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라면과 파도

by 김용현

저녁을 만들 때 라디오를 튼다.

오늘의 메뉴는 자장라면.

SBS 박소현의 러브게임이 들린다.

고등학교 때 들었던 방송. 아날로그 워크맨으로.

지금은 아리야가 목소리 패턴을 인식해 디지털로.

박소현과 나는 시대에서 시대로 연결된다.

20년 전 풋풋함과 지금의 농익은 목소리가 닿아있다.

라면을 먹고 광안리 바다를 나가려 한다.

오늘 수시 1차 면접을 했고 성적을 입력했다.

긴장하며 답변을 한 고교 졸업생들이 귀엽다.

또 다른 청춘들이 내년 봄 대학으로 오겠다.

파도처럼 밀려오겠고, 그것처럼 물러나겠다.

자장 라면이 지극히 물리다. 박소현은 물림이 없다.

밀려오는 물림과 물러나는 물림 사이에 하루가 간다.

코로나 확진 숫자에 비례한 공포 역시 밀려오고 물러난다.

더 새로울 것도, 닥칠 새로움도 무뎌지는 겨울 해가 짧다.

고통 역시 물리고 물러나는 일상임을 알았더라면.

인간이 작동하는 방식이 그러함을 알았더라면.

어쩌면. 자진한 여 개그맨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삶과 죽음을 바꾸지 않았을지. 허튼 생각이 허투루 흩어진다.


사진은. 하루키 따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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