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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트폴리오 Jul 26. 2023

아무도 걷지 않는 길에서 만난 낭만


18만 창작자 회원이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노트폴리오'는 매주 발행되는 뉴스레터를 통해 노트폴리오 픽으로 선정된 작업의 창작 과정의 인터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만약 레터를 구독하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아무도 걷지 않는 길에서 만난 낭만

notefolio interview with Doyo

남들 다 하는 것들을 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너도나도 무언가를 해내야 하는 세상에서. 콜라주 아티스트 Doyo는 구태여 남들이 선택하는 것들을 피해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런 고집스러운 성정이 Doyo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콜라쥬를 만드는 데 톡톡한 바탕이 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어딘가 어둡고 낯설어 현실적이지 않으며, 그러면서 꽃과 식물들로 둘러싸여 낭만이 가득한 콜라쥬. 오늘의 인터뷰는 전공을 떠나 디지털 콜라쥬 아티스트 Doyo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최근 그가 빠진 음악과 책까지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도요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일상 속 평범한 것에서 상상과 낭만을 담고자 콜라주 작업을 하는 Doyo라고 합니다. 디지털 콜라주 아트워크를 기반으로, 그래픽 디자인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영상 관련 전공이신 걸로 아는데요. 점점 활용도가 높아지는 모션이나 영상을 진로로 하지 않고, 콜라주 아트워크 아티스트가 된 이유나 계기가 있을까요?

돌아보면 어릴 적부터 남들이 많이 하는 것을 피하는 성향이 있었어요. 게임을 해도 유행하는 직업군이나 캐릭터가 아닌 남들이 잘 안 하는 것들만 골라서 했거든요. 대학교에 진학한 뒤로도 그런 성향이 유지됐어요. 영상과이니까 다른 학우들은 당연하게 영상 쪽으로 진로를 정했는데, 웃기게도 저는 정해진 학부 과정을 따라가는 게 싫었던 기억이 나요.

개인작 Nearby Oddness 2019

과에 사진학회가 있었는데, 그 학회에 가입해 사진을 공부했습니다. 사진을 찍다 보니 좀 더 나아가 뭔가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더라고요. 그때 마침 콜라주아트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국내에서 디지털 콜라주 아트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르였는데, 제가 찍은 사진들로 2차 창작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껴 디지털 콜라주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콜라주 아트워크를 만드는 건 이론으로는 쉬워보이는데, 도요님의 밀도 높은 작업을 보면 시도해볼 엄두도 나질 않아요. 도요님의 콜라주 아트워크 작업은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 완성되나요? 가장 설레는 단계는 언제인지도 궁금하네요.


프로세스 마지막 단계인 실작업 진행 과정

때마다 다르지만 크게 프로세스를 나누자면, [큰 방향 및 컨셉 구상] - [레퍼런스 서칭] - [대략적인 스케치] - [이미지 서칭] - [실 작업] 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레퍼런스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다양한 레퍼런스를 접하면서, 컨셉을 스케치로 구체화 해나갈 때가 가장 설레면서 재미있습니다.



레퍼런스가 없으면 그림을 그리기 어려운 것처럼, 콜라주 작업을 할 때도 적합한 이미지가 없으면 작업이 어려울 것 같은데 이럴 때 문제를 해결하는 도요님만의 방법이 있나요? 그리고 이미지 소스가 가진 저마다의 한계가 있을텐데, 시선의 흐름이나 관객의 주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는 지도 궁금해요.


콜라주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생각이 드는 부분인데요. 애초에 콜라주는 이미지 소스를 기반으로 오려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럴 때는, 원하는 소스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고 먼저 생각한 큰 컨셉을 유지하며 유동적으로 다른 소스로 교체하는 식으로 해결합니다.

개인작 The Little Prince, 2020

가령, 버스 창밖에 비현실적 풍경이 펼쳐지는 장면을 만들고 싶은데 적절한 버스 창 이미지가 없다면, 버스 창 대신 자동차나 지하철, 비행기의 창문과 같이 다른 것으로 유연하게 교체하는 것이지요. 애초에 주제는 ‘버스 창밖’이 아닌 ‘창밖의 비현실적 풍경’이 펼쳐지는 것이기 때문이죠.

