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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트폴리오 May 27. 2022

매일 조금씩 작업의 무게를 늘려가며

[창작자와의 인터뷰] 양진 디자이너




‘양진체’를 제작한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양진 디자이너는 게임 ‘라그나로크’의 캐릭터인 ‘Supernovice(슈퍼노비스)’로 자신을 정의한다.

디자이너의 말에 따르면 Supernovice(슈퍼노비스)는 어느 한 쪽에 특화되지 않고 이것저것 모든 특성을 가진 캐릭터로, 다양한 창작 분야를 넘나드는 양진의 에너지와 닮아있다.
고이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새로운 방향으로 작업의 흐름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양진의 힘은 무엇일까?


Q. 안녕하세요, 양진 디자이너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그래픽 디자이너 김양진입니다.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개인적으로 폰트 디자인과 일러스트 작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업명인 ‘Supernovice(슈퍼노비스)’는 고전 게임인 ‘라그나로크’의 대표적인 잡캐입니다. 어느 한 쪽에 특화되지 않고 이것저것 모든 특성을 가진, 애매한(하지만 나름 낭만이 있는) 캐릭터인데요. 이것저것 전부 하며 살고있는 저와 닮은 것 같아 포트폴리오 사이트의 주소나 영문 아이디에 주로 사용하는 편입니다.



Q. 2013년부터 꾸준히 노트폴리오를 이용해주셨는데요! 노트폴리오팀에겐 꼭 초창기 멤버처럼 느껴집니다. 혹 노트폴리오를 이용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노트폴리오가 처음 생겼을 때 노트폴리오팀의 홍제용님이 열정적으로 홍보하고 행사도 진행하곤 하셨어요. 그 모습에 감화되어서 노트폴리오에서 진행하는 행사도 참여하고, 작업도 열심히 올리게 되었습니다.


노트폴리오는 디자이너와 창작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국내 몇 안되는 플랫폼입니다. 최근 클래스, 아카데미, 커뮤니티 같은 서비스들이 붙으며 다각화 되고 있는데 좋은 시도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노트폴리오에 좋은 콘텐츠들이 많이 올라와 더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 저도 괜찮은 작업을 할 때마다 정리해서 노트폴리오에 올리고 있습니다.


또 노트폴리오 아카데미에서 들었던 캐릭터 수업에 도움을 얻은 기억이 있어요. 처음 혼자 이모티콘 작업을 할 때 계속 떨어졌었는데, 수업을 듣고 감을 잡아 승인이 났었습니다.







‘입춘방 엽서(입춘대길 건양다경), 2022’ 작업과 ‘work out #001–012, NFT drops!’ 작업
Q. 최근 노트폴리오에 올리신 두 가지 작업 ‘2022년 입춘방 엽서 작업’과 ‘work out #001–012, NFT drops!’ 작업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요! 최근 작업인 두 작품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입춘방 엽서 작업’은 신년카드로 진행한 작업으로 특별한 의미를 담기보단 깔끔한 레터링에 집중했습니다.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한다’는 뜻의 ‘입춘대길 건양다경’ 문구를 가운데 배치하고 주변에 봄꽃인 ‘개나리’를 실루엣으로 배치했습니다. 글자가 잘 보일 수 있도록 컬러와 강약 조절에 신경쓰며 꽃의 형태를 가능한 단순하게 표현했습니다.

‘work out #001–012, NFT drops!’작업은 운동을 주제로 한 일러스트 연작으로 지난 해부터 혼자 운동하며 느낀 점을 담고 있어요. 언젠가 책으로 엮고 싶어 계속 작업 중이고, 아직 한 장도 팔리진 않았지만 한 장씩 완성할 때마다 NFT로도 발행하고 있습니다.

표현적으로는 리소그래피나 판화 특유의 느낌을 좋아해 디지털 작업에도 그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하는데요. 위의 두 작업 모두 그런 특징이 담겨있는 편입니다. 최근엔 어떻게 해야 이런 스타일을 상업적인 프로젝트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 보고 있습니다.



