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없는 글

by 김용현

찬 겨울에
하늘이 가깝다.
머리를 잘랐다.
지난 1년간
세상은 닫혔다 열리길 반복했다.
돌림병의 근원은 알 수 없고
두려움은 생활에 스몄다.
통금에 들던 잔과 안주를
내려놓는다.
헝클어진 세상을 글에 담기 요원하다.
세상을 구겨 글에 넣을 수도 없고
글을 찢어 세상을 감기 어렵다.
쓰려함 없이 쓴다.
방학이 주는 쉼에 감아놓은 태엽이 늘어진다.
난 기계 가득한 현장에서 10년간 밥을 먹었다.
기계는 기름을 먹고 작동하며 소릴 낸다.
작업공간에 갇힌 소리는 사방에 튕기고
새롭게 돋아난 소리에 묻혀 공간으로 풀려나간다.
기계는 깨어날 때 가장 힘들다.
가라앉은 오일이 상부까지 전달되긴 아득하고
명령에 의해 작동해야 하는 숙명은 가깝다.
기계는 또 다른 기계를 물고
물린 기계는 당한 물림에 의해 작동한다.
관성을 이겨내고 온도가 올라
오일이 물처럼 연해지면 기계의 소음은 푹신해진다.
나는 작동하는 소리의 질감을 듣고 기계가 살아있고 죽어있음을 안다.
돌아가는 기계는 코로나와 상관없으나
인간은 기계에 의해 밥을 먹는다.

하루가 길다.
오후 3시를 넘는 무거운 해가 기운다.
정리하고 나가려 한다.
약속도 친구도 없는 적막한 시간에
날 선 바닷바람에 실린 내륙의 봄을 본다.


이전 09화단편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