저는 밀도 있는 작업을 선호하는 편인데,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부분에 무척이나 신경 쓰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작업을 하다 보니 지금은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는데요. 가장 크게 노력했던 것은 원근감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어요. 저희는 보통 가까운 것에서 먼 것을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이런 메커니즘이 아트워크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했어요.

MIDSOMMAR,2021 by Doyo

자연스럽게 원근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다양한 작업들로 실행해 보면서 위의 고민들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메인 요소’ 와 ‘서브요소’ 스스로 확실하게 정해두는 노력도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학부생 시절 사진학회에서 사진을 배우면서 콜라쥬를 시작하게 되셨다고요. 그렇다면 도요님께서 직접 찍은 사진들로 채워진, 도요님만의 감성이 가득한 아트워크도 있을까요?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매년 한 번씩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목표였어요. 많은 국가는 아니지만, 일본, 헝가리에 여행을 갔었는데요. 여행을 갈 때마다 필름카메라와 필름을 잔뜩 챙겨서 제가 기억하고 싶은 시간을 필름에 담아왔습니다. 여행을 다녀와서 단순히 당시의 사진을 보기보다는 좀 더 특별하게 그 기억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직접 찍었던 사진들을 콜라주하여 제 작품으로 남기는 작업을 진행했어요.

직접 찍은 사진으로 제작한 일본 여행 콜라주 아트워크

작업을 하면서도 여행의 순간순간이 다시 기억나서 굉장히 의미 있었어요. 만든 이후에도 작품을 보고 있으면 당시의 다양한 순간들을 추억할 수 있어서 지금도 저에게는 소중한 작업물로 남아있습니다.



벌써 2023년의 절반이 지나갔는데, 도요님은 올 상반기에도 많은 작업을 하셨더라고요. 2023년 상반기를 돌아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어떤 작업일까요?

올해 1월에 듀크 앨링턴의 ‘The Star-Crossed Lovers’ 라는 곡이 수록된 앨범을 듣고 작업한 제 개인작을 소개하고 싶어요. 예전부터 재즈를 조금씩 듣곤 했는데, 최근 재즈 애호가로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에 흠뻑 빠지게 되었습니다. 몇 달간 틈만 나면 하루키의 책들을 읽을 정도였어요.


The Star-Crossed Lovers과 작업 제작 과정을 담은 타입랩스

하루키 책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재즈에 대한 내용이 소설 곳곳에서 등장을 합니다. 그 중 저의 마음에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책이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이었는데요. 그 책의 메인 테마곡으로 나오는 곡이 바로 ‘The Star-Crossed Lovers’ 입니다. 이 노래를 들으며 책 한 장 한 장 설레며 넘겼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진하게 남아있어서,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작업으로 꼽아봤습니다. 최근 들어서 책을 굉장히 많이 읽고 있고 책의 매력에 많이 빠져있는 상태라 책표지 작업을 더 많이 해보고 싶은 욕심이 드네요!


그렇다면 도요님이 콜라쥬 아트워크를 시작하고부터 5년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고 큰 추억인 작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래되긴 했지만, 오마이걸의 미니앨범 6집 [Remember Me]의 커버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처음으로 맡아본 아이돌 앨범 커버 작업이라 무척이나 설레었습니다. 무척 어렸을 때라, 잘 해내고 싶은 마음과는 반대로 어리숙하게 일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담당자분들께서 저를 이해해 주시고 배려해 주셨던 기억이 나요. 오히려 당시 담당자분들은 결과물이 예뻐 만족한다고 하셨는데, 제가 욕심이 나 ‘조금만 더 만져보겠다’며 시간을 끌었던 것도 기억나네요.