‘한글폰트 양진체 | Font’ 작업과 ‘Sticker Pack — INSTAGRAM(Giphy)‘ 작업


Q. 양진 디자이너님의 노트폴리오 페이지를 살펴보면, 작업의 분야 다양성만큼 모두 뛰어난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띕니다.
이렇게 분야를 막론한 ‘멀티플레이어’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양진체 폰트 작업을 포함해서, 지난 작업들이 사실 제 생각엔 그리 뛰어난 퀄리티는 아닙니다. 양진체 경우엔 의도적으로 이상하게 만든 부분도 있지만 미완성으로 남겨진 부분도 있고, 이모티콘이나 일러스트레이션도 부족한 부분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도 항상 어느 정도 이상의 퀄리티를 유지하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렇게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는 건 평소 전시를 보거나 레퍼런스를 수집하는 등 눈의 기준을 높이려 계속 노력한다는 점과 많은 시간을 작업에 투자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꾸준한 작업을 위해 평소 ‘하루에 30분 작업하기’란 약속을 매일 지키고 있는데요, 말은 30분이지만 30분을 목표로 작업을 하다 보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계속 이어서 하게 되더군요. 혹시 작업을 해야 하는데 시작이 힘든 분이 있으시다면 추천드립니다.





출처 : 양진 | Supernovice의 인스타그램 (@yangjin.c)


Q. 최근 SNS에 일러스트 작업과 함께 남기신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양진 디자이너님의 작업관을 관통하는 주제가 아닐까 생각되었는데요! 문구를 적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 지 궁금합니다.


운동을 하다 생각하게 된 문장인데요. 제가 운동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동안 느낀 걸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매일 같은 무게, 같은 세트를 반복하면 처음엔 운동이 되지만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운동이 되지 않는 게 느껴졌어요. 무게를 늘리거나, 세트를 늘리거나, 아니면 자세나 시간을 바꾸는 등 변화를 주어야 성장할 수 있더군요.

마찬가지로 작업도 비슷한 방식만 반복하다 보면 발전되지 않는다 느껴지는 시기가 오는 것 같아요. 그럴 땐 평소보다 조금 더 깊게 파고 들어보거나 아니면 살짝 다른 방식을 시도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무리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과한 운동으로 근육이나 관절을 다치게 된다면 운동을 하는 것 보다 못한 결과가 생기는 것처럼 일과 작업도 무리하면 번아웃이 오게 됩니다. 본인이 할 수 있는 한계를 파악하고 조절해서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스트레칭(Stretching) 출처: 양진 | Supernovice의 인스타그램 (@yangjin.c)


Q. 점진적으로 무게를 늘린다는 말이 참 와닿는 표현이네요!
그렇다면 혹시 최근 새로이 무게를 늘려, 도전을 계획하고 계신 분야가 있으신가요?


최근엔 책을 한 권 만들어보고 싶어서 틈틈히 작업하고 있습니다. 언제 완성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즐겁게 작업 중입니다. 장르는 그림책이 될 것 같습니다.



YANGJIN’s PRINT SHOP 작업


Q. 디자이너 양진으로서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 있다면?


언젠가 제가 나이를 먹고 전시를 하게 되었을 때, 큰 전시장에 가득 찰 정도로 작업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장 한 장의 작업이 대단하지는 않더라도 규모에서 오는 웅장함과 압도감이 있잖아요? 그런 느낌이 느끼게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작업을 쌓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Q. 생각만 해도 정말 멋진 전시가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지난 해 유행했던 바디 프로필 열풍에 대해서 방송인 김종국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인생을 사진에 걸면 안 된다. 인생은 끊기지 않는 동영상이다.’ 또, 올 해 여름을 위해서 급하게 운동해선 안되고 3–4년 후의 모습을 생각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디자인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단기간에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 급하게 달리는 게 아니라, 큰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으며 오래 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진 디자이너

노트폴리오| notefolio.net/supernovice
Instagram | instagram.com/yangjin.c




노트폴리오 [창작자와의 인터뷰]
창작자와의 인터뷰는 노트폴리오에서 활동하고 있는 창작자를 선정하여 창작자의 작업과 작업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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