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을 먹는다.
나는 김치찌개와 된장국도 즐겨 먹는다.
이 음식들은 당연한 맛을 이루며
몸에 친근하기에 삼키면 편하다.
자주 먹기에 뼈에 인으로 박힌다.
그것은 오래 먹지 못하면 본능적으로 당기고
종종 먹으면 물려 멀리한다.
찬 바다에 견딘 미역 본연의 맛은 없다.
장시간 우려내 맛은 날아가 공기와 결합된다.
대신 뼈째로 넣고 끓인 가자미의 고소함이 알짜다.
찬 바다의 추위에 대적한 가자미의 지방이
끓는 물에 녹아 진한 국물이 된다.
혼자 앉은 점심상은 늘 외롭다.
그것은 일하다 먹기 때문이다.
먹기 위해 일하고 일하기 위해 먹는 것의
반복과 지겨움이 익숙해질 법도 한데 말이다.
나이 40을 넘기며 세상의 당연스러움에
가자미 마냥 스스로가 녹아 풀어헤쳐질 법도 한데 말이다.
빌 에반스 음악이 흐른다.
들을수록 어려우니 늘 새롭다.
토마 피케티의 자본과 이데올로기를 본다.
볼수록 어려우니 이 역시 새롭겠다.
어려운 것은 그래서 매력적이다.
쉽고 재미있는 일상이 주는 매력과
어렵고 지루한 일상이 주는 매력 사이에
난 어디쯤 있겠다 싶다.
겨울 정오에 걸린 햇살과 뜨거운 미역국의 열기에
전날 과음한 막걸리의 술독이 풀려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