2018년 9월 10일에 발매된 오마이걸의 미니 앨범 6집 앨범 커버 이미지

그 당시, 아직 일에 대한 프로세스를 잘 몰라 얼렁뚱땅 작업을 마쳤지만, 이런 과정들 덕분에 현재까지도 만족하는 앨범아트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또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고요. 저는 아직도 ‘이 작업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내가 이렇게 일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한답니다.


“일상 속, 평범한 것에서 상상과 낭만을 담고 있다.” 이 문장으로 아티스트 Doyo님을 소개하시는데요. 작가님이 자주 접하는 낭만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낭만이 작업에 어떻게 드러나는지 궁금합니다.
Doyo의 작업실

저는 집이자 작업실인 곳에 많은 반려 식물들과 함께 지내고 있는데요. 저의 소소한 낭만은 매일 아침 식물들의 상태를 보고 흙을 살펴보는 거예요. 처음에는 귀찮기도 했는데 2년 가까이 함께 지내니, 자연스레 이 일이 하루 루틴이 되었어요. 눈뜨면 세수하러 세면대에 가는 것보다도, 먼저 화분 쪽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답니다.

Nearby Oddness; The Classic

아침에 일어나 식물들이 한 층 더 자라난 모습을 보면 괜스레 저도 힘이 나는 것 같아서 좋아요. 그리고 화분에 물을 줄 때 올라오는 흙의 향을 맡으면, ‘아, 이게 힐링이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고요. 이렇게 식물을 좋아하는 성향이 작품에도 반영되어 제 아트워크에서 다양한 꽃과 식물이 등장하게 되었어요.



앨범 아트 워크 작업은 다른 장르에 비해 쉽게 노출되고 그에 대한 코멘트도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코멘트가 있나요? 저는 종종 앨범 아트워크에 끌려 노래를 듣기도 하거든요.


인터넷에서 제 작업을 우연히 접하면 자랑스럽기도 하면서 동시에 뻘쭘한 기분이 들 때가 많아요. 소심한 관종이라서 속으로는 ‘이거 제가 작업했어요 여러분!’ 소리치고 있는데 실제로는 그냥 묵묵히 지나가는 편이에요.

故 김광석 25주기 기념 베스트 앨범의 아트워크와 권은비의 1st Mini Album 아트워크

때때로 제가 작업한 앨범커버가 예뻐서 노래를 듣게 되었다는 과분한 칭찬을 들을 때가 있는데, 저로 인해 함께한 아티스트분들의 노래가 더 많은 사람에게 울려 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기분 좋고 감사하죠.



앨범 커버 작업을 많이 하신 도요님께 이런 질문은 꼭 해보고 싶었어요. 작업할 때 도움이 되는, 다시 말해 도요님에게 힘이 되는 ‘노동요’가 있을까요?


넬리의 ‘Dilemma’가 수록된 ‘Nellyville’ 앨범을 작업할 때 돌려서 자주 듣습니다! 그리고 그룹 로켓펀치를 좋아하는데 로켓펀치의 ‘빔밤붐’을 최근 노동요로 많이 들었네요. 마지막으로 요즘같이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재즈 노래를 노동요로 틀어놓고 있어서, 위에서 소개해드린 듀크 앨링턴의 ‘The Star-Crossed Lovers’를 잔잔한 노동요로 다시 한번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추천해주신 노래들 꼭 들어볼게요!
인터뷰를 읽고 있을 분들께 마지막 인사 부탁드립니다.


제가 콜라주 아트워크를 시작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이런 류의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풀이 작았던 기억이 나요. 그때는 작업물만 보면 어떤 작가님인지 작업을 한 것인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였거든요. 당시에는 작업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으니까 외주 단가도 물어볼 곳도 없고, 작업에 대한 조언도 받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최근 들어 유독 콜라주 아트워크에 관심을 가지시고 직접 작업도 하시는 분이 많아진 것 같아요.

MORE LIFE + Drake

많은 사람이 아트워크를 만들면서, 시장이 커지고 또 이와 관련한 정보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 남모를 뿌듯함이 차오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과 함께 각자의 다양한 스타일로 콜라주 아트워크를 만들면서 이 분야를 더욱더 키워나가고 싶어요. 인터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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