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를 다녀오다.

by 김용현

거제도 북동 해안에 좁게 박힌 외포항에 닿았다.

대구와 멸치잡이 중소형 어선이 정박해있다.

대구는 연중 잡히고 12월이 제일 맛있다.

여기선 대구 내장을 들어내고 말려 내륙으로 보낸다.


전날 좋은 사람들과 섞여

소주와 와인을 오래 마셨다.

잔을 비우면 봄이 채워지고

잔을 채우면 봄이 넘쳤다.

밤새 노래하고 떠들었다.

지척의 통영을 두고 백석을 그렸다.

밤에 봄꽃은 더욱 선명하고

비린 향기는 곳곳에서 터졌다.

진달래 벚꽃으로 붉어진 밤은

낮의 경계를 밀어올렸다


오후에 부산서 달려왔다.

가지와 결합이 느슨해진 벚꽃이 죽어

먼지와 섞여 도로에 쌓였다.

타이어 회전이 만든 압력으로

벚꽃이 들떠 차창에 충돌하고 사멸했다.

투싼의 속도가 오를수록

공간의 공기를 압축하고 파열해

둘러싼 압력은 낮아진다.

주변과의 압력차로 공기는 가벼워지고

기류에 올라탄 도로의 죽은 벚꽃잎이 살아난다.


도다리쑥국을 먹는다.

한 그릇에 봄이 담겼다.

어린 쑥에서 흙냄새가 난다.

치아에 닿는 질감이 푹신하다.

부풀어 오른 흙에 뿌리박고

해풍을 대적한 시간만큼 부드럽다.

된장을 푼 생선 육수에 도다리를 오래 끓였다.

살은 분리 되어 가시와 따로 논다.

강건한 가시와 오른 살은

지난겨울 추위를 대적한 흔적이다.

밥을 먹고 항구를 걸었다.

그물에 걸린 멸치를 사내 여럿이 한 줄로 서서 털어낸다. 호흡을 맞추려 기합을 넣는다.

멸치 비늘이 봄볕에 반사돼 일꾼의

눈과 내 눈에 닿는다. 눈부신 시간이다. 머무는 곳과 함께하는 이들이 아름답다. 그분들께 봄을 빚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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