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살이 콘텐츠 패키지 작업 by 연집(Yeon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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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살이 콘텐츠 패키지 작업 by 연집(Yeonzip)
작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예전처럼 기쁘지않고, 어딘가 소모된 기분이 드시나요?
만약 그렇다면 연집 디자이너의 한달살이 이야기가 담긴 ‘동해살이 콘텐츠 패키지 작업’ 인터뷰를 확인하며 쉼이란 어떤 의미인지, 또 나는 어떤 방식으로 나를 돌보고 있는 지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안녕하세요. 연집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모션그래픽 디자이너 이연지입니다. 방송국 디자이너로 업을 시작해 지금은 콘텐츠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영상을 포함해 로고, 포스터를 작업할 기회가 많았는데요! 현재도 모션그래픽과 여러가지 2D 기반의 그래픽 작업을 겸하고 있습니다.
운영하고 있는 콘텐츠 스튜디오 ‘프로젝트오지’는 재밌는 영상이면 가림없이 다 해보자는 성격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최근에는 전시, 공연에 관련한 프로젝트를 많이 작업했고, 광고나 교육, 웹 예능까지 폭넓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꽃보다 청춘’, ‘전체관람가’, ‘주간아이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타이틀 영상을 제작하거나, 패키지 제작에 참여했는데요! 타이틀 영상 작업의 매력은 짧은 길이라고 생각해서 모든 스토리를 다 설명하려 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어떤 도시에서 캐릭터가 길을 걸으며 등장, 무언가를 확인한 뒤 획득하여 변화가 일어난다’라는 스토리라면 이 과정에서 뭘 삭제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요. 어떤 과정을 삭제하고 화면 연출로 대체했을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는 거예요. 굉장히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스토리이지만, 화면으로 나열해서 봤을때는 지루할 수 있거든요.
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총 10컷 정도로 구성된 영상에서 5초 내외로 이어지는 세 네컷만 비슷한 무드로 이어져도 지루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화면의 샷을 변화시키거나 과감한 카메라 워킹을 이용하는 등 시선을 환기할 수 있는 요소를 군데군데 배치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회사에서 일하던 시절 ‘꽃보다 청춘 시리즈’, ‘효리네 민박’ 작업에 참여하며 출연진들의 즐거워 보이는 모습들을 소스로 작업하면서 부럽기도 하고, 언젠가 나의 즐거움이 담긴 상황에 그래픽을 더하는 작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었어요.
이후 프리랜서로서 쉼 없이 일에 집중하다보니 어느 순간 지친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고, 동업자 PD와 함께 한 달동안 다른 지역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직업병이 있는지 그 순간에도 영상으로 기록하고, 언젠가 쓰겠지 싶어 텍스처 소스를 찍고, 당시 감정을 남기기 위해 서로를 인터뷰하게 되더라고요. 돌아보니 그 기록들이 마음에 들어 한 편의 영상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때 영상 앞에 붙일 타이틀을 제작하게 되면서(이것도 직업병이죠! 영상 앞에 타이틀이 있어야할 것 같은 병) ’동해살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전부터 하고싶었던 ‘추억에 그래픽을 더하는 일’을 작업할 수 있게 됐죠!
타이틀 영상을 보시면 스토리 구성은 매우 간단합니다. 머물렀던 숙소 중심으로 저와 동업자를 나타내는 캐릭터가 등장하고, 먹었던 음식과 그리고 숙소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아주 짧게 들어가있어요. 정말 딱 한 달동안 뭐하고 지냈는지를 표현했습니다. 로고는 이전 제주 한 달 살이를 떠났을 때 만들어두었던 건데요.
‘살이’라는 고딕형 글자 안에 필기체로 적힌 지역명이 들어가게 디자인해, 겹쳐져 있는 형태지만 모션(타이밍)에 따라 ’살이’라는 단어가 위 아래로 나뉘어지며 지역명과 분리되어 읽혀지도록 연출했습니다. ‘살이’라는 단어 안에 어떤 지역명이 또 들어가게 될지 저도 너무 기대되고 다양한 이름이 쌓이기를 바라고있어요.
캐릭터에도 신경을 썼는데요, 타이틀에 콘텐츠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게 가장 직관적이고 간단한 표현이라 생각해 저희를 대변하는 캐릭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모션그래픽 디자이너다보니 이후 모션 작업에 최대한 어려움이 없고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원형과 직선 형태로 디자인했어요. 그래서 뛰고 걷고 고개를 돌리는 등의 움직임을 표현하기에 수월했습니다.
동해에서 지내는 동안 ‘우리는 여기 왜 왔을까? 이 한달살이가 꼭 필요할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결론적으론 한달살이를 추천하고 싶은데요. 쉬면서도 자극을 받는 환경에 놓여지기 때문이에요.
업을 시작하며 휴식하거나 개인작업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는데, 한달살이를 떠나 여유가 생기니 오히려 뭔가를 만들고 싶더라고요. 누군가에게 컨펌을 받지 않아도 되고 그래픽이나 영상의 퀄리티가 높지 않아도 되는 작업을 하니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하는 행위 자체가 너무 즐거웠어요. 클라이언트와의 작업도 분명 성취감을 주고 발전에 도움이 되는 행복한 일이지만,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도 참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한 달 동안 잘 자고 잘 먹고, 적당히 일하는 동안 먹는 음식과 일하는 공간이 달라졌고, 1분 거리에 바다가 있다보니 쉬면서도 자극을 받는 느낌이었어요. 그런 자극이 모이니 뭔가 만들고 싶어지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았어요.
보통 하루의 업무가 끝나면 컴퓨터를 쳐다보지도 않았는데요, 한달살이를 지내는 동안 업무가 끝나도 컴퓨터 켜서 밑그림을 그리거나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업을 이어오며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지만 가끔 정말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고 있는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는데 이번 경험으로 그에 대한 고민은 어느정도 해소가 될 수 있었어요.
한달살이를 모든 창작자분들에게 추천하는 건 아니에요. 사람에 따라 한 달이 지루할 수도 있고, 여행이 더 잘맞을 수도, 혹은 떠나는 것 자체를 선호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누구나 어떤 방법으로든 쉬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워커홀릭이지만, 일을 할수록 업무적인 노하우와 능숙함은 늘지만 소모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창작자로서 멈춰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어요. 그런 생각이 들 때 더 힘껏 달리기보단 쉬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충분히 쉬다보면 근질근질해서 그림이라도 한 장 더 그리고 싶어질 수 있거든요. 많은 창작자 분들이 쉬면서 작업할 수 있기를 바라고요. 언젠가 함께 작업해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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