋아하는 일이라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네요. 기업이든 개인이든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책임감과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을거에요. 어떤 일이라도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 그런 부분은 개인적으로 잘 해결해나가야 할거에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제 작업은 모두 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외면으로 보이는 것 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겠네요. 여러분도 비슷한 여정을 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자아를 찾는 여행, 잘 되길 바랍니다. 



원문 보기 : 노트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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