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집

by 김용현

밥집에 온다.
익숙하지 않은 메뉴를 보며
익숙한 메뉴를 먹는다.
한주가 마감된 밥은
한주가 담겨있다.

이루지 못한 잠으로
애써 넘긴 기진한 시간.
덜된 글을 신문사에 넘기고
불편했던 시간.
지하상가 공공근로중인
아버지의 음성을 들었던 시간.
깊은 우울감으로 술집을
이기고 밥집을 택한 시간이
뭉쳐 한 주의 퍽퍽한 질감으로
가라앉는다.

억지로 꿰다 맞춘 글은
방향을 잃었다.
조준선은 흔들렸고
떠받칠 논거도 생각도 무참했다.
시간은 길게 표류하다 짧게 쏟아져
가늠되지 못한 한주를 감당했다.
주체할수없는 감정선이 진퇴를 반복한다.
주말 하늘은 감흥이 엷고 어둡다.

어제밤 비가왔다.
비린 녹색의 숲에 내린 어둠의 결이 거칠고
투명하다. 바람은 부드러워 사람과 풍경의
움직임을 거스르지 않는다.
피아노 소리가 들린 공간에 커피를 마신다.
향기와 음이 풀려나가
벽에 충돌해 증폭되고 소멸되어 공간의 지배에 순응한다.

사십을 넘긴 난
아직도 세상에 풀려나가지 못한다.
감정과 글은 무겁다.
뭘 잘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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