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4월은 여름이다.
나무는 계절에 반응하고 청록을 짜낸다.
뿌리가 지층에 고인 수분을 더듬고
가지에서 가지로 잎으로 퍼진다.
토요일 내내 강의했다. 정부 위탁과정이다.
주중 8시간 노동으로 밥을 먹는 현장 근로자가
주말 강의를 듣고 반대급부로 지원금을 받는다.
현장 근로자는 내 강의를 졸며 자며 듣는다.
살아있는 현장과 죽어멈춘 강의실 사이에
더위와 춘곤층이 끼어들어 시간이 늘어진다.
저녁나절 술을 마셨다.
광안리 삼익비치아파트 거리를
지인들과 걸었다.
발끝에 죽어 떨어진 벚꽃이
강아지 혓바닥 마냥 핣고 지나간다.
바다에 어둠이 섞였다.
진파랑이 회색으로 번져나간다.
개와 늑대의 시간에 맥주를 마신다.
달이 끌어당기는 힘은
해수와 인간에게 미친다.
사람들이 바다로 향하고
바다는 사람으로 향하며
그 절충점에 둘은 멈춘다.
생물이 아닌 바다는 밀려와 밀려나가 떠난다.
모래사장에서 드론쇼를 한다.
천대쯤 되는 드론이 LED를 달고
밤하늘에 군집한다.
흩어졌다 뭉치며 장미, 꿀벌, 갈매기를 만든다.
인간은 드론의 동선을 좌표로
좌표는 다시 십진수로 이진수로 변환되어
코딩에 실려 드론 메모리에 담긴다.
천대의 드론이 충돌 없이 좁은 공간에서 호버링 한다.
드론은 개별로 움직이며 공통의 목적을 이룬다.
술이 덜 깬 다음날 미술관에 왔다.
유화 작품에 풀어놓은 물감이 텁텁하다.
섞이지 못하는 두 액체를
억지로 섞어 싸움을 붙여놓았다.
시골 장날 난장에서 벌이는 닭싸움이다.
캔버스는 전장이다.
기운이 강한 액체가 주장하는 색상이 캔버스에 퍼져나간다. 싸움에서 진 색상은 죽어 이긴 색의 먹이가 되고 다시 색으로 치환돼 이긴 색상을 다채롭게 한다.
어지럽다.
술이 덜 깼다. 나왔다. 커피를 사서 앉았다.
엄지로 폰에 글을 쓴다.
왼손에 꽃잎이 어느새 앉았다. 귀엽다.
바람이 불고 감정이 날린다. 죽어도 여한이 없을 날씨다. 어지럽고 좋으며 슬프고 눈부시다. 여름이다.
봄의 마지막이다.