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바다를 담았다.
말라 날카로워진 내륙의 공기를
끌어당겨 바다를 먹여 되돌린다.
그것은
광안리 해안 거리로.
서면 도심으로.
넉넉히 퍼져 닿는다.
추위에 둔해진 후각은 늦고
들숨에 폐의 세포까지 밀어닥친
짭조름함은 기민하다. 우렁차다.
겨울의 냉기는 눈부터 공격한다.
시려 감고 조이는 동공을 기어이 벌려
헤집어놓는다. 눈물마저 얼려
대상을 당기고 밀어 구체화가 어렵다.
멀리 밀어 전체를 훑고
가까이 당겨 객체를 더듬는
눈의 기능이 어렵다.
추위는 동공을 정지시켜
당면한 대상은 구체화되기 어렵다.
시간이 그러하고
기억이 그러하다.
시간을 당겨 기억에 근접하고
기억을 조각내어 시간을 가늠한다.
나이 든다는 것은 밀고 당기는 일에 무뎌진다는 것.
내가 통과한 기억과 시간은 가늠되지 못한다.
겨울을 뚫은 오후의 빛이
그물 된 바람에 걸린다.
밤새 마신 중년 사내의 옷깃 틈으로
뾰족한 찬기운의 기세가 가차 없다.
정월 초하루 삼촌이 돌아가셨다.
마신 술이 덜 깬 체 분당으로 가는 차를 탔다
사인은 암이다.
먼저 온 당뇨의 뒷덜미를 암이 물고 늘어졌다.
폐에서 시작한 암세포가 혀에서 발현되었다.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오는 죽음을
56세의 몸은 사장과 가장의 명분으로 버뎠다.
삼일장 동안 조의금함 앞에서 손님을 받고
육개장을 내내 먹었다.
오래 끊여내어 건더기가 부드럽고 짜다.
삼촌이 내게 주는 이승의 마지막 밥이다.
분당에서 화장하고 남은 뼈를 가루로 만들었다.
태워져 흩어진 살들은 시간이고 남은 것은 지탱해온 추억들이다. 삼촌의 추억이 가루되어 분당메모리얼 파크 3층에 담겼다.
함이 봉인될 때 마지막으로 울었다.
우산을 잘 안 쓰던 그가 흰 눈을 맞으며
구부정하게 날 보고 웃는 것 같아.
다시 바다.
그의 중년과 나의 중년이 바다에 닿는다.
그가 마시고 걸었던 여수의 바다와
내가 걷는 부산의 바다가 섞여 밀려오고 밀어낸다.
내일. 월요일.
바다를 걷겠다.
그가 과거에 밀어낸 모진 삶의 파